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우승할 경우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줘야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현행 규정대로 라면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승해도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병역 문제에 대해 관대한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은 긴급 여론 조사 결과 "국위 선양으로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57.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이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때문에 줘서는 안된다'는 의견(31.6%)의 약 두배에 이르는 수치다. '잘 모른다'는 대답은 10.9% 였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병역 혜택을 줘야 한다는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많았다.
부산 경남 울산(찬성 62.7%)에서 찬성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기 인천, 대구 경북, 서울,광주 전라 순으로 찬성의견이 높았다. 단 대전 충청 세종의 경우 오차 범위 내에서 반대 의견 이높았다. (찬성 45.3%, 반대 47/9%)
연령별로 봐도 모든 연령대에서 병역 혜택에 찬성했다. 특히 병역에 가장 민감한 20대 연령층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높았다.(찬성 62.3%, 반대 27.2%)
마지막으로 남성(찬성 55.2%, 반대 37.8%)과 여성(찬성 59.8%, 반대 25.4%) 모두 대표 선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을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의 결승 진출이 결정된 다음날인 1월 27일 전국 19세 이상 남여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됐다.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됐다. 응답률은 8.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다.
◆ 병무청 "선수들 병역 혜택 없다"
하지만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병무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55년만에 우승을 하더라도 병역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국제스포츠대회에서 입상해 '국위선양'한 남자 선수들에 대해서는 병역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더라도 선수들은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병역 특례를 얻을 수 있는 대회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운동선수가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경우는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입상과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 1위 입상 등에 한한다. 축구와 같은 단체종목은 실제로 경기에 출전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오르면서 월드컵 16위 이상 성적을 거둔 선수에 대해 병역 면제 혜택을 베풀기도 했다. 2006년에는 야구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오르면서 WBC 4위 이상에 대해서도 병역 특례가 주어졌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와의 형평성과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월드컵과 WBC에 관한 특례는 각각 2007년 삭제됐다. 세계선수권대회도 아닌 아시안컵은 그동안 병역 특례의 고려대상도 되지 못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선수 중에서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는 손흥민, 조영철, 김주영, 이명주, 한교원, 한국영, 김민우 등 7명이다.
특히 손흥민에 대해서는 동정여론도 많은 상태다.
손흥민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의 대표팀으로 합류할 기회가 있었지만 소속팀인 레버쿠젠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김진수, 장현수, 박주호, 김승규 등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