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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띠가 개띠들에게 고함
게시물ID : sisa_925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장호준
추천 : 9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5/09 08:48:25

나 개띠다.

우리는 말을 배우면서부터 이승만을 박사라고 불렀었던 개띠들이다. 우리는 4.19 학생 혁명으로 힘을 얻은 발목으로 뜀박질을 배울 때, 5.16 군사 쿠데타로 무릎이 꺾여버린 어린 날들을 지내야 했고, 꺾여버린 무릎을 부여잡고 남과 북, 동과 서, 좌와 우 그 어느 쪽에도 당당히 발을 딛을 수 없는 절름발이로 살아야 했던 개띠들이다.

우리는 삼촌들과 형들이 감옥과 월남으로 잡혀가고 끌려가는 것을 봐야 했고, 유신독재로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던 세상 속에서, 장발 단속을 피해 뒷골목을 떠돌며 카바이트 막걸리로 머리를 비워 내야 했던 개띠들이다.

우리는 닫혀버린 교문을 뒤로 한 채 '고래사냥'을 부르며 교정을 떠나야 했던,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며 자조하고, '아침이슬'을 부르며 눈물을 흘려야 했던 개띠들이란 말이다.

우리는 5.18 광주 민주화 항쟁에서 피를 흘렸고, 어느 새벽에 들이 닥친 입영 영장에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봐야 했던, 꽃잎처럼 떨어져 가는 어린 후배들의 피 값으로 얻는 6월 시민 혁명의 봉우리를 개에게 던져 준 그 광장에 서 있었던 개띠들이란 말이다.

우리는 김대중과 노무현, 6.15와 10.4, 민주화와 통일의 문턱에서 또 다시 스며든 친일과 독재의 망령이 휘두른 발톱에 잘려 나간 노무현에 통곡했던, 어쩌다 이 땅에 태어나 오십대를 끝내 가면서 세월호 참사로 절망했고, 국정농단에 분노하여 광장의 뒷편에라도 나서야만 했던 개띠들이란 말이다.

개띠들아,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일들이 길지 않은 우리들의 삶에 내던져져 쓰리고 아팠던 날들을 깊이 후벼 파 놓고 지나갔지만, 우리가 무엇을 보았든지 무엇을 얻었든지, 두려움에 떨며 숨죽이고 민주주의를 부르며 절름발이로 살아야만 했던 세상과 날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겪게 하지 말자. 이를 위해, 투표하자!

개띠들아,

제발, 제발, 이번에는 제대로 투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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