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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아.
게시물ID : sewol_555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템=레이
추천 : 3
조회수 : 1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09 21:21:26
너희들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단어의 조합으로는 티끌만큼도 전할 수 없다는게 안타까울 뿐이란다.

2014년 4월 16일은, 그저 나 잘난 맛에 살아왔던 나를 뿌리부터 바꿔준 날이었어.

나름대로 바르게 살아왔다고 믿었고, 사실 꽤나 멋지게 살아왔다는 자만에 빠져 살던 내가

그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안했고.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 발생한 사고일지라도 이렇게나 마음이 아플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고

과연 이대로 살아가도 되는 것일까, 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고

광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목소리를 내는 법도 배우게 됐단다.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난 그대로 못난 나인 채로 살아가도 되고,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광장을 가득 채웠던 촛불이 없어도 되니까..

너희들이 그대로 살아 있을수만 있다면 정말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거야.

결코 헛된 죽음이 아니었다, 란 흔해 빠진 말을 건네는 것 조차 죄스럽단다.

세월호의 진상이 밝혀진다 하더라도, 내 가슴에 부착되어 있는 리본은 아마 평생 떼지 못 할것 같아.

내가 가장 괴롭고 미안한 것은..왜 그 전에는 '살아있는' 그 자체가 그렇게도 축복이자 아름답다는걸 몰랐던 것.

너희들은 그저 너희들인채로 있어만 줘도 그렇게나 소중하고 예뻤던 존재란걸 몰랐던 것.

나 혼자 고매한척, 착한척 살아가는 것이..실천하지 않는 선함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란걸 몰랐던 것.

그 날 이후 꽤 오랫동안 수많은 악몽을 꿨단다. 내가 처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상황을 모두 겪어봤고, 심지어 나도 너희와 함께 수장되는 꿈도 꿔봤어.

하지만 내가 단 하나, 경험해 보지 못한 악몽은

너희들을 먼저 보낸 부모님들의 입장에 처해 보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난 감히 너희들과 유가족들의 슬픔에 공감한다는 말조차 하기 힘들었단다.

오로지 너희들 덕분에 오늘의 선거가 있었다고 생각한단다. 살아 있었다면..너희들의 첫 대통령 선거가 됐겠지. 그 생각을 하면 난 또 다시 무너지는 기분이 든단다.


너희들의 사고와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고가 또 발생했단다. 아직도 아무것도 바뀐게 없어.

그나마..그 많은 후보들 중, 유일하게 당사자들의 말씀을 새겨 듣고 시간을 내준 사람이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어.

응원해 주렴. 반드시 세상이 좀 더 좋게 바뀔수 있도록 지켜봐 주렴.

내 온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하는 아이들아. 다음달에 또 놀러갈게. 그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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