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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드 컵 1 0 0 배 로 즐 기 기 !!!!!!!!!!!!!
게시물ID : humorbest_1343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複屈折
추천 : 65
조회수 : 2879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06/15 05:43:03
원본글 작성시간 : 2006/06/14 19:43:02
0. 
드디어 토고전이 내일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무덤덤한건 월드컵 D-100 일부터 신나게 떠들어 댔던 언론 덕분일 것이다. 우린 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가 불편없이 월드컵을 즐기도록 많은 것들을 배려해주었다. 언론이 아니었다면 꼭지점 댄스라는 즐거운 춤은 출 수도 없었을 뿐더러 단지 평가전 뿐이었을 경기도 열정적으로 즐기게 해주었고 칙칙한 현충일조차 월드컵으로 가는 즐거운 휴일 중 하나로 만들어주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응원복 코드까지 제시해주었다. 그것이 노출이라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덕에 자신의 몸에 한없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아가씨들은 남들의 비난을 받지 않고 그들의 뽀얀 속살을 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여체를 탐닉하러 바닷가로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새벽에 사람들이 모여 소리 지르고 있는 곳에 가기만 하면 반나체의 여인들이 우리를 맞을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1.
앞서 말했듯이 우린 그들의 노고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른 어떤 나라도 가장 중요한 뉴스시간의 반이 넘는 시간을 월드컵 특집으로 도배하지는 못한다. 고마우신 언론 덕에 우린 대표팀의 사소한 일과 하나하나도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들덕에 대표팀은 꽤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우린 대표팀의 소식을 원하고 언론은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어떤 일이든 '대'를 위해선 대표팀의 작은 불평같은 '소'는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2.
언론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당신이 아무리 축구에 관해 무뇌한이라 하더라도 나의 충고만 잘 따른다면 월드컵을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컵에서 축구는 중요하지 않다." 라는 것이다. 앞으로 글을 읽는 데 있어 의문이 들거나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나오면 내가 강조하는 문장을 입으로 되뇌이자. 시험삼아 한번 외쳐보자!
"월드컵에서 축구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기고 다음으로 넘어가겠다.

3.
월드컵을 즐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응원이다. 그리고 응원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서 해야 제 맛이다. 2002년을 생각해보아라. 우린 저마다 붉은 옷을 입고 대형스크린 앞에 모였다. 물론 약간의 문제도 존재한다. 경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앞 사람이 자신보다 키가 한뼘 이상 큰 덩치거나 늦게 와서 자리를 먼 곳에 잡았다면 경기장을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물론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거리응원시 우린 경기 보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단지 파란 잔디 위에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그리고 축구공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게중 대부분은 축구공조차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응원을 하는데 축구 경기를 볼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 라고 반문할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무언가 잊고 있다. 앞서 내가 가슴에 새겨놓으라고 했던 문장을 외치자! 
 
4.
이제 당신은 모든 의문과 근심이 풀렸을 것이다. 그렇다. 축구는 우리가 응원을 하기 위한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지극히 논리적이며 이성적이라고 착각하는 몇몇은 목적과 수단이 바뀌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우린 도처에서 하고 있다. 새벽에 홍대 클럽을 가보았다면 그리고 가사의 뜻도 모르는 힙합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어봤다면 당신에게 묻겠다. 당신에게 있어 힙합이란 무엇인가? 그곳에서 멍한 상태로 허리를 흔들어 대는 남녀들 중 열에 아홉은 힙합을 사랑한다고 한다. 그 쿵딱거리는 음악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음악이 좋아서 밤마다 클럽을 찾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힙합이란 몸 비비기 좋은 배경음에 불과하다. 정말 힙합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언더에서 땀흘리는 많은 랩퍼들의 공연에서 몇 안되는 관중 중 하나가 되주거나 정신없고 시끄러운 곳이 아닌 (예를 들어 만원 버스나 지하철 혹은 도서관..;;) 조용한 방에서 음악의 비트 하나하나와 라임과 플로우를 느껴야 할 것이다. 꼭 이런 진부한 예가 아니더라도 돈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라. 인간이 편하자고 만든 돈이라는 제도에 그들이 묶여있지 않은가. 

5.
사족이 길어졌다. 갈 길이 멀다. 어쨌든 응원하는데 있어서 축구경기를 "봐야 한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에겐 귀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보이지는 않지만 해설자의 중계음성은 들을 수 있다. (한국 음향기기 기술은 매우 뛰어난 듯하다.) 흐릿한 화면이지만 중계를 들을 수만 있다면 화면은 보다 또렷해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린 해설자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혹 박지성의 실수로 생기게 된 위험한 상황에서 최진철이 상대방 공격수를 놓쳤다고 하자. 그러면 해설자는 말할 것이다. 
"최진철 선수 그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상대에게 슛할 공간을 만들어주면 안되는 것이였죠!" 
그러면 소리치자! 최진철 개XX!! 군중심리라는 것이 있다. 우린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한 사람을 욕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짜릿한 광경인가! 
안정환이 드리블을 하다가 빼앗겼다. 해설자는 말한다. 
"패스를 받는 설기현 선수의 움직임이 늦었어요!" 
박주영의 슈팅이 빗나간다. 
"설기현 선수 거기선 슛이 아니라 패스를 했어야죠!" 
(해설자도 사람인지라 선수를 헷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해설중 10번 정도이므로 그리 문제 되진 않을 것이다. 해설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들은 자신의 틀린 해설을 절대 정정하는 법이 없다!) 좋은 움직임으로 파고들어간 설기현 골키퍼와 1:1 상황을 만들었지만 골을 성공시키지 못한다.
"아.. 역시 설기현 선수.. 오늘 몸이 안 좋나요?"
그러면 우리 모두는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외치자!
설기현 이런 개XX!!

6.
당신은 열정적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선 소심하고 불의를 참고 큰 소리 한번 치지 못하는 이라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당신을 모른다! 그리고 주변엔 당신을 지지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지 않은가? 혹 말주변이 좋다면 당신은 그들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다.
"역시 설기현! 또 우리 골대로 달려보시지!" 라든가
"이천수!! 이 놈아! 입으로 축구하냐? 넌 왜 눈썹이 4개야!!"
라는 식의 발언은 당신을 스타로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혹 그걸로 부족하다면 인터넷을 이용하자. 인터넷에는 당신은 지지해 줄 수많은 이들이 있다. 다만 단점은 그곳에서 너무 주목받고자 하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사이버 수사대에서 당신을 부를지도 모른다.

7.
앞서 왜 그 많은 인간들이 잘 보이지도 않는 스크린 앞에 바글바글 모여 열광을 하는지 알아봤다. 즐거운 꼭지점 댄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춤을 추는데 있어 경기 보는 것은 포기한다고 봐야 한다. 손가락을 찔러대며 박자 맞추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언제 축구를 본단 말인가?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월드컵에서 축구는 중요하지 않다!" 
춤을 추는 것을 즐기자. 혹시 당신이 춤추기 보단 경기보기를 원한다면 다른데로 가라! 우리는 같이 어울리지 못하는 이를 원하지 않는다. 위대한 꼭지점 댄스에 동참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째려보며 즐기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자. 그럼 어느새 그들도 이 위대한 행위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당신도 월드컵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럼 응원을 더욱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한 스킬에 대해 들어가보자.

8. 
첫째로 자신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의 독자가 남자라면 자신의 몸을 거울에 비춰보라. 여름만을 기다려온 당신의 근육들이 답답한 옷 속에서 꺼내 달라고 꿈틀대고 있지 않은가? 당당하게 벗자! 월드컵이란 노출에 관대하다! 게다가 고마우신 언론에서 말하지 않는가? 응원의 코드는 노출이라고!! 혹 몸에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아령을 들어라. 그리고 뛰어라. 이래도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예쁜 빨간 옷을 입는 수밖에 없다. 여성분이라면 역시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아라. 젊음은 좋은 것이다.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월드컵은 무려 4년에 한번 씩이다. 태극기를 젖가리개로 쓰고 도시를 누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진부한 도덕주의자들이 당신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경쓰지 말자! 그들은 단지 당신의 아름다움을 시샘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를 위해서 현충일에 태극기를 다는대신 밤새 바느질을 했던게 아니던가! 
 
9.
준비가 되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이다. 모든 스포츠에서 자리싸움은 매우 중요하다.(그렇다 응원도 즐거운 스포츠다.) 둘러보아라. 흥분해있는 이쁜 여인을 찾아라.(사실.. 이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흥분해있다는 것이다.) 보다 찾기 쉽도록 그런 여자들의 특징을 몇 가지 써보겠다.
1. 경기가 잘 보이는 곳보단 남들의 눈에 잘 띌만한 곳에 있다.
2. 대부분 배꼽을 내놓고 있다. 그들만의 의식인 듯 싶다.
3. 8옥타브를 넘나드는 고음을 내뿜는다.
4. "오늘 경기하는 상대팀이 어디야?" 라고 말하곤 한다.
위 4가지 요건을 충족시킨다면 그들은 100% 흥분한 혹은 흥분할 여인이다.
 
10.
당신이 여자라면.. 그리고 내가 충고한 것들을 모두 행한(그러니까 태극기를 젖가리개로 쓰는..) 이라면 따로 포지셔닝에 대한 설명하지 않겠다. 어디 어느 곳에 있던 당신이 원하는 눈길과 손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11.
글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졌다. 한번 글을 쓰면 대책이 없다는 게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다음편에서는 즐거운 하룻밤 보내는 법이나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법(여기엔 남의 차에 오르거나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행위까지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패배에 대처하는 자세에 대해 쓰겠다. 갈수록 축구와는 전혀 상관 없는 내용만 열거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일깨워 주겠다. 


"월드컵에서 축구는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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