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하고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같은 아파트에 살때 너희집에 가서 구박을 받으면서 라면을 같이 먹었을때였다.
문현동에서 전학와서 친구 사귀기가 어려웠었는지 나는 가까운 곳에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뻐서
생각해보니 참 자주 너의 집에 들락날랐했었다.
미안하다. 많이 귀찮았지? 너도 얼라였는데 내가 얼마나 귀찮았을꼬 .. 당시나는 그것도 생각못하고 니가 라면이 아까워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라면 정말 맛있었는데 말이야.
중학교때 몇번 같은 반을 걸쳐서 고등학교는 다른 학교로 가게 되어서 자연히 너랑 멀어지게 되었다.
주변 친구들한테 얘기를 들었었어. 니가 일본 유학 갔다고 수능치느라 한참 머리 아플때였던 것 같다.
나는 내코가 석자라 니 얼굴만 어렴풋이 떠올리고 뭐 그런가 보다 했다. 내 중2병은 고등학교때까지 나를 지배했었나 보지.
20대 30대 까지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나는 너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오지랖 넓고 상냥한 외숙이가 너랑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으면 일평생 너라는 사람을 잊고 살았겠지.
덕천동에 있는 피자헛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너를 십몇년 만에 보는 건데 어쩜 중학교 때랑 똑같은지.
약간 기름진 참머리 하며 단발머리도 그대로고 좀 작은눈 두터운 안경도 하나도 변한게 없더라.
넌 우리 애를 많이 귀여워 해줬었지.어릴때는 몰랐는데 넌 아이를 좋아했나 보지?
크리스 마스 카드에도 써놓았더라 . 우리 아이 귀엽다고 가까운데 살았으면 자주 보러 갔을텐데 하고.
문자 메세지도 보냈잖아. 아이 보러 와도 되냐고 .
난 뭣도 모르고 언제든지 오라고 했다. 넌 고맙다고 했고. 뭘 새삼스럽게 이렇게 고맙다고 하나 난 생각했었고.
그때 ㄴㅣ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했었나봐.
몇달뒤에 니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창문에서 뛰어내렸다고..
난 가깝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멀지도 않은 너의 죽음에 어안이 벙벙해서 눈물만 조금 나왔고 그렇게 너는 잊혀졌다.
오늘 니 편지를 봤다.. 크리스마스때 준 그 카드 말이지 ,.., 그걸보니 새삼스래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나왔다.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또 만났다 헤어지고 ,,사람의 인생이란 왜 이렇게 슬프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니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이렇게 적고 싶었어.
그냥 말하고 싶었다. 눈치 못채서 , 너의 괴로움을 알아차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너무 미안하다고.
그냥 그냥. 니 영혼이 거기서도 평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살하면 천당 못간다고 하는 그런 종교가 싫다. 신이 그렇게 매몰찰리가 있나 그런건 신이 아니라 악마지.
행복해라 내 친구 윤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