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곧내입니다
취미로 그림그리는 거 좋아하는데 이게 주변에 밝혀지면
꼭 자기 그림 그려달라고 하거나 지인/가족 사진 줄테니 그려달라 하거나 캐리커쳐 그려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무보수로 일해달라 열정페이로 일해라 뭐 이수준까진 아니지만
평소 친하지도 않고 소 개 보듯 개 닭 보듯 데면데면 하던 분까지 와서 갑자기 와서
'님 계란후라이 좋아한다면서요 그럼 제가 님이 계란후라이를 흡입하는 모습을 보고싶으니까 님 점심으로 계란후라이 드셈 부탁좀 드림' 급 아무말 대잔치처럼 느껴져요 진짜 당황스러워요
요즘 회사 안에서 그림 동호회를 가입했는데요
사원정보 찾아보면 누가 어느 동호회인지 알 수 있는 정도거든요.. 요즘 이거 보고 부쩍 뭐뭐 그려달라 하는 사람들이 전에는 없었는데 생겼어요. 왜 덕들이 일코나 숨어서 덕질하는 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예쁜 여자 좋아하고 머리 긴 여자 가슴 큰 여자 예쁜 남자 좋아해요
특히 그중에 제일로 좋아하는 건 예쁘고 머리 길고 가슴이 큰 벗은 여자거든요
제가 미적 감각이 특이한 건 아닌데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심미안이 남들과는 좀 다르게 특이한 것 같아요. 한 8년 고민해봤는데 이제 좀 남들이랑 다르게 좀 닫힌 구석이 있는 걸 인정해요.
실제로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들이 부탁한 경우도 있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예쁘고 멋진데 내취향 아니에요 그냥 나에게 부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가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싶어요 기왕이면 아무도 없을 때만요!(그리고 이 생각 들고나서 제가 정말 쓰레기같이 느껴졌어요)
전 그냥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취미생활 하고 싶어요 저는 업무시간엔 절대로 다른 짓을 하지 않아요 그림도 퇴근 후에 쉬는날에만 그리고 동호회 페이지에 그림 올리는 것도 출근 전이나 퇴근 후 5분씩 짬내서 얼른 올리고 퇴근해요.
 
지금까진
-나 이거 하나만 해주면 안돼?
-아 제가 실력이 안되어서 안..되..겠는데요...ㅎㅎ..ㅎ.ㅎ.ㅎ
-아니 쉬운건데 이거 하나만 해주면 되는데
-아이고 죄송해유 다른사람 일 도와주는 중이라서
-한명만 해주면 안돼? 나 여기 앉아서 안움직일게
-아.. 저 보고 그리는 거 정말 못해요 차라리 ㅇㅇ씨(인간 만화책 복사기 달인) 한테 부탁해보세요ㅎㅎㅎㅎ
-따라그리는 거 못해? 왜??
-그걸 제가 아나요 맘먹은대로 그리면 여기 말고 작가 해서 돈 벌어서 그걸로 먹고 살았겠지요ㅎㅎㅎ
-미술전공 아니야?
-저 열아홉살부터 일해서 먹고 살았는데요?ㅎㅎㅎ
-아 그래? 내가 아는 동생(친척 혹은 아는사람)은 학자금 대출로 다녀왔다는데 너는 왜 안갔다왔어?
-그쵸 저는 고졸이고 그친구는 전공이 디자인이니까 더 잘 하겠죠ㅎㅎㅎ(내가 왜 이런 것까지 설명 해야 하나? 호구조사 하나? 친한 친구도 아닌데 왜 이걸 얘기하고 있지 나는 멍청이다 멍청이. 진작에 다른데로 도망갈걸.)
등등으로 회피했는데 오래 되면 무뎌질줄 알았는데 그냥.. 싫어요.....ㅠㅠ......

차마 너는 내 심미안에 드는 외모가 아니라서 그리고 싶은 마음이 안 든다 라고는 말 못하겠어요 이게 들으면 되게 기분나쁜 말인 걸 아니까요
딱 봐도 좋아서 그리는 그림이랑 싫은데 억지로 그린 그림이랑 차이가 확 나니까요. 이건 좀 부끄러워요. 취미로 사진도 찍는데 전 사람들 찍는거 관심없고 오로지 동물 식물 뿐이거든요.(저는 사람 찍는거 좋아하지 않아요 근데 사진기 갖고 있는 것만 보면 맨날 찍어달라 해요 메모리라도 따로 가져와서 부탁하면 밉지나 않지! 맨날 해외여행 간다간다 캐리어 산다 명품백 지갑 사온다 하면서 카메라는 왜 빌려달라고 하는거야? 너 내 이름밖에 모르고 밥 한두번 먹은 게 다잖아??... ) 제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은 진짜 못찍는다고 그래요. 제가 봐도 그렇고요..

속상하고 좀 쏟아내다보니 횡설수설 하네요 죄송해요...
그냥 지나갈때까지 지금처럼 적당히 넘기고 말까요.
같이 활동하시는 분 보니 알림창에 캐리커쳐 부탁 받지 않습니다 네버 라고 깔끔하게 써놓으셨던데 부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