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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에 영국 이민온 여성입니다 :)
게시물ID : gomin_13454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liviag
추천 : 14/6
조회수 : 4070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2/06 21:47:58
안녕하세요.
5년전, 한국 나이로 29살이었을 때
영국에 홀홀단신으로 이민온 여성입니다.
당시 Highly Skilled Migrant Professional이라는 셀프비자로 (스폰서 없이 일할 수 있는 비자) 영국에 와서
영국 오자마자 2주만에 취업을 해
지금까지 이직 을 몇번 하고 현재는 세계에서 제일 큰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근무중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믿는 건 '깡'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제일 큰 기업의 영국지사에서 처음 영국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했구
그 이후 영국에서 제일 큰 H은행에 온라인 마케팅 담당으로 이직했다가
현재 다니는 회사로 이직을 했구요.

지금까지 출 퇴근시 눈팅만 하다가
해외이민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글 올리는데
추가로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

1) 취업
저는 한국에서 서울에 있는 10위 안에 드는 신방과를 졸업했구요..
어학연수 해본적도 없는 한국 토종입니다.
단 하나 다른점은 어릴적에 이민가신 고모영향으로
미국 가고 싶다는 생각에
남들 뽀뽀뽀 볼 때  쎄서미 스트릿을 보면서
저 스스로 영어공부를 해서 영어는 어릴적부터 자습을 열심히 했다는 점 정도?
여기 와서도 당연히 제 모국어가 아닌 이상
그들의 (얼토당토 않는) 유머나 축구관련 수다를 전부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업무하며 의사소통하고 미팅하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정도네요.

이런 저도 여기 와서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취업을 했고
지금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서 매니저 자리로 근무를 하고 있으니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의 산 증인일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여기와서 느낀 점은 한국에서만큼 빠릿빠릿하게 일하면
진짜 우리 한국인을 당해낼 자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는 무슨...제가 언제까지 이걸 해내겠다고 하면
매니저가 나서서 너무 조급해 하지마...take your time이라고 할 정도로
애들이 정말 나쁘게 말하면 좀 느려터지고 laid back입니다.
그런애들 가운데 타인종인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조건 해내겠다는 추진력과 의지, 그리고 빠릿빠릿함 정도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도 대기업에서 근무했었지만
그때만해도 제가 볼 때 아닌건 아닌거였고 그래서 상사에게 말을 하면
괜히 튀는애, 또는 자기주장 강한애 정도로밖에 안 비춰졌던 게 사실입니다.
한국의 상하관계는 아직도 심한 걸로 알고 있구요...
하지만 여기서는 아닌건 아닌거, 그리고 그에 대한 타당한 의견을 내는 거는 좋은 태도로 비춰집니다.
성격은 어디 안간다는 게 맞는 말인 게..
여기 와서도 저희 직장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straigh-forward..즉 직선적이고 재밌는 애로 통합니다.

인터뷰를 다닐 때 항상 듣는 질문이
어떻게 영국까지 오게 되었니?
제 앵무새 대답은 항상 이랬죠...

--여행왔다가 영국이 너무 좋아서 여기 올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알아보다
스폰서 필요 없는 비자가 있단 걸 알아내서
3일만에 내가 지원 서류, 문서 다 준비해서
비자 받자마자 3일만에 비행기표 끊어서 왔다--

이 얘기하면 바로 그들이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동양아이 꽤나 당차네....하는 인상? ㅎㅎ
그러면 우선 초반 분위기는 제가 잡고 가는 겁니다.
그리고 항상 인터뷰 할 때 제가 갖는 태도는
"나 안 뽑으면 너희가 손해!!"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었죠.
그런데 그런게 다 드러난다고 해요. 나중에 저 인터뷰 했던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암튼 결론은 외국에서 공부 안해도
자기의 뜻이 있으면,
노력만 한다면,
한국스타일이 외국에서도 먹힌다는 겁니다!


2) 결혼
한국에서 여성나이 29살이면...결혼때문에 고민 많은 나이지요.
저도 한국에서 소개팅도 몇번 하고 그러다가
쓸데없이 이것저것 재는 남자들에 질려
다 됐다! 하고 영국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왔습니다.
이건 저를 믿어주시는 부모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지요...
저희 친척들만해도 그 나이에 외국나가서
결혼은 또 언제하냐며 걱정하시고 그러셨으니깐요.
하지만 어릴적부터 저희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어하는건 무조건 믿고 밀어주시던 분들이시라
거의 서른다 되어 제가 내린 선택을 또 믿고 적극 지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영국에 2009년 4월에 와서 직장 다니다가
2010년 초 프랑스인 남친을 만나
2013년 중순에 결혼을 해 지금은 임신 8주차네요.

유럽인들과 사귀면 가장 애매한 점이
우선 한국 처럼 '우리 사귀자' 하고 딱 무자르는 듯 하는 개념이 없다는 겁니다.
처음 데이트 하고
다음에는 저녁 같이 먹고
또 저녁 때 만나서 바에 가든 저녁먹고 하면서
점점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사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지
한국처럼 그럼 오늘부터 너와나는 연인! 이런 개념이 없어서
처음에는 저도 이거 괜히 시간낭비 하는 거 아냐? 했었네요 ^^;

처음 영국와서는 금융권 일하는..양복 딱 빼입는 Banker들이 좋아
그들을 만나려고 이런저런 소셜모임에도 나가고 그랬는데
결국에는 마음 딱 맞는 프랑스인 geeky 엔지니어를 만나 잘 살고 있네요 :)
그런데 사귀어 보니 나름 이것저것 따지고..또 무지 바쁜 뱅커들보다는
0 아니면 1, 흑 아니면 백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엔지니어가 참 괜찮은 거 같아요.

암튼...유럽인들과 사귀면서 제가 느낀 바는
같은 유럽인이라도 영국인, 프랑스인, 이태리인 등 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또 그들 사이에서도 차이점이 있다는 거.
예를 들어
영국인 = 문자위주. 만나자고 데이트 신청하는데 2-3주는 기본. 답답.
프랑스인 = 플레이보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정작 꽤나 가정적임.
이태리인 = 개인적으로 나는 별로. 항상 어딜가든 flirting 신공 발휘.ㅋㅋㅋ
독일인 = 개인적으로 북유럽인들과 더불어 가장 선호. 모 아니면 도. 따라서 여자 만나는 데에도 괜히 찍접대기보다는 단도직입적으로 좋으면 좋다고 함.
(이상은 제 경험 100%라기보다는 주변의 의견을 조합해서 낸 저만의 결론이니
재미로만 참고하세요^^;)

하지만 유럽인들이 딱 하나 같은 거는
그들은 데이트-동거-결혼 이 셋 중에 결혼은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점.
저도 청혼 받구서 결혼식 준비 할때까지 4개월간 부모님 허락 받구 동거했구요..
그 기간에 전에는 몰랐던 그의 나쁜 습관 (옷을 벗어 그대로 둔다던가..ㅋㅋ)을 알게되었지만
결혼 후에 츠나미같은 충격을 받는 것보다는 그 전에 하나씩 알아갔던 이 기간이
범퍼역할을 잘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데이트에서 결혼까지의 과정을 유럽쪽과 대조를 해보자면

(한국) 데이트 시작 >> 손잡기 >> 뽀뽀+a >> 결혼 (청혼은 결혼준비 하면서)
(유럽) 데이트 시작 >> 손잡기,뽀뽀+a 동시다발적 >> 동거 >> see how it goes.
애기를 결혼 안하고 낳는 경우도 많음. 결혼이 필수가 아니므로...

더불어 유럽인이든, 미국인이든 캐나다인이든...
아무튼 백인들에 대한 환상이 있으신 여성분들 중에 제가 조언을 하나 하자면
백인 남성 중에 백인여성들에게 어필이 안되어
괜히 자기들이 어필하기 쉬운 (?) 동양여성들에게 yellow fever가 생겨서
당신이 좋기보다는 당신이 동양여성이라 좋아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습니다.
이런 녀석들은 정말 무조건 조심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제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에는 동양인하고 절대 데이트 해본적이 없는 사람인데
제 성격이나 취미 등이 너무 잘 맞아서 저와 데이트를 하게 된 경우예요.
그러니깐 나를 나 자체로 봐주는 사람을 만나야지,
내가 동양여성이라 먼저 호의를 갖고 접근하는 looser 들은 무조건 조심하시라는 겁니다.
이건 그 사람 페북같은데 보면 주변 친구중에 아시안 여성들이 많나 아니나 정도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쳐야겠습니다.
오후에 벤더미팅이 있어서
슬슬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면서...또 궁금하신 토픽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좋은 주말 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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