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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 <비밀>
게시물ID : readers_1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게군
추천 : 13
조회수 : 1293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9/07/11 00:11:21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책들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은 편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리뷰를 올리는 것, 더군다나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 것은 빠쁘고 솔직히 그 귀찮음에 거의 잘 하지 않으나 이 책에 대해서는 꼭 하고 싶었다.

일단 비밀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작품이다. 아니 여느 작품 보다 더 몰입감 있고 더 유연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그리고 굉장히 독특한 제재, 아내가 딸의 몸에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는 아내가 딸의 몸에 들어갔을 때 주인공 헤이스케가 그녀에게 젊은 육신을 가지게 된 것에 대한 질투를 느끼는 것을 묘사한다. 또한 아내가 커감에 따라-딸의 몸이 크는 것- 고등학생이 되고 남학생들을 만날 때 그의 내면 심리 역시 너무나도 공감이 되며 사실적이다. 물론 이것 이외에도 소소한 여러 사건들에서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들은 너무나도 잘 드러낸다.

그리고 이런 '공감'을 바탕으로 하여 소설은 나에게 엄청난 몰입감을 주었으며 주인공 헤이스케와 대단히 동화됨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의 행동, 생각, 심리 하나하나가 나를 답답케 하거나 기쁘게하고 슬프게하며 부끄럽게 만들었고 소설의 결말에서는 나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을 정도였다.

서문에서 말하길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신의 최고의 작품으로 '비밀'을 꼽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그것에 수긍이 간다.

 

(이곳 아래는 미리니름(스포일러)입니다.)

 

 

아, 그리고 책이 끝나고 그 끝에, 아니 그것 보단 나오코에 대해 대단히 할 말이 많았으나 주위에 이 책을 읽은 이가 없어 썰을 풀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풀고자 한다.

결국 나오코는 9년 동안 자신이 사라지고 모나미나 나온 것으로 헤이스케를 속이며 자신이 결혼 할 때 헤이스케에게 (의도적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내가 공황 속에 빠졌던 것은 이 가공할 결말도 있었지만 나오코에 대한 대단한 분노 때문이기도 하다.

나오코는 딸의 육체를 얻고 초기에는 헤이스케를 순수하게 사랑한다. 그러나 점점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나가며 헤이스케의 관심, 사랑 그리고 질투심 따위를 귀찮게 여기기 시작한다. 그것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그녀가 고등학생이 되고 그의 도청사실을 알았을 때이며 그때 아마 이제 정말로 어떡해야 할지 생각을 하고 헤이스케를 속이는 계획을 그때 기획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동시에 헤이스케는 오가와의 헌신적이고 또한 대범한 사랑에 대한 말을 듣고 자신의 질투심과 좁은 마음을 버리고 아내의 변화를 더 이상 초조해 하지 않게 된다.

곧 나오코는 자신이 사라진 것으로 연기를 하고 그것을 믿은 헤이스케는 초연하게 받아들이며 장장 9년을 그녀의 뒷바라지를 하며 홀로 살아간다.

여기에서 하나하나 따져보면 모든 고통은 그의 딸 모나미와 특히 헤이스케에 집중되어 있다. 모나미는 더 이상 살아나지 못했으며 헤이스케는 나오코 때문에 그녀가 사라지는 연기를 하기전 5년 동안 단 한번도 바람을 피지 않고 또한 재혼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연기를 하며 9년 동안 개인적 추측이지만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의리 때문에 끝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려 14년 동안 그는 나오코 때문에 이성과의 접촉을 하지 않으며 외로이 고통을 받아오며 살아 온 것이다.

 그 동안 나오코는 자신이 바래왔던 꿈을 이루었으며 젊고 똑똑한 남자, 후미야와 결혼한다. 그 것에는 철저한 헤이스케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 고통, 인내 따위가 필요했다.

이래서는 안된다. 인도적으로 도의적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기적 욕망 때문에 헤이스케에게 일방적으로 고통을 떠안겼다. 만약 그녀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그와 우리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 당신은 재혼을 하고 나는 그저 당신의 딸로 영원히 살겠다. 이 모든 것을 비밀로 하자. 딸과 아버지와의 사랑, 육체적 관계가 없는 플라토닉 러브, 그리고 한 세대가 차이나는 육신과의 사랑은 가능하지 않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자고 딱 잘라 말했다면, 그는 그녀에게 더 이상 의리를 지킬 필요도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따라서 다른 여성과 재혼하여 또다른 여생을 보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기에 헤이스케는 14년 동안을 고독과 고통, 그리움, 혼란, 따위에 휩싸여 살았고 이내 그녀가 결혼 한 후에는 

결국 그는 자신의 아내 뿐만 아니라 딸 까지 잃어버린다.

딸이라 믿어왔던 모나미는 알고보니 나오코였으며-즉 그녀는 애초에 없었다.- 나오코는 그에게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하며 다른 남자에게 가버린다. 그런 그녀를 위해, 그는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영원히 비밀로 할 것을 맹세하고 그는 바닥에 쓰러져 통곡한다.

그에겐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딸도, 아내도. 그의 나이는 최소한 50대 중후반. 더 이상 재혼을 해도 남은 삶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성기능은 완연히 감퇴하고 육체적 능력 조차 달린다. 정신 없이 일한 탓에 볼품 없는, 정말 볼품 없는 황혼에 까까운 중년남성만이 있을 뿐. 정말로, 정말로, 그에겐 남은 것이 없다.

한 남자의, 정말 가슴 시린, 저린, 답답한, 헌신적인 사랑. 여실히 볼 수 있었지만 그 후유증이 너무나도 크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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