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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수 없다는걸 이해하기 시작했다.
게시물ID : gomin_13467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Jqa
추천 : 1
조회수 : 22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2/08 01:02:28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부모님 사랑을 느낀 적이 그리 많지 않다.
윗형제에게 떼를 쓰기도 했지만 형제는 부모님이 아니었다.
한창 궁금할게 많을 나이인 나는 부모에게 질문을 한 적이 적다.
화를 내면서 어려운 국어사전을 내 앞에 던졌다.
알아서 찾으라 했다.

나는 맏이처럼 어엿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나를 늦게 낳지 않았나.
나는 늙은 부모에게 귀찮은 존재였던걸까.
언제부터 태어나는게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었고
세상에 태어날 수 있는 결정권은 나를 만들고 낳기로 결심한 부모가 아닌
그저 아무것도 모른 체 세상에 나온 내게 있었나.

나는 아직 어린이면서도 성인이다. 차라리 청소년이면 좋겠다.
맏이가 내 나이때 이런 말을 들었나 싶다. 맏이를 원망할 일이 아닌걸 알지만
그래도 내 기억 속 맏이는 지금 내 나이 때 이런 소리를 듣지 않았다.
형제들도 내 나이때 이런 말을 들었겠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냥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하는 영혼 없는 생각이다.

나는 어리광을 피우고 싶었다.
늘 나는 철 없는 막내 소리를 들었지만 철 없는 나는 모든 말이던 다 하면서 엄마한테 안아달라곤 못 했다.
나는 누군가와 껴안는걸 좋아한다.
품이 닿으면 푹신하게 날 반기는 살과 따뜻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한테선 이 따뜻함을 받은 기억이 없다.

천대받은게 아니다.
밖에서 부모님이 나를 위해 희생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
내게 보냈다는 사랑이 왜 나한테 도착하지 않았을까.
돈이 아닌 품을 원했는데
빠듯한 살림에 새끼 먹여 살린다고 열심히 먹이를 구해 오고 피곤해서 뻗는다.
피곤한데 새끼는 아직 너무 어려 놀아달라고 보챈다. 그래서 짜증이 난다.
난 그 짜증을 먹었다.
난 그냥 엄마 품에 안기고 싶었어요.

분명 시작은 사랑이었는데 왜 마지막엔 쓴 맛이 날까.
나는 철 없고 게으른 막내여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보여주고 선물을 줘도 부모님은 돈을 버느라 바쁘니까
선물은 늘 서랍장 구석에. 부모님도 기억 못 하는 곳에.
일 하느라 바쁘니까.
나 먹여 살리려고 바쁘니까.

부모님이 날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웃기는 소리 하고있네라고 밖에 생각 나지 않는다.

아, 말이 너무 다른 길로 빠졌다.

오랜만에 응어리를 풀어 내려니 감정이 북받쳐서 다른 길로 빠졌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혼자 하는걸 좋아했다.
형제들하고 나쁜 사이는 아니였지만 언제부턴가 같이 뭔가를 하지 않았다.
한지붕 아래인데 마음은 모두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내가 먼저 방문을 두드리는게 겁난다.

그런데 어떤 집은 늘 방문을 활짝 열어 놓고 산다.
거리낌 없이 형제의 방에 들어가 같이 논다.
난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구하는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더라.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걸 어리광으로 봐 짜증이 났고 그런 사람들이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틀린 생각이었다는 걸 머리로만 알았다. 그래서 아무한테도 이런 생각을 말 하지 않았다.

왜 남한테 물어보고, 기대고, 선물하고, 사랑할까.
그래봤자 남이 너한테 상처 안 주면 감지덕지인데
내 부모가 그랬는데
하물며 남은 뭘 해 주겠냐.

그런데 다 서로에게 손 내밀며 살더라.
나는 평생을 내민 손 괜히 잡았다고 후회해 왔었는데
나한테 손을 줘서 잡았더니 코 풀고 버린 적만 많았는데
아무리 어린 나이라지만, 내 입장에서는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데..
더 살아봤자 무슨 꽃 필 날이 오겠나.
내일이 되면 조용히 죽었으면 좋겠다.

나는 사실 친구가 많다.
속내를 털어 놓을 친구가 많다.
부르면 바로 와 주는 친구도 있다.
나는 내 인간관계가 넓다는걸 최근에서야 느끼고 있었다. 다들 이런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친구가 날 보듬어주면 뭘 하나

내 안에는 가족이 없는데
내 품 안아 줄 가족이 없는데

그래서 가족과 화목한데도 질문이 많은 사람을 혐오했다.
먼저 찾아보지도 않고 물어보는걸 무능하다고 생각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해서 속으로 험담했다.
이런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았다.
여전히 머리로만 내가 틀린거란걸 알았고 마음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젠 내가 틀린거란걸 마음으로 안다.
나는 못났고 마음이 못생긴 소인배다.
자학이 아니라 누가 봐도 나는 소인배가 맞으니까
더이상 내게 상처가 있어서라는 자기위안을 하지 않기로 했다.

힘들면 혼자 앓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도와달라 하는게 맞는거고
지금까지 내가 살아 온 방식은 미련했다.
아직은 어색해서 입이 안 떼 지지만 언젠간 도와줘가 어색하지 않을테지
그런데 또, 너무 의지하면 안 되는걸 알아 조심하지만
어느 순간 나를 잘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 내 몸의 뼈 처럼 내 마음을 지탱하던 고집이
무너져 그 사람한테 온전히 나를 기대버려
그 사람을 힘들게 할까 봐 무섭다.

다른 사람의 물음표를 들여다 보고 같이 찾아주는 연습을 하는 방법은 깨우쳤지만
내 물음표를 남한테 보여주고 기대는 방법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다 크지 않았구나
배우면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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