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49 [그래도, 그럼에도]

[그래도, 그럼에도]

아카시아가 꽃피는 계절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의 편지를 받습니다

개구리의 이른 노래소리가 서글픈 까닭은

내 마음이 서글픈 이유였겠죠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어요

밤바람이 아직 서늘한 봄의 끝자락

낮바람이 조금 세찬 여름 앞에서

마른 웃음과 먼지 쌓인 울음으로 부르지 못한

그래도, 그럼에도

조심스래 굴려보는 이름

차라리 쌀쌀한 가을이었으면

차라리 얼어붙은 겨울이었으면

마음을 조용히 얼려 담아두었을텐데

애는 마음 추워서 그렇다 말할텐데

왜 햇살 속에서 나는 아플까요?

꽃이 어느새 저물고 푸른 잎사귀 찬란한

그리움이 어울리지 않는

애달픈 마음이 어색한 계절 속에서

차라리 낙엽과 눈을 바랍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