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 네드베드의 체코에게 완승을 거두었군요. 신문 기사 타이틀처럼 일단 지금까지의 월드컵에서는 최고의 이변이 아닌가 합니다. (그동안 이변이 없어서 좀 시시했음.ㅋㅋ)
한국사람들은 약팀을 응원하는 경향이 좀 있습니다. 침략의 뼈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일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브라질, 잉글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강팀들의 상대가 되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트리니다드토바고, 이란 등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일본인과 아주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입니다. 일본인은 힘을 가진자, 강자로 인정된 자에게 무조건 복종을 하는 성향을 보이죠. 잠시 언급하면 일본이 2차대전때 원폭 두방 맞고 맥아더의 관리하에 들어갔을 때, 맥아더가 가장 놀랐던 점이, 일본인의 무조건 복종 정신였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지들나라 국민을 대량학살한 미국군에게 너무 순순히 고개를 숙이더라는 거죠. 즉, 명백히 강자로 인정된 자에게 복종을 넘어선 경외심 비슷한 것을 너무 쉽게 느낀다고 해야 하나요... 반대로 약자에 대해 발벗고 나서는 정의감이랄까 이런게 없습니다. 그래서 이지메 문화가 일본인의 생활의 일부로 쉽게 자리잡은게 아닌가합니다.
제가 일본에서 월드컵이란 걸 처음 보는데, 한국의 월드컵 방송도 자국 경기 외의 다른 팀 경기에 대해서는, 중립을 유지하거나, 아니면 특별히 관전 포인트가 있거나 한국과 연고가 있는 나라라면 그 나라를 부각한다거나... 하지 않습니까. 근디 일본 방송은 늘 같습니다. 무조건 강팀 응원합니다. 브라질, 독일,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스페인...조낸 열심히 응원합니다. 강팀 경기때는 독일에 가 있는 특파원이나 급파된 연예인을 연결해 인터뷰하고 하는데, 죄다 강팀 유니폼 입고 열심히 브라질의 승리를 기원하고 잉글랜드가 이기길 바라고... 정말 신기할 정도로 한결같아요. 방송꼭지도 무조건 강팀 위주이고 이노무 호나우딩요는 티비에 매일 나옵니다. 보여준거 또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야그가 좀 길어졌는디, 일본인들은 어제도 다덜 체코 응원들하고 있었을 겁니다.
근디 전 다름아닌 일본에서 본 티비 프로그램 땜에 더 가나를 응원하게 되었어요.
얼마전 가나의 어린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같은걸 봤는데... 가나가 아동학대와 노동착취가 굉장히 심각해요. 그니까 농기구나, 어망 같은... 그런 '도구'로써 아이들이 착취를 당하고 있습니다.
가나 초콜릿 아시죠... 그 초콜릿의 재료인 코코아를, 4,5살 어린이부터 10살 넘은 중딩 정도의 애들이 농장주에게 고용되어서, 헐렁한 티셔츠하나 걸치고 나무위로 훌쩍훌쩍 올라가서 손으로 땁니다. 나무가 워낙 높아서 삐끗해 떨어지면 심각하게 부러지거나 죽습니다. 아침 7시에 일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구요. 먹는걸 넉넉히 못주니까 대신 잠을 많이 재우더군요. 저녁 8시에 무조건 재워요. 그리고 또다른 하루가 시작되지요. 그걸 보니까 초콜릿 좋아하는 저도 가나 초콜릿이란 이름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지더군요. 농장주의 관리하에 있는 나무의 코코아를 다 따고 딸것이 없으니까 그 몇시간을 더 노동시켜서 뽑아 먹으려고 이웃 농장에 애덜 끌고가서 일 시키고, 이웃 농장주에게 돈 받아 먹더군요.
또 어촌으로 인신매매당하거나, 아니면 가난한 부모에 의해서 어촌으로 보내진 애덜은, 고기잡이 어망 정도로 사용됩니다. 애들 걍 바다에 던져서 어망 다 설치하라고 하고, 직접 고기를 잡으라고도 하지요. 그래서 물고기에게 살점이 뜯기기도 하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더군요.
그 아이들의 소원은 한결같이 '학교가서 공부하는 것'입니다. 우연히 주은 볼펜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면서 낡은 종이에다가 글 쓰는 연습을 열심히 하는 형과, 그 형에게 글을 배우는 동생의 모습도 나오더군요.
그런 상황을 영상으로 봐서 그런지, 어제도 가나가 이겼으면 했습니다.
뭐 가나라는 나라가 이긴다고 그 나라 애덜이 살기 좋아질리도 없으며, 저의 얄팍한 동정심일수도 있겠지만, 걍 가나가 이겨줬으면, 위로위로 계속 4강까지 갔으면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