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었던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움의 기념탑에 마라톤 우승자인 고 손기정 선생의 국적이 아직도 일본으로 돼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독일의 히틀러가 올림픽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이 기념탑은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입구 양쪽에 가로 3m 세로 10m 크기의 대리석 벽면 6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종목별 금메달리스트의 이름만 올라 있다. 손기정 선생의 이름은 당시 육상 100m 200m 우승자인 제시 오언스(미국) 등에 이어 독일어로 'MARATHONLAUF 42195m SON JAPAN'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주성 전 성신여대교수 IS 생생증언 "1970년 내가 KOREA 새겼었는데…" 이를 국내에서 처음 발견한 이주성 전 성신여대 교수(66)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만방에 떨친 역사의 현장이 아직도 왜곡돼 있다. 70년이 다 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안타깝다"며 "지난주 손기정 선생에 대한 IOC 홈페이지의 오류를 지적했듯 즉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이 노학자가 '제2의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손기정 선생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꾼 이 사건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독일은 물론 세계 체육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노학자는 60년대 말 경제사상사를 연구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의 자유베를린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 손 선생의 국적이 일본으로 돼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심 끝에 광복 25주년을 맞은 70년 8월 15일 자정 무렵 독일 유학 당시 망치와 정을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 밤샘 작업 끝에 '재팬(JAPAN)'이란 영문을 쪼아내고 그 위에 '코리아(KOREA)'를 새겨 넣었다. "당시 베를린 일간지인 <베를리너 자이퉁>에서 대서특필하는 등 독일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웠지. 나? 며칠 후 체포를 피해 스위스로 피신한 뒤 귀국했지. 벌써 35년이 다 돼가네." 하지만 '손기정은 한국사람'(SON KOREA)이란 그의 주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3개월 뒤 독일 당국이 국적을 다시 일본으로 바꿔 놓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이를 알게 된 노학자는 청와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문화관광부 등 요로에 정정을 요청하는 편지를 수차례 보냈지만 아직 대답이 없다며 흥분한다. "이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손기정 선생이 당당한 한국인으로서 다시 우뚝 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모든 이의 관심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