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라반에서 숙식제공을 받으며 이틀쉬고 이틀일하고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 조건으로 지내고 있다.
일반 게스트하우스보다 자유롭고 조식준비, 파티준비가 없어 편한 대신
하우스 키핑처럼 방마다 청소해야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매일매일 캠핑 분위기를 만끽하는것에 대한 수고로움이라 생각한다.
[일하기전 해먹에서 잠시 휴식]
-근데 하필 오늘따라 할일이 많았고 하필 오늘따라 사장님은 대청소를 시작하셨다...
베개이불 커버교체, 청소기돌리기, 물걸레질, 화장실욕실 청소, 빨래 등등 쩔뚝거리는 다리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내집 청소도 이렇게 열심히 안하는데... 그래도 밥값은 하고싶었고
하다보니 땀도나고 내가 무언갈 하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로인해 방이 깨끗해진다...?!
싹 청소끝낸 카라반 내부를 보니 뿌듯한 마음까지 들었다. 딴생각 안하고 청소만 하는것도 좋구나..
-오늘은 주말이라 풀방이였고 손님맞이 카라반세차까지 하셨다.
청소는 오후까지 이어졌고 손님이 하나둘 오고 저녁쯤에 풀방이 되었다.
캠핑장에 8090 가요를 틀었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바베큐에 술한잔씩 한다.
뭔가 이..맛인가?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다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맛에 하는거구나.. 사람들은 각자의 재미와 인생을 사는것같다. 그러고 보면 요 몇일간 본 사람들은 참 재미나다.
캠핑이 좋아 도심에 집을두고 멀리 해변에 캠핑장을 운영하는 사장님,
5년동안 촬영일을 하다 접고 제주도에 정착하려는 27살동생,
스냅사진 일을 제주도에서 하려는 친구,
잠시 일을 쉬고 서울서 여기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온 언니.. 다들 각자의 인생을 산다.
그들은 알까..?
결혼준비까지 한 4년사귄 남자랑 헤어지고 이곳에 한달간 여행온 좀전에 방 안내해준 여자를..
-사장님이 우리도 기분을 내보자며 밖에 상을 차렸다.
고추장돼지볶음이랑 제주도산 막걸리와 소주. 여기선 라면만 끓여도 맛있다.
살빼기는 글렀다...
-이곳에 머물고있는 리트리버 강아지가 있다. 오늘 처음 봤는데 엄청 순하고 귀여웠다.
강아지에 정신팔릴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난게 있다. 내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강아지 였다.
그는 순하고 귀여운 대형견같은 이미지였다. 웃을때 참 귀여웠는데.. 폭하고 안기고 안아주고 싶었다.
오늘은 마냥 해맑게 웃는 그의 얼굴만 떠오른다..
그렇게 항상 웃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