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지금 비판하는 ‘붉은악마’는 어떤 ‘붉은악마’입니까? 97년에 축구를 좋아하던 동호회 사람들이 국가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결성해서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사비를 털어 프랑스까지 날아가 열띤 응원을 펼치고 2002년 어떻게 응원해야 할지, 어떻게 축제를 즐겨야 할지 모르던 우리에게 그들 스스로 구심점이 되어 응원하는 방법과 축제를 즐기는 법을 가르쳐 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서포터스 동아리인 고유명사로서 ‘붉은악마’ 입니까? 아니면 위에 언급한 붉은악마 정회원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사랑하고 그들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붉은 옷을 입고 갖가지 치장을 하고 국가대표를 응원했던, 그들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었던지, 어떤 조직에 속했던지 간에 대명사화된 ‘붉은악마’라는 이름으로 통칭되었던 대다수의 우리 자신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응원이라는 목적보다는, 단순히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그러나 정작 축제를 어떻게 즐겨야 할지는 모른 체, 고유명사로서 ‘붉은악마’, 보다 대명사로서 ‘붉은악마’보다 더 요란한 치장을 하고 길거리로 나가, 미친 듯이 광란의 밤을 즐기는데 열중한 철없는 애들입니까? 제 주축이 맞다면, 토고전이 끝난 뒤 시청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고 동아리 ‘붉은악마’와 대명사로서 ‘붉은악마’를 욕했을 테고, 버스위에 올라타고, 남의 차를 부수고, 압구정 한가운데서 낯 뜨거운 퍼포먼스를 벌렸던 세 번째 부류의 인간들을 보고, ‘붉은악마’라고 지칭하며 욕했을 겁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세 번째 부류의 인간들을 비판하시는 거라면, 그들을 지칭할 때 ‘붉은악마’라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붉은 옷을 입고,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치장을 했다고 해서, 국가대표를 응원해야한다는 목적을 잊은 그들을 ‘붉은악마’라고 보고, 붉은악마새끼니 붉은쓰레기니 하며 욕하는 것은 응원문화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올바른 응원문화를 제시하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축제문화를 보여줬던 서포터스 ‘붉은악마’의 노고와 그것에 동참하여 2002년의 멋들어진 응원과 축제를 완성했던 대다수의 국민들을 욕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붉은악마’라 불릴 수도 불려져서도 안돼는, 단순히 즐거운 축제를 망치는 헤방꾼들일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인간들을 지칭할만한 대명사를 잘 알고 있잖습니까. 미친XX들이라는... 그리고 대명사로서 ‘붉은악마’를 욕하시는 거라면, 제가 감히 그런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02년 그 ‘붉은악마’로서 열심히 국가대표를 응원했고, 여전히 그 ‘붉은악마’로서 응원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리겠습니다. 지난 토고전에는 사정상 집에서 응원을 했지만, 다음 프랑스전에는 광화문이든 경기장이든 길거리로 나가서 응원할 생각입니다. 간만에 몸도 풀면서 목이 쉬어라 응원하고, 우리 국대가 이기든 지든 간에 경기가 끝난 뒤에는 우리선수들에게 박수한번 크게 쳐주고 난 뒤, 주변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버리고 가지 않도록 독려하고,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주변을 정리하여 버려진 쓰레기로 붉은악마라는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여러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더러운 꼴 보기 싫어서 집에서 조용히 대표팀 응원하겠다고 하는 것도 좋지만, 저처럼 02년의 즐거운 추억을 갖고 있다면, 그래서 더더욱 지금 보여지고 있는 모습이 맘에 안 드신다면 차라리 저와 같이 길거리에 나와서 제대로 된 응원과 제대로 된 축제의 뒷마무리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바랬던 모습을 행동으로 옮겨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셨으면 합니다. 한 두 사람의 행동으로 전체를 일순간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단순히 뒤에서 비판만 하는 것보다 그런 적극적인 행동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 서포터스 동아리 ‘붉은악마’를 비판하시는 분들은 제 자신이 정회원도 아닌마당에 따로 말씀 드릴 것은 없고, 붉은악마 사이트에서 공지사항으로 올려진 '신붉은악마선언'이라는 글과 시간 내셔서 붉은악마 관련 자료를 찾아보시면 지금 발생한 문제들로 그들이 비난의 대상으로 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따로 언급할 것은 '니네가 붉은악마고 니네가 응원을 주도하니까, 붉은 옷 입고 설치는 애들이 일으킨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져라' 라는 식의 생각은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루하게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오늘 점심시간에 낮잠을 잤는데, 그 분이 오셔서 프랑스전에 후반 한골로 승리할거라 했습니다. 토토 한번... ps2. 아르헨티나 정말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