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고3 생활하다가 수능봐서 대학 온 학생인데요.. 간만에 집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주말에 내려갔다 왔습니다. 그냥 시골에서 쉬면서 정신 차릴겸 갔던 건데 금요일 저녁에 집에 가 보니 부모님 기분이 별로 안 좋아보이더군요.. 알고 봤더니 제 중학교 때 동창 어머니를 오늘 시장에서 봤대요. 근데 제 동창이 올해 sky를 들어갔다고 그 애어머니께서 자랑을 하시더랍니다. 그러면서 니 친구는 공부 잘 해서 명문대도 가는데 넌 뭘 해서 그따구녜요.
솔직히 제가 공부 별로 한다는 거 인정하는데, 그리고 건강도 안 좋은 편이라 엄마아빠 병원 자주드나들게 한 못된 인간이란 것도 잘 아는데요.. 그래도 제 존재가 비교당하고 하찮게 취급 당하는 게싫어서 일부러 웃으면서 괜찮은 척 하며 '그래두 난 초등학생 때(건강했을 땐) 전국 육상선수 선발대회서 은메달도 따고 미술두 잘해서 수채화로 금상도 타 봤잖어요~ㅎㅎ'이러고 억지로 분위기 완화시키려 했는데 '그래도 난 너같은 새끼 낳느니 걔 같은 애 낳는다'라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몰라요.그냥..괜찮게 생각하고 넘겨야 되는데 이 한마디가 왜이렇게 씁쓸하고 힘든지.. 20년간 내가 쌓아오면서 부모님께 잘 보이려 노력한 것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되는 느낌이네요. 뭐 이런 비슷한 말 한두번 들어본 거아니고 어려서부터 참 별거 아닌거로 자주 맞고 혼나서 병 걸린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난 부모님이니까 잘 보이려고 싶어서 나름 열심히 살아 왔다 생각했는데 부모님껜 그게아니었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