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창간 당시 직장 초년생으로 쥐꼬리만한 월급 헐어 주식을 샀더랬죠. 고사리손 오물대며 재롱부리는 아이보는 것처럼 아마추어티 물씬하던 한겨레에게 씨뿌리고 물주고 하면서 나름 기고, 걷고, 달리고 하는 모습을 쭉 지켜봤죠. 이사 다니는 통에 주식 관리도 제대로 못했고, 처음 몇년 영문도 모르고 주총이란 걸 참석하긴 했지만 안 망하니 됐다는 심경으로 그냥 방치해 두었습니다. 참여정부 들어서고 얼마 안 있어서 모모 기자들, 칼럼니스트들 내세워 비아냥대는 기사 내기 시작할 때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더랬죠. 노무현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이들의 논리도 일리가 있다 싶어서 받아들이려고 했죠. 그런데 제 나름대로의 기계적 중립성을 가지고 보더라도 꽤나 어거지스럽고 납득하기 어려운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아무튼 그 이후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왜 한경오인지 아는 분은 아실테니까요. 어쨌든 느닷없이 임시주총 공고가 났습니다. 물론 저는 통보받은 적 없어요.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됐을 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덤벼라 문빠들아"(물론 문빠도 아닙니다)라며 술 처먹고 속내를 드러낸 안수찬의 밑바닥 때문에 눈꼽만치 남아있던 위선적인 애정조차 다 떨어져나간지라 주총에 꼭 가보고 싶었었죠. 금요일 오전 10시, 평일이라 그런지 대부분 연로하신 어르신들입니다. 촛불집회에 어르신들 꽤 많았는데 아마 이런 분들이지 싶습니다. 임시주총의 안건은 보아하니 경영 개판으로 한 것에 대한 면피를 위한 자리더군요. 롤링스토리라는 곳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밸류인베스트먼트라는 사기 투자회사 뒷조사도 않고 합작으로 일하고, 경영을 모르는 제가 봐도 개판개판 이런 개판이 없습니다. 심지어 3월 정기주총에서 들통난 분식회계여서 결국 임시주총을 하게 된 사연이더군요. 나중에 회계사 지인에게 재무제표 보여줬더니 어처구니 없어합니다. 까놓은게 이 정도라면 숨겼거나 멍청한 경영진이 모르는 부분은 엄청날 거라고, 한겨레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회사로서의 앞날은 심각하게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사실 저는 경영, 회계 문제 이런 것보다 편집 문제에 관심있어서 간 거였습니다. 그런데 임시주총이고 의제가 그거라서 그런지 다들 경영에 대한 지적만 했습니다. 그냥 분위기만 보고자 간 거였는데 몇몇 사람만 돈 이야기 하니 이해도 안 되고, 한겨레의 문제는 저게 아닌데 싶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분이 포문을 여셨어요. 무능하고 소통부재의 경영진에 대해 비난하고, 일 저지른 다음에 바쁜 사람들 불러 면피하려느냐, 투자할 때 물어보고, 회사 매각할 때는 단 한마디도 없었고, 그렇게 번 돈은 어디다 쓰고 이런 부실 경영에 대해 찬반으로만 넘어가려 하느냐며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막으려고 아주 인상이 안 좋은 양 뭐라는 사장이 변명도 구질구질 길게 하더군요. 감사라는 사람이 전문적 프리젠테이션 하면 사실 저 같은 사람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요. 너무 길어진다 싶으니까 또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저는 한마디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몰라서 암말도 못했구요. 그런데 어느 여자분이 아주 비분강개하시면서 너무나 적절하게 질문하셨습니다. 한겨레 주식 살 때는 독립군 군자금 내는 심경으로 한 것이다, 주식가치 좀 손해봐도 정론지로 우뚝 서서 자기 할 말 제대로 한다면 그걸로 만족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시중에 한경오란 말 나오고 당신들 내부 논리로 엉겨붙어 공적이 된 이 사태를 뭐라고 설명할 것이냐, 무능한 경영진들이 자기들끼리 돌려막기 하고 폐쇄적 구조를 보이면서 정작 그 화살은 밖으로 돌린다라고 말하는데 아주 시원하더라구요. 또 어떤 남자분은 마침내 그 이름 입밖에 냈습니다. 안수찬, 성한용, 하어영 이딴 기자들이 독자와 주주를 모두 문빠로 돌리고, 자기들 잘난척 하는 맛에 기사 쓴다고요. 이 사태에 대한 설명에 따라 찬반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자 일제히 질문 나오기 시작합니다. 특히 문맥상 노무현 대통령 죽으라고 읽힐수밖에 없는 김종구가 편집팀의 의견이랍시고 말하자 사람들이 전부 다 날카로와졌습니다. 어느 여자분은 아예 노무현 대통령 죽으라고 칼럼 쓴 것도 당신이고, 가짜 뉴스 인용해서 그딴 개같은 칼럼 쓴 주제에 감히 단상에서 가짜 뉴스 필터링 따위 소리하냐고, 역겹다고 평생 반성하라고 일갈하는데 저는 일어서서 박수칠 뻔 했습니다. 중간에 나와서 결과는 모르겠지만 어처구니 없이 찬반은 거수로 결정했다는군요. 우연히 지인을 만나서 나중 얘기 들었는데 꼴을 보니 사측 사람들이 와서 찬성 거수기 역할 한 거 같답니다. 아무튼 한겨레 주총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구경은 했구요. 이제부터 정기 주총도 필히 챙기렵니다. 이런 글 올리면 어거지 논리 쓰는 분들 꼭 있죠. 그럼 한경오가 망해야 하냐고, 조중동이나 욕해라 이런 식으로요. 입막음 하기 위한 말도 안되는 비약 논리 들이밀지 마세요. 집에서 부부싸움 하는게 이혼을 하기 위한 절차입니까? 어차피 같이 살기로 한거 서로가 공존하기 위해 대화하는 거고, 그게 심해지면 쌈박질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런 과정 거치면서 정 못살겠으면 이혼하는 거죠. 이혼까지 가는 길이 바닥까지 다 보이는 꼴임은 말할 것도 없고요. 조중동 및 경오는 내 회사도 아니고, 설사 내가 주식을 산다 한들 저런 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한겨레는 내 새끼예요. 저 말고도 엄청 많은 부모가 있습니다. 심지어 그 기자들도 같은 부모입니다. 그런데 누가 애를 망칩니까? 가만 놔뒀다간 애가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깜방 가게 생겼는데 그거 구하자고 달려드는 저같은 주주들은 마치 한겨레 망하게 만들 세력으로 봐요? 심지어 양 뭐라는 사장이 어제 지 입으로 그러데요? 이 임시주총에 음해하고자 하는 외부세력이 있다고요. 저네들에게 비난하는 주주는 음해세력, 미리 심어놓은 저네편 주주는 한겨레를 아끼고 사랑하는 주주.. 이딴 식이니까 욕 듣는 거죠. 암튼 나가야 해서 제대로 못 쓰고 마무리합니다. 내년 주총까지 어쩌는지 함 지켜볼 거고요. 내 새끼 잘못되는 꼴 그동안 너무 방치했으므로 이제 본격적으로 조지고 벌주고 할랍니다. 그래도 말 안듣고 사고치면 감옥 쳐넣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