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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26 -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 정유정 / 비룡소
게시물ID : readers_135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0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6 18:26:22

출판일 07.07.01
읽은날 14.06.16

42p.
참으로 걱정스러웠다. 머리가 이렇게 망가지고도 후유증이 없을지. 허구한 날 내게 달려와 "주노야, 선도부 만시기가 규와니 또 때려쪄, 가서 때찌 해줘."라고 혀 짧은 소리로 일러바치게 되는 건 아닌지, 저 참담한 몰골로 '우리 집 일'은 어찌 수행할 것인지.

118p.
"너, 어떤 인간을 미친개라고 하는 줄 알아?"
정아가 내 말을 가로챘다. 표정은 밀랍처럼 굳어졌고 날 쏘아보는 눈동자에 파란 불길이 일었다. 비로소 낯선 정아가 사라지고 익히 보아 온 암고양이 정아로 돌아와 있었다.
"조심해서 덜 물면 미친개가 아냐. 그냥 개지. 제정신이 아니라서 얘기가 안 되는 건 미친개가 아니야. 제정신인데 얘기가 안 되는 게 미친개야. 물겠구나, 할 때 물면 미친개가 아냐. 예상도 못 할 시점에서 기발한 방식으로 물어뜯는 게 미친개야. 한번 이빨 박으면 피 맛을 보기 전엔 빼지 않는 게 미친개야."

200p.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뜩함 사이에서
더욱 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 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문병란 - 호수

323p.
"돌아갈 수 없을 땐 돌아보지 마. 그게 미친 짓을 완수하는 미친 자의 자세야. 오케이?"

381p.
푸름 마을을 지나오며 안개섬의 새벽을 생각했어. 우리가 봤던 낯선 것들, 아름다운 것들, 빛나는 것들. 아니 어떤 말도 그들을 칭하는 데 적당하지 않을 거야. 세상 깊숙한 곳에 숨어 있다가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던 그들을, 나는 그냥 '비밀'이라 부르기로 했어. 내 인생의 첫 비밀. 어쩌면 우리가 함께한 며칠은 우리 인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법을 가르친 신의 특별한 수업이었는지도 몰라.
세상에는 신이 내 몫으로 정해 놓은 '비밀'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그렇다고 동의해 줘.
참혹한 대가를 치렀지만 난 자유를 얻었어. 비밀을 찾아가는 법도 배웠어. 그러니 이젠 나를 믿을 테야. 우리들 여행의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 잊지 않을 거야. 나를 무릎 꿇리려 드는 게 있다면 큼직한 감자를 먹여 주겠어. 이래봬도 내가 깡이 좀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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