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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빠따 #백일몽의고치
게시물ID : mabinogi_135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4
조회수 : 52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1/18 22:24:19



당신은, 지금도, 또다시, 바닥에, 언제나.

그리고 나는 눈을 감는다. 사방에 번져오는 어둠에 먹히는 것은 불쾌하니까, 아예 나 스스로를 어둠에 가두는 것이다. 이번의 당신은 조금 덜 아팠기만을 바래요. 정말로 그래요.


레이모어. 내가 당신의 어디까지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할까요?

당신은 나의 어디까지 알고있나요?

네? 대답해줘요, 당신.


"전투에 나가시는 것 치고는 무척 꾸미셨네요."


목소리에는 의외가 번져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면, 언제까지나 상냥한, 그저 상냥하기만 할 것 같은 미소가 물빛 머리카락 아래에서 흔들린다. 당신은 약간 부스스해보이는 머리칼을 하고 있다. 단정하지만 특색없는 옷차림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지 못했다. 그가 팔에 실린더를 차고있지 않았다면 힐러라고 해도 믿을만큼 선량한 얼굴이 죽음 앞에서 구겨지는 것을 나는 몇번이나 목도했다.


"옷이라도 예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서요."

"조심하세요. 치맛자락이라도 밟으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퉁명스레 대답하는 내게 당신은 농을 던진다. 뭐, 까짓것 제가 지켜드려도 되지만요. 그 말을 하고 씨익 미소를 짓는 당신에게 마주대고 웃어줄 힘도 남아있지 않다. 내가 하는 말들은 전부 다 거짓말뿐이다. 이 전투의 끝에 힘이 모자랐던 내가, 갑옷의 무게에 겨워 내 몸 하나 지탱치 못할 때 당신은 내 앞을 가로막았다. 괜찮으냐고 묻던 당신의 떨리던 목소리와 뜨거운 피. 그러니까 갑옷은 안된다.  내 트인 목덜미에 쏟아져 흘러내리던 뜨겁고 역한 그 냄새들. 공격당하는 당신을 가로막아도, 모든 적을 먼저 죽이겠다고 날뛰어봐도 내 갑옷은 그저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러니까 안된다.


"하지만 검은 드레스라니 특이하네요. 물론 예쁘십니다만."


거짓말 말아요. 당신, 거짓말할 때 웃는거 어색한거 잘 모르죠? 게다가 저번엔 상복같아서 불길하다고 했었어. 하긴 그래서 다른 색을 섞은 드레스를 새로 하나 맞췄지만. 검은 드레스와 붉은 리본과 황금색 레이스. 그 모든 것은 당신을 위해. 내 머리에 단 붉은색 장미는 이전까지의 당신을 애도하려고 준비한거에요. 그 말은 꿀꺽 삼켜 없앤다. 감정을 삼킨 대신 치밀어오는 것은 분노와 원망과, 그런 것들이다. 빌어먹을 모리안. 빌어먹을 신들. 어째서. 내 표정이 구겨지는 것을 보고 레이모어, 당신의 얼굴이 걱정스레 바뀐다.


"어디 좋지 않은건가요?"

"가요."


대답하지 않아요. 당신을 지키지 못한 나는 몇번이나 이 장소에 돌아와있는걸요. 그것으로 최악인데.


제너. 운좋은줄 알아요. 이 반복이 아니었다면 난 당신한테서 이 남자 뺏었을지도 몰라. 당신밖에 모르니까, 당신을 위해서 사니까, 수십번을 나 대신 죽어버린 이 사람이 당신밖에 모른다고 말했으니까 양보하는거에요. 그러니까 죽지말고, 이 멍청한 남자를 내가 당신 앞에 데려다놓을 때까지 버티란 말이야.


손에 쥔 완드를 단단히 틀어쥐고 그림자 세계로. 내 약함을 탓하며 나는 이제 당신을 구하는건지 세계를 구하는건지도 모르는 채다. 하지만 레이모어 당신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세계 하나쯤은 구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나만이 되돌아오는 이 세계를 당신을 위해 깨뜨려볼게요.



그러니까, 제발, 이번엔, 살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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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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