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고 며칠 안돼서 원인 불명으로 대장이 파열됐어요.
그래서 긴급 수술하고 한달 조금 넘게 입원했어요.
고생 많이 했죠. 일단 아기랑 떨어져있어야 하는 맘고생, 그리고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그거 치료하는데도 너무 아팠고, 뱃속에 농 제거한다고 마취도 안하고 배에 구멍뚫어 호스 넣고..
금식도 많이 했고 병원밥 맛없어서 잘 못먹어서 많이 말랐어요.
출산 후 아픈바람에 산후조리는 전혀 못했어요. 지금 퇴원하고 2주 좀 넘었는데,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회복중이예요.
아기를 시댁에서 돌봐주기로 하셔서 저도 자연스럽게 퇴원 후 시댁에 와서 요양(?)하기로 했고, 지금 시댁에 살고 있어요.
집이 꽤 넓어서 부대낄 일 없고 몸은 그래도 편할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시집살이라고 맘고생이 좀 있네요.
자잘하게 가분나쁘게 하는건 어머님의 말과 행동이구요, 크게 한방씩 속상하게 만드는건 아버님이 가끔 너무 상처주는 말씀을 하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가 언제 이렇게 다 모여 살겠니. ㅇㅇ이(아기 이름)이가 이렇게 만들어준것 같다. 그래서 좋다." 이런 말씀인데, 제 입장에선 제가 아파서 같이 살게 된건데 좋다고 하니 속상하더라구요.
그리고 한 번은 또 저 수술하게 된 이야기 하다가 "너 진짜 큰일 날 뻔 했다. 어찌어찌 했음 죽는거다."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너 가버리는건 상관 없다. 근데 내 아들 홀아비 되는건 안된다."
이러시더라구요.
그때는 저도 병원에서 고생했던거 생각 나면서 어떻게 저런 말씀을 하실까 눈물이 나더라구요.
근데 오히려 장난으로 뜻 없이 한 말인데 왜 서운해 하냐며 우는 저를 탓하시더라구요. 어머님 아버님 둘 다요.
그렇게 뜻 없이 한 말 속에 오히려 진심이 들어있는것 같아서 속상하고 시댁에 와서 지내면서 다들 정말 자기 아들 자기 손주 위주로 생각하시는것 같아서 어떻게 저렇게 배려가 없으실까 싶기도 하더라구요. 평소에 하는 이야기나 행동을 보면 느껴져요. 그 손주 내가 낳았는데 그런 생각은 별로 안하시나봐요;;
그래서 이런게 시집살이구나 싶더라구요.
그러면서 말로는 너는 이제 우리 식구라고 하세요. 제 이름에 성을 시댁 성으로 바꿔 부르면서 이젠 ㄱㅁㅁ라고. 성 바꿔 부르는 것도 기분나쁨.
속으로 나도 엄마 아빠 있는데. 그런 생각 들면서 빨리 집에 가고싶어져요.
속상해하면 나만 손해지 싶어허 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야지 생각했는데, 오늘 또 "ㅇㅇ(아기이름)덕분에 같이 살아서 좋다, ㅇㅇ이 한테 고맙다. ㅇㅇ가 나오면서 엄마 대장 발로 빵 차고 나온거 아니냐" 그러시는데 적응이 안되네요.
그런 말에 기분 나빠하면 마치 내가 이상한 사람인것 처럼 말하세요.
계속 생각나서 잠이 안오네요.
그나마 남편은 저한테 잘해서 다행이예요.
이제 집에 가려면 약 2주정도 남았어요. 하루라도 빨리 가고싶어요.
잠시라도 모여사는게 좋으셨다면 제가 아팠기 때문인데, 출산 후 온갖 고생 다 하고 온 저한테 고마워해야지 왜 애꿎은 아기한테 고마워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 상황을(제가 아픈덕에 같이 지내게 된) 고마워 한다는것 자체도 웃기구요. 저희 친정 부모님이 이 이야기 들으면 우실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