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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기억하라. (창작 미스테리 스릴러)
게시물ID : readers_13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idyn
추천 : 0
조회수 : 2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17 18:50:28
<a의 시점>
내 이름은 a다. 고아면서 시골에서 상경한 나는 공장에서 비교적 단순한 노동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병원치료 갔다가 우연히 만난 신경과 의사인 b와 결혼하게 되었다. 유능하고 나에게 친절하기까지 한 b가 내건 나와의 결혼 조건은 단지 내가 직장을 그만 두는 것 뿐 이었다. 돈은 자기가 벌 테니 나에게는 집안일만 하라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소득수준으로 보건데 그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합당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비교적 안정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결혼 1개월쯤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4월1일: 나는 평소 때처럼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남편이 나를 당황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상해서 왜 그러냐 하는데 남편은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서둘러 출근하였다. 평범했던 하루, 퇴근한 남편은 나에게 오늘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았다.
4월 2일: 오늘은 날씨가 무척 칙칙하다. 오늘 남편은 출근하면서 나를 왠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저녁을 준비하는데 누가 음식을 해 먹은 것 같은 느낌도 그렇고,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저녁에 남편의 표정이 괜히 어두워 보이는 것도 그렇고 괜히 맘이 무겁다.
4월 3일: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남편이 아침에 출근을 안 하길래 왜 출근을 안 하냐고 물으니, 남편이 흠짓 놀라는 듯 나를 골똘히 쳐다보며 몇 가지를 물어본다. 나는 왜 그러냐고 하는데 남편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오늘 좀 일찍 퇴근할거라 말하며 출근하였다. 머리가 좀 어지럽지만 쓰레기통은 벌써 이렇게 차있고, 해야 할 빨래도 어느새 산더미여서 바쁜 하루였다. 그래도 남편은 오늘 좀 일찍 퇴근하였고 나에게 평소보다 좀더 관심 있는 듯 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나는 머리가 좀 아프다고 했고 남편은 내 건강이 걱정 된다며 표정이 어둡다.
4월 4일: 오늘은 즐거운 날이다.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친절하게도 청소를 하고 빨래까지 하고 있다. 내가 왠일이냐는듯 고맙다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묵묵히 다 해주었다. 그리고 남편은 오늘 뜬금없이 쉬는 날이라 했고 나는 그럼 날씨도 좋은데 외출 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남편과 햇살 맞으며 거리를 거닐었으며, 평소 먹고 싶던 음식을 사달라고 졸라 먹었으며, 재미있는 영화도 보았다.
4월 5일: 그냥 평범한 하루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 TV는 고장이 나있고 머리가 조금 아프다. 고맙게도 남편이 내일 고쳐보겠다 했다. 집안에서 오늘 온종일 뭘 하고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남편이 와서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즐거웠다.
4월 6일: 오늘 무척 지겨운 하루다. 생리할 날이 아닌데 생리를 해서 침대를 버렸다. 짜증나는데 남편은 나에게 전염병 도니 밖에는 가급적 나가지 마라했다. 그래도 남편이 출근하면서 친절하게 쓰레기도 비우고 집안정리까지 해주고 가서 고마웠다. 오늘 그냥 집에서 잡지 읽고, 인터넷하며 특별히 한일 없이 보낸 오늘 머리가 무겁고 만사가 귀찮다. 오늘이 몇일인지도 모르겠고 어제도 오늘도 알기가 귀찮다. 
 
<전지적 작가 시점>
4월 7일:
a는 잠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 b는 놀라면서 a를 병원으로 옮긴다. a는 결국 뇌사상태에 빠져서 입원하게 되었으며, b는 슬퍼하며 a를 잘 보살핀다.
얼마 후: 결국 a는 세상을 떠났으며 떠나면서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였다. a장기기증 수여자들 중에 놀랍게도  b가 끼어 있었다. b는 a로부터 심장을 기증 받았다.
 
<다시 b의 시점>
내 이름은 b다. 나는 신경외과의사며 나름 유능하고 야망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나에게 치명적인 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이식 받아야 하는데 나는 아주 특이한 케이스라서 나 같은 타입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 장래가 절망적인 상태다. 그렇게 장기 때문에 노심초사 하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치료를 온 a를 만나게 되었고, 놀랍게도 a가 나와 같은 타입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a의 병은 가벼운 것이었기에 a의 장기를 기증받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하루빨리 장기를 구해야 했던 나는 잔인한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a와 결혼해서 a를 뇌사상태로 빠뜨린 다음 a의 장기를 자연스럽게 기증받는 것이다. 마침 a는 고아여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없었다. 나는 치료를 명분으로 a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고 의사인 내가 노동자인 a와 결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a가 여러 사람과 엮이면 나중에 일을 치르는데 귀찮아질 수 있으니 다니던 직장은 그만두게 했다. 그렇게 a와의 결혼생활이 시작되었고 나는 한동안은 의심을 사지 않게끔 a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공을 들였다. 그리하여 1개월쯤 되는 어느 날 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3월31일: 오늘 밤 뇌를 망가뜨리는 독성 물질을 손수건에 적셔서 자고 있는 a의 코에 갖다 댔다. 통상 그렇게 하면 그 사람의 뇌간의 일부가 망가져서 식물인간, 의식 불명상태가 되고 결국 다 망가져서 뇌사상태가 된다. 충분히 독성 가스를 마시게 한 다음 나는 다음날 아침을 기다리며 잠에 들었다. 이제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날 아침 놀라는척하며 아내가 의식 불명이라고 병원을 부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4월 1일: 아침에 깨서 a를 보니 놀랍게도 a는 말짱했다. 참으로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보고 왜 그러냐고 묻는 a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충 둘러대고 나는 서둘러 출근해야 했다. 내가 일을 치르는데 혹시 잘못한 게 있나 해서 저녁에 잘 때 어제했던 끔찍한 일을 한번더 시도하였다.
4월 2일: 역시 마찬가지다. 아내는 말짱하다. a는 특이체질인가.. 놀라우면서 절망스럽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4월 3일: 오늘 나는 a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오늘 휴일이라서 방에 있었는데 a는 나에게 왜 출근 준비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오늘 휴일이지 안느냐니까 a는 날짜를 잘못 알고 있다.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니 아무래도 a가 단기기억 상실증이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약물이 뇌간이 아니라 해마를 망가뜨렸나?.. 나는 좀 일찍 퇴근할거라 a에게 말하고, 출근해서는 혼자 관련문헌과 a의 상태를 떠올려본 후 a는 하루정도의 기억만 유지하는듯 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퇴근해서 a에게 이것저것 좀 더 관심 있게 물어보고 그런 생각을 확신하게 되었다.
4월 4일: 오늘 나는 a가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끔 작업을 해야 했다. 알아도 하루밖에 못가겠지만, 그래도 알면 괜히 시끄러워지니 말이다. 그나마 한 이틀 눈치를 못 챈 것이 다행이다. 아마도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주의력이 떨어진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회사에는 오늘 급한 일로 쉰다고 하고 아침 일찍부터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쓰레기 비우고 했다. 집안에 작업할 것이 더 있는데, 엉뚱하게도 a가 오늘 휴가라면 날씨도 좋은데 밖에 나가자 한다. 하는 수 없이 같이 따라 나갔다. a와 공원을 돌면서 태연한척 했지만 내심 조마조마했다. 혹시나 이상한 점을 눈치 채지는 않을까?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돌아오는 저녁에는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자고도 한다. 평소에 먹고 싶었던 것이 있었는데, 오늘 꼭 먹고 싶단다. 왜 하필 기억도 못할 이럴 때 그런 것이 먹고 싶은 건지 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기억하지도 못할 영화까지 신나게 본 후 집에 돌아왔다. 그녀는 내일 똑같은 영화를 봐도 똑같은 감동을 느낄 거라는 점은 부럽기도 하다. 늦은 시간에 a가 눈치 안채게 TV도 고장 내고, 신문 끊고, 음식 사놓고 등의 대비책 작업을 하느라 애먹었다.
4월 5일: 내 몸이 점점 안 좋아지기에 하루빨리 수를 써야 했다. 고장난 TV는 내일 고쳐주겠다고 했다. 내일 말이다. 비가오니 집밖에 안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a에게 말하고 출근했다. 회사에서는 독극물에 대한 문헌을 좀 더 찾아보고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다. 약을 구해서 조만간 다시 시도를 해봐야겠다. 집에서 a의 상태를 살펴보았는데 역시나 그대로다. 나름 대비는 했지만, 날짜라던가, 물품배치나, 음식물, 빨래, 쓰레기양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 조금만 신경을 쓰면 눈치를 챌 수도 있겠건만 a는 다행히 그냥 가볍게 이상하다 할 정도로만 여기지는 것이 같다.
4월 6일: 오늘 a가 생리를 해서 침대를 버렸다. 날짜 감각이 없으니 저렇게 되나보다. 내일아침은 침대보가 바뀔 것이니 a가 눈치를 챌지도 모를 것이고, 침대에 생리를 또 하는 것도 귀찮으니 오늘 밤에 일을 치러야 하겠다고 맘을 먹었다. 마지막 날 혹시 모르니 a에게 전염병 핑계로 밖에는 나가지 마라 했다. 창밖에는 사람이 붐비고 있는데도 아마도 a는 내 말을 철석같이 믿을 것이다. 나는 집에 변화를 눈치 못 채게 다시 한 번 쓰레기를 비우고, 집안정리까지 했다. 이것이 처음 보는 일일 a는 안타깝게도 그저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고마워한다. 그리고 혹시나  집에 이상한 것이 있으면 내가 정리 한 것이 것이라 말하고 집을 나왔다. 회사에서 약을 구하고 퇴근해서 a가 잘 때 그 약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하였다. 내일은 재대로 약이 먹혀들기를 바라면서 잠에 들었다.
4월 7일: 성공하였다. a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으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뇌사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기쁜 순간에도 나는 최대한 슬픈 연기를 해야 했다. 나중에 a의 장기를 기증받더라도 최대한 의심을 덜 사기 위해서 말이다..    
 
 --끝--

1.내가 단기기억상실상태가 된다면, 그리고 누군가가 내가 날짜나 환경변화를 눈치 못채게끔 유도한다면, 나는 스스로 나의 상태를 인지할수 있을까?
2.놀랄만큼 좋았던, 그러나 내일은 기억되지는 않을 오늘 하루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3.그것이 무의미 하다면 삶의 의미를 순간순간의 즐거움 보다는 하나의 작은 기억꺼리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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