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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란 무엇일까? (긴글주의)
게시물ID : sisa_9566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얼빠진소
추천 : 3
조회수 : 211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6/15 13:26:43
최근 떠오르는 핵심 단어인 협치, 그 단어를 유명하게 만든건 안희정 충남지사시죠. 그걸 또 야당들이 잘 우려먹고 있고요.
저같은 경우는 그 이전에 이미 이 '협치'라는 단어를 대학강의 중에 들어보았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최근에서야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협치는 과연 뭘까요?

1)governance & government

제가 대학강의 중에 협치에 대해 들은 건 바로 거버넌스에 대해 배울 때였습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근 거버넌스은 일반적인 뜻(통치 방식)을 넘어 새로운 자치형태를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거버넌스에 대해 아직 학문적으로 정의된 바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단 제가 나름 정의하자면 '사회 구성원 전원의 합의를 통해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자치 형태' 정도가 되겠군요. 예를 들어 설명할까요?
어떤 도시가 있습니다. 도시에는 시청도 있고 시민단체도 있고 기업도 있고 시민도 있습니다. 어느날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 합니다. 시민단체는 어떤 이유로 반대합니다. 시민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과거의 경우 기업은 시청(정부)의 허가만 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거버먼트(government)' 즉, 전통적인 '통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은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죠.
하지만 시청은 기업, 시민단체는 물론, 시민(주민)대표의 회담, 여론 조사 등을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하기로 결정합니다. 환경 영향 평가도 실시하고, 대학 교수 등 전문적인 자문도 구하는 군요. 시청은 이렇게 도출된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의사 결정'을 통해 결정을 내립니다. 결과에 대해 기업도 시민단체도 따르기로 합니다. 사실상 그들 스스로가 논의해 낸 결정이거든요.
이것이 '거버넌스(governance)'입니다. 의사결정은 일방적이지 않습니다. 밑에서 위로 가는 것도 같고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낯설지도 않죠? 네, 사실상 세련된 형태의 풀뿌리 민주주의나 다름 없습니다. 지방자치는 지방 사회 구성원이 모두 함께한다는 민주적인 시스템에 새로 이름을 붙인 셈입니다.
이러한 거버넌스는, 국가(government)의 일방적인 '통치'와 반대된다는 뜻으로서, '협치'로 번역되기 시작했습니다. 협동하는 치(治)라는 뜻이겠군요. 다시 말해, 협치란 거버넌스의 번역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협치는 합의이다.

예, 이것이 제가 알고있는 협치의 뜻입니다. 협치는 거버넌스의 번역명으로 시작됐다고 전 알고 있습니다. 즉, 협치는 사회 구성원 전원이 합의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주의적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야당은 그 뜻을 알고서 협치를 주장하는 걸까요? 장관 후보자 결정에서 과연 협치가 없었을까요?
협치란 합의입니다. 사회구성원 의견의 종합이 그 시작입니다. 야당의 주장도 의견입니다. 그렇기에 고려할 사항입니다. 민주주의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사회적으로 제시될 의견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만일 어떤 사업에 반대할 거면 환경문제를 제시해야 하고, 반대로 찬성할거면 경제적 이득을 제시하는 거죠. 그 근거가 반박당하거나, 의사 결정에 중요치 않다면, 그 근거를 기반으로 한 의견은 폐기되야 합니다. 사업에 반대하는데 그 근거가 '기업의 사옥 벽 색깔이 맘에 안든다'가 될 순 없는 거죠. 그런 의견은 당연히 의사 합의 과정에서 무시되는 겁니다.
장관 후보자를 반대할거면, 그 근거가 명확해야 합니다. 후보자의 장관으로서의 능력에 의심을 품게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올바른 근거입니다. '후보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근거'를 제시해봐야 의미가 없는 겁니다. 심지어 제시한 근거가 반박되었다? 그렇다면 그 근거를 바탕에 둔 의견은 물러야 하는 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합의'입니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협치입니다.

3)협치의 대상은 사회 그 자체이다.

네, 만일 야당이 방향성에 맞는 근거를 제시하였다고 합시다. 그럼 이제 장관 후보자 임명에 있어 필요한 의견이 모두 모였을까요? 아닙니다. 야당이 그리도 협치가 좋다면, 절대 무시해선 안될 세력이 있습니다. 사회구성원, 국민입니다.
협치란 사회구성원의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입니다. 그저 엘리트나 기득권자 몇십명이 모여 합의를 봤다고 해서 그걸 협치라 할 수 없는 겁니다. 그건 그저 통치일 뿐이죠. 협치는 결정권자가 그냥 여럿 늘어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모두가 결정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모든 목소리 하나하나 들으면 어느세월에 결정 내리냐고요? 네, 그래서 협치, 거버넌스는 주로 소규모 자치단체에서 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국가 단위에서 못할 건 없죠. 민주주의에는 이미 좋은 의사 확인 도구가 여럿 있잖아요? 투표, 여론조사, 문자, sns 등. 시대가 발전할수록 그 도구는 점점 발전할 겁니다.
그렇기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협치하고 싶으시다고요? 하세요. 모든 사회구성원과 함께.

3)협치는 거래도구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동일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다수결의 원칙이 발명되었습니다. 이젠 발전된 도구와 함께 합의를 하여 협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죠.
그런데 만일 그 협치를 거부하는 세력이 있다면 어떨까요? 분명 독재자가 분명합니다. 오직 자신의 의사만이 결정에 쓰이길 바라는 세력일 겁니다. 자신의 의견에 따르지 않으면 협치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 세력이 있다면 아마 결정권을 인질로 삼은 악당이나 다름없을 겁니다. 결정권자가 협치를 거부하면 큰일입니다.
그런데 만약 결정권이 없는 세력이 저런 주장을 한다면? 그건 그냥 바보입니다. 다른 단어가 아직 없습니다. 바보입니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더이상 내 의견을 합의 과정에서 피력하지 않겠어."
바보입니다.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는건, 자신의 의견이 채택될 기회를, 반대할 권리를 손으로 차버리는 겁니다. 왜 발이 아니고 손으로 차냐고요? 바보니까요.
말했듯이 협치의 참여 범위는 아주아주 넓습니다. 뭐 한 세력이 빠진다고 협치가 끝나나요? 그것도 결정권자가 강압적으로 불참시킨것도 아닌, 스스로 기회를 포기하고 떼쓰다 나간 세력인데요? 결정권자가 기꺼이 열어준 문을 굳이 박차고 나간 세력이 빠진다고 협치는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매끄러운 합의가 이루어질 게 뻔하군요. 바보 하나 빠지는 거니까요.
협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걸 거래 대상으로 쓰라고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합의하고 올바르게 사회를 이끌어 가지고 제공하는 겁니다. 그거 못써서 아쉬워지는 건 못쓰는 바보들 뿐이죠.

4)마무리

협치는 거버넌스의 번역명으로, 사회 구성원 전원이 합의해서 사안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자치 방식이자, 민주주의의 한 방법입니다.
물론 이런 협치는 느립니다. 그렇기에 정확합니다. 합의의 과정은 느리겠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면 기꺼이 지불해야 할 비용이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20세기의 통치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갈 21세기, 2000년대를 살아남을 수 없을 겁니다. 구시대의 사고방식은 구시대에 두고 와야합니다. 협치를 하고 싶다면 그래야합니다. 새로운 것 중에 좋은 건 배우고 낡은 것 중에 틀린걸 버릴 줄 알아야합니다.
이제 소수의 기득권자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짜 협치를 할 수 있고, 협치를 요구할 수 있는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도 정확하다곤 할 순 없지만, 짧고 얇은 지식이나마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 적어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출처 학부 졸업생 수준의 지식량이 저장된 내 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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