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담 갖지 마
평소와 똑같게 나갈게
여름에는 하늘색 셔츠를
겨울엔 검은색 코트를
나 그렇게 입고 너를 만날게
우리 언제나 만나던 그 역 입구에서
우리 언제나 마주했던 밋밋한 웃음으로
봄바람과 여름비를 맞으며
가을 하늘과 겨울 눈길 사이에
나 잠시 널 기다리고 있을게
네가 잠시 쉴 수 있기를 바랄게
언제나 익숙한 모습으로 있을게
겨울엔 빨간 목도리를
여름엔 파란 청바지를
나 너에게 익숙한 모습을 기다릴게
그러니 마음 졸이지 마
평소와 똑같을 거야
웃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언제나 만나던 그 역 입구에서
나 그렇게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다 내가 필요없어질 때
나 조용히 사라질게
너는 알아채지도 못하게
천천히 멀어질게
마치 이름만 알았던 옛 친구 처럼
그러니 하나만 약속해줘
너는 행복하기를
그래서 내가 떠나갈 수 있기를
그래서 나 또한 너를 추억 저편에 떠나보내기를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아니
그래도 어쩌다 나 기억해 주기를
언제나 익숙한 모습으로
너를 기다리던
그런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