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8살로 여자친구와 동갑이다.
14살때부터 연애를 시작했으니 어언 14년이나 되었구나.
나는 여자친구를 굉장히 아끼고 좋아했다. 아니 사랑했다.
너무 아끼고 아껴서
여자친구와 첫 경험도 24살 제대후 했다.
그간 얼마나 유혹이 많았는지 정말 그건 내가 고자가 아닌 이상
사랑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였나 싶다.
서로 공부를 그렇게 잘하지도 못했고
집도 그렇게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
서로 많이 의지를 했더랬다.
남들 다 가는 스파게티집 돈까스집 마음편히 먹이진 못했어도
같이 공원을 거닐며 벤치에 앉아 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나는 행복했다.
모아놓은 돈은 별로 없었지만
여자친구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었다.
3년 가까이 임대아파트에 추첨을 넣었고
결국 작년에 당첨되고야 말았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다.
임대아파트였지만 별일이 있지 않는한 평생 살수도 있는 내 집이었다.
아니, 우리집이었다.
마침 여자친구와 직장이 가까웠던지라 월세를 빼고 여차저차 동거를 하게 되었다.
우린 서로 미래를 약속한 사이었고 양가 부모님도 내심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믿지 못할 일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일요일이었지만 나는 출근해야된다고 여자친구에게 거짓말을 하고 밖을 나섰다.
그리고 오랫동안 눈여겨봐왔던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이 음각으로 새겨진 핑크골드 반지를 구매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프로포즈를 할 생각이었다.
꽃과 와인과 그리고 반지를 준비해
여자친구가 기뻐할 모습에 내심 흐뭇해 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엔 여자친구와 웬 어린 남자가 엉켜있었다.
제정신이 아니였던거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자식은 피떡이 된채 바닥에 누워있었고
나는 거친 숨을 씩씩대고 있었다.
아직도 정신이 멍해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난 폭행으로 고소된거 같다.
차라리 평생 결혼 같은거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혼자 살아야겠다.
그래 차라리 혼자가 낫다.
일이 어느정도 정리 되면 핸드폰번호도 아파트 비밀번호도 싹다 바꾸고
본가로 들어가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