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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경환 후보자 낙마 사태를 보며 든 생각 (내가 적폐다?)
게시물ID : sisa_9577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beoaodk
추천 : 0
조회수 : 36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6/17 00: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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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베오베에서, 분탕치는 알바에게 소감을 묻고 싶다는 말을 봤네요. 댓글을 달려다, 제가 "비판적 지지자"가 아니라 그만뒀습니다.
그러나 저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전략적 사고가 없는 사람"으로, 또 더 나아가서는 "알바", 곧 적폐로 몰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간베충, 일X베충, 자한당 세작으로 몰리는 모습들도 보았죠. 숱한 욕설과 함께 말입니다.
솔직히 슬펐습니다. 물론 그런 무조건적인 멸시는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는, "무조건적 지지"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쉬이 묻히고 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비판적 지지가 노무현 대통령이 죽도록 내몰았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방적인 태도, 합리적 비판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위의 문단에서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번 대선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을 뽑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비판적 지지자에 속하지도 않겠죠.
어떤 분들은 "안베" 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문재인 대통령님이 국정을 잘 봐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깨끗하고 공정한,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모두의 이상입니다. 후보 선택은, 단지 누가 더 좋은 집행자인지를 정하는 문제일 뿐이지요.

그런데, 요즈음 모두의 앞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사 청문회 문제가 있고, 사드 문제가 있죠. 일자리 추경 문제가 있고, "이게 모두 야당 때문이다" 라는 말이 퍼지고 있습니다. 야당은 정부를, 정부는 야당을 공격합니다. 얼마 전 위싱턴 포스트와 한국일보에서 "문위병"이라는 이름으로 지지자들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놓기도 했죠. 뿐만 아닙니다. 촛불을 들고 국회를 해산하자는 주장까지 보도된 바가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들은, 듣는 사람의 판단을 요구합니다. 해당 기사가 옳은가? 그른가? 해당 주장은 타당한가? 타당하지 않은가?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저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이런 문제들을 자문하게 됩니다.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확신을 얻기 위해, 또 납득할 수 있는 답을 내놓기 위해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요, 사람들은 확신을 얻고 싶어할 겁니다. 저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싶어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이곳 저곳 커뮤니티를 접속하고, 구글링을 통해 키워드 검색을 해 봅니다. 중요한 이슈가 나타났다고 생각되면, 또 재미있어 보일 때면 검색을 해 보는 거죠. 그 결과로 무엇을 얻게 될까요? 서로 모순되는 주장들, 또 단편적이고 모호한 근거들을 얻게 될 뿐입니다. 이에 더해 서로에 대한 극단적인 비방들까지 보게 됩니다. 오히려 혼란스러울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정확한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불합리한 판단을 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보고 들은 내용들에 대한 합리적인 논평을 기대합니다. 저는 제가 정확하게 사고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습니다. 제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싶습니다. 누구나 그럴 겁니다.

 그런데 무조건적 지지는 그런 확신을 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확신을 얻기 위한 노력들을 방해합니다. 댓글들에서 수없이 보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을 믿는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믿습니다." 무슨 말일까요? 자신은 판단의 근거를 모른다는 말입니다. 대통령의 판단을 지지해야 할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근거를 모르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근거를 알려는 노력, 자신의 생각으로 대통령의 행동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나쁘다고 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의도로 하는 일인데 거기에 왜 정당화가 필요하냐는 말인거죠. 이런 논리에 따르면, 정부에서 아무리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더라도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가지는 것 자체도 나쁜 겁니다.

 하지만 저는, 문재인 대통령 또한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머리가 아닌 제 머리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제가 옳다는 결론은 저 스스로 내리고 싶습니다. 대통령의 해석을, 정부의 해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더불어서, 제 주변에 일어나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 또는 나빠 보이는 일들에 대해 실상을 알고 싶은 겁니다. 겉보기에만 이상해 보이는, 내가 알지 못해서 이상해 보이는 일인지, 아니면 정말로 잘못된 일들인지를요.

 무조건적인 지지는 제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없애버립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은 좋으신 분이니까, 당신들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는 논리이니까요. 당신도, 나도 알 필요가 없고, 또 모른다는 말이니까요. 그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겁니다. 이게 좋은 일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확신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는, 설명되지 않는 일들을 보며 혼란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겠죠. 또,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도 어렵습니다. 합리적 지지가 아닌 무조건적 지지는, 스스로도 대통령님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니까요. 문재인 대통령님이 실수를 했을 때, 옹호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님은 "완전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므로 그런 실수는 부패의 증거라고 말할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님의 실수에 실망하고 말 겁니다. 무조건적인 지지는 실수도 감싸안자는 의미라고 말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대통령이 실수하는 존재라고 분명히 인식한다면, 대통령의 특정한 판단에 대한 나의 지지가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국정에 있어서 대통령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결국, 무조건적인 지지 전략은, 비 지지자들에게 설득력이 없습니다. 동시에 지지자들의 사기도 떨어뜨리게 됩니다. 토론을 통한 국민 간의 합리적이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나쁜 전략입니다. 지지자들이 대통령의 실수를 막을 수도 없게 만들고 맙니다. 이탈하지 않고 남아있는 지지자들을 극단화시켜, 나머지 야당과 비 지지층을 계속 방해하고 공격하게 만들 것입니다. 대통령의 실수가 검토될 수 없게 만들고 마는 것이죠. 비판적 지지는 지지적 비판과 마찬가지로 어불성설이라며 거부하더라도, 최소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와 상대방을 설득하고 스스로 대통령님의 결정을 평가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은 절대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죠. 대통령님의 결정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방적 태도, 생각하는 태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의문이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국민들이 깨어 있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언론을 조작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의혹을 날조해서 뿌리는 상황에서, 굉장히 자극적인 보도들을 뿌려대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일어났어야 할 것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인된 것처럼 말하며 여론을 조작하고, 그에 더해 과도한 공격을 가하는 상황 자체가 불합리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합리적인 국민들이 반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지지자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국민이라면 검찰에 맞섰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이건 합리성 문제가 아닌, 지지자들의 관심도와 의지 문제, 아니 전 국민의 합리성과 관심도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더불어 정 걱정이 되신다면, 대통령님의 신상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 싶을 때 무조건적인 지지를 하셔도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솔직히 언론도 편향이 없다고는 못 믿겠고 그렇다고 커뮤니티를 떠도는 자료들도 못 믿겠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봅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는,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정확히" 주어졌을 때에만 가능한 겁니다.
믿을 만한 정보와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국민 간의 갈등이 자꾸 커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알려진 모든 정보를 적절히 고려했음이 보장되는 '공급자'가 탄생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서로를 대화가 가능한 인간이라고 보고 토론하며 항상 배워 나가는 사회가 와야 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세태를 감안해서 의견이 다른 사람이라고 벌레취급하지 않고 양해, 존중하며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해주는 개방적인 태도가 추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을 근본 원칙으로 하는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요.


3줄 요약:
의견이 다르면 알바, 적폐다? 내가 모르는 자료를 가져오면 일베다?
반대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은 타인 설득을 막고, 지속적인 지지를 막고, 대통령의 건전한 국정 운영도 막는다. 자신의 지속적인 지지도 방해할 것.
자기랑 비슷한 댓글이 적폐, 벌레 취급 받는 걸 보는 것만 해도 비참한 느낌이다. 상황을 감안, 상대가 예의를 차릴 경우 인간 취급 해 주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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