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형산강 밑의 삼각지에 세워진 도시이고, 그 흔적은 지명 곳곳에 남아있죠.
바다에 붙어서 해'도'동
소나무 심어서 송'도'동
대나무 많아서 죽'도'동
위쪽에 붙어서 상'도'동
제일 큰 섬이여서 대'도'동
이렇게 島자 들어가는 동만 여러개 입니다.
이렇다 보니 예전부터 비가 많이 내리면 시내가 잠기는 일은 다반사.
가장 오래된 기억은 글래디스인데, 그 외에도 시내가 물바다 되는 경우는 많았어요.
이번 차바로 잠시 물이 넘치니 포항입장에서 가장 역대급이였던 98년 태풍 예니때 생각이 나서 몇글자 적어봅니다.
예니가 큰 태풍이긴 한데, 전국적으로 그렇게 큰 태풍은 아니였어요.
하지만 그때 포항입장에서는 예니는 재앙이였습니다.
시간당 최대 100mm, 전체 강수량 612mm
하늘에 구멍 뚫린게 무슨말인지 잘보여주는 위력.
시간당 100mm라는게 실제 눈앞에 내리면 어느 정도냐면.... 한 30~40mm저편이 비에 가려 안보여요. 그냥 새하얌. 친구가 장난으로 양동이에 물담아 퍼붓는거 보다 심해요. 그리고 이렇게 내리던 비에 포항시 대잠못 제방 한구석이 터집니다.
헬게이트 오픈이였죠.
포항시내 대부분이 침수. 위치에 따라서는 사람키 넘게 잠긴곳도 많았습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이 현재 포항이고 오른쪽이 옛날 포항. 빨간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대잠못 입니다. 위치도 절묘하여 포항 시내 전체를 덮칠 수 있는 위치...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주변 농경지가 대부분 개발되어 저수지로서의 용도가 사실상 끝난 대잠못을 준설도 하지 않고 방치하여 바닥이 높아진 상태에서 비가 많이와 터지게 된거라고....
비도 많이 오고, 저수지 까지 터진 상황.포스코에 근무하시던 분들은 형산강을 건너지 못해 근무교대도 못하고 밤을 새며 근무하셨고, 정전으로 인하여 연락수단은 라디오와 전화뿐. 그냥 집에서 촛불 켜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사망자도 발생한걸로 알고 있는데 (전국 67명) 동생 친구 아버님이셨던가... 형산강쪽 따라 내려오다 실종되셨다고...
저희집은 그나마 지대가 높아서 피해는 전무 했지만 포항시 전체가 마비였습니다.
아직 어렸을 때라 이후 복구가 어떻게 되었는지나 그런건 잘 모르지만 하늘에 구멍뚫린듯 내리던 비는 여태껏 충공깽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이후로 포항시는 빗물 펌프장을 곳곳에 추가하게 되고,,,,
물론 제대로 작동 안하거나,
의견 수렴이 안되거나,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여튼 예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인명-재산 피해를 보고 나서야 이렇게 설치가 된점이 아쉬울 따름이지요.
p.s. 이때 이렇게 피해가 커지게된 이유가 태풍 예니의 매우 변태스러운 움직임 때문이였는데,
이번 차바 같은 경우만 해도 남부 지방을 쓰윽 몰고 지나갔지만, 예니는 한국 상륙후 그자링에서 12시간 동안 뭉개다가 자연소멸.... 자기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우리나라에 퍼붓고 가서 이런 사단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