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바빠 다시 눈팅 유저로 돌아갔는데 비판적 지지 운운하는 분들이 계시네요.
일단 민주노동당→진보신당→노동당의 당직자와 정책위원을 했던 PD계열 김민하의 말을 읽어보시죠.
비판적 지지와 진보어용지식인
2017년 5월 20일 by 이상한 모자
요즘에는 비판적 지지를 또 맹목적 지지의 반댓말로 쓰는 모양이다. 우리 진보들에게 익숙한 방식은 아니다. 진보들에게 비판적 지지란 진보정당을 지지하더라도 정권교체 혹은 개혁 연장을 위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논리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민주평화개혁 세력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라는 자기변명을 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표현이다. 어찌됐건 우리들을 오랫동안 괴롭혔고 마음을 아프게 했던 단어이다.
이른바 ‘문빠’들의 ‘맹목적 지지’를 비난하며 ‘비판적 지지’라는 어휘를 쓰는 건 그래서 좀 생경하다. 왜냐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진보세력이 민주정권을 공격하는 것은 수구세력의 반격을 도울 뿐이라는 바로 그 논리가 ‘비판적 지지’의 논리였기 때문이다. 뭐 이것은 어휘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여튼 그렇다.
(하략)
제가 처음 비판적 지지라는 말을 들은 건 1997년 대선 때입니다. 그때 운동권들 중 일부가 김대중을 비판적 지지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게 뭔 소리인지 몰랐는데 국민승리21 후보인 권영길이 있음에도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김대중을 찍는다고 해서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노선은 국민승리21로 시작해 민주노동당을 만들고 독자 생존을 바라던 PD가 아니라 NL쪽 노선이었다고 하더군요. 학생 운동권들도 NL은 김대중, PD는 권영길 찍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김민하가 여러 팟캐스트를 하는데, 거기서 노무현 당선됐을 때 민노당 당사에서 일부 당원들이 환호를 불렀다고 합니다. 옆에는 권영길 떨어져서 슬퍼하는 다른 당원들이 있는데.. 여기서도 알다시피 비판적 지지는 애초에 지지하지 않지만 집권은 불가능하고 한나라당이라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했던 좌파들의 전략이고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제는 민주당, 문재인 지지자인 척하며 자기는 맹목적 지지자들에 맞서는 비판적 지지자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네요. 애초에 비판적 지지는 맹목적 지지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지지하지 않지만 최악을 막기 위해 전략 투표를 했다는 뜻입니다.
이런 오랜 역사적, 사회적 맥락이 있고 정치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비판적 지지라는 용어를
1. 민주당, 문재인 지지자지만 문재인의 인사/정책/노선에 불만이 있어서 비판하고 싶은 분들은 비판적 지지라는 용어로 쓸데없는 논쟁 만들지 말고 그냥 자신의 생각과 논리 내에서 최대한 논쟁하면 됩니다.
2. 이 용어의 개념과 역사를 알면서 쓰는 좌파 분들은 없을 거고요.
3. 애초에 문재인 지지자 아니었는데 안철수, 안희정, 이재명, 유승민 다 안 될 거 같고 홍준표는 찍기 싫어서 문재인 찍으신 분들은 비판적 지지가 맞겠네요. 비판적 지지자라며 피 토하시는 분들 개인 페이지 들어가보니 유승민, 안희정, 이재명, 안철수 지지자가 꽤 있더군요. 이분들은 진짜 비판적 지지하셨으니 계속 그렇게 주장하시고, 반박 당하는 게 싫어서 방어심리로 문재인 찍었다며 문재인 지지자라고 주장하지만 않으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