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연 공중 너머로 불이 작게 깜빡였다 나는 온통 눅눅했고 자그락거리는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내 시야 한 구석을 조각낸 나뭇가지는 아직 잎을 내지 못했다 정자의 처마는 길지 않아 나뭇가지 그림자가 어느새 노크도 없이 들어왔다 내 몸 위로 걸린 나뭇가지를 보다 나는 잠들었는데 이상하게도 꿈속에서 나는 울었고 울음에서 눅눅한 자갈소리가났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진 전등은 밤에 켜기엔 너무 밝았다 그만큼 내 그림자도 짙어졌고 잠깐 그림자를 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눈을 떴을 때 나뭇가지 그림자와 나는 기괴한 모양으로 섞여있었다 나는 도무지 그 가느다랗고 뾰족한 그림자를 떨쳐낼 여력이 없어 그렇게 가만히 누워있었다 해가 뜨고 그 밤 나를 찾은 그림자가 간 데 없으면 눅눅한 나를 햇볕에 말리고 그제야 나는 일어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