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쇼트트랙 감독 `오노 싫어 미국행 거절` 미국 대표팀 감독직 제의…"자존심 허락 안해 고사"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기훈 감독(37)이 미국으로부터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으나 일언지하에 거절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김 감독은 지난 1999년 7월 이후 1년 가까이 미국스케이팅협회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끈질긴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 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시 미국 대표팀에는 아폴로 안톤 오노(22)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오노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교묘한 '할리우드 액션'으로 1위로 골인한 김동성(24)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주인공. 오노는 당시 억지에 가까운 '역전 우승' 덕분에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감독 제의를 받을 당시 오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성실하고 예의바르던 오노가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180도 태도가 바뀌었다는 말을 당시 쇼트트랙 국가대표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것이다. 실제 오노는 쇼트트랙의 강자로 부상하기 전인 99년 초까지만 해도 함께 정보교환도 마다하지 않는 등 한국선수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러나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2위에 오르는 등 한국과 견줄만한 실력을 갖추자 언제 알고 지냈냐는 듯 안면을 바꿨다. 김 감독은 "사실 두려움도 있었다. 첫 제의를 받았던 99년 미국으로 건너가 약 두 달 동안 미국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봤는데 특히 오노가 눈에 띄었다. 힘이 좋고 기술도 제법이었다. 여기에 한국의 선진 기술을 접목한다면 가공할 위력을 보일 것 같았다. 또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92년 알베르빌 1000m와 5000m 계주, 94년 릴레함메르 1000m 등 올림픽에서만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쇼트트랙 1세대인 김 감독은 "조건도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선진 시설에서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그러나 오노를 생각하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그때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 같다"며 웃는다. 박상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