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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책27 -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이수진 / 웅진지식하우스
게시물ID : readers_135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0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8 19:32:10

출판일 13.04.05
읽은날 14.06.18

11p.
나는 충분히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노려보고 있었고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모든 것을 엎어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참아야했다. 참지 않는다면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 내 편은 없었다. 누구도 내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물론 나는 참을 것이었다. 더는 참고 싶지 않아도 참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지긋지긋했다.

34p.
요 며칠, 나는 너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처럼 하고 있었다. 그건 일방적으로 차인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마땅한 반응이었다. 나는 우리가 만나온 시간을 정리하는 데 <우리 그만 만나. 연락하지 마.>라는 문자 메시지보다는 좀 더 그럴싸한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소중한 것을 찾아주는 것만큼 적절한 재회 방법이 또 있을까? 너는 네 수명의 삼 년 정도는 거침없이 떼어줄 것 같이 고양이를 사랑했다. 고양이는 충분히 그럴싸해 보였다.

36p.
"쿠치는 귀가 안 들려. 오드아이 중에 그런 애가 있거든."
나는 부르는 것을 멈췄다. 귀가 안 들려서 그렇다고? 이거 성가시게 됐는데, 나는 생각했다. 들리지 않으면 부를 수가 없었다. 호명이란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더니 와서 꽃이 되었다는 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시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사람을 불렀더니 꽃이 될 정도면 고양이 이름을 불러서 내 것이 되는 일은 무척 간단한 일 같았다. 그런데 들리지가 않는다면, 꽃이고 뭐고 말짱 황 아닌가.

42p.
참을 만한 일을 참은 뒤에 마땅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참기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온라인 게임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미치도록 노력을 하면 마땅한 대가를 얻는 것, 그게 게임의 윤리였다. 공을 들일수록 게임 캐릭터는 빨리 성장했고 시간을 투자할수록 레어템을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므로 나는 너도 그러리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두고 애정을 투자한다면 너도 내게 그것을 돌려줄 것이라고. 그러나 너는 뼛속까지 비상식적인 인간이었다. 너는 매번 튕기거나 달아났고 갑자기 돌아오거나 등을 돌렸다. 그런데도 도망갈 수 없었던 것은 네 애정 표현들이 예고 없이 주어지는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게 단 한순간도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85p.
"... 실제로 빛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폄하하고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반짝임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요. 보통 자신의 특별함을 간단히 추구하려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을 짓밟으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아주 간단히 특별함을 공고하게 해버리죠. 그렇지도 않으면서요."

163p.
여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 박의 심장은 덜컹 내려앉았다. 여자는 본 적도 없을 만큼 예쁜 눈을 갖고 있었다. 신께서 사기를 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자의 눈은 예뻤다. 여자의 눈동자는 노란빛에 가까웠는데 색소가 엷은 그 빛이 태양광을 흡수하여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호박처럼, 토파즈처럼.

336p.
"... 모든 취향은 동일한 만큼의 가치를 지닙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우열이 가려질 수는 없습니다. 호불호가 외압에 의해 결정될 수 없는 것은 취향이란 것이 그만큼 순수하단 의미일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자신의 취향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취향 또한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이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358p.
승연은 블랙커피를 좋아했다. 나 때문에 말하진 못했지만, 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승연은 아르바이트 하는 카페에서 커피를 배웠다고 말했고 나는 승연에게 커피를 배웠다. 그저 쓰기만 했던 까만 물에 쓴맛, 신맛, 고소한 맛, 단맛, 떫은맛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가끔이지만 커피 향이 좋다고 느끼는 순간도 갇게 되었다. 승연은 커피에 우열이 있다기보다는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가 커피 자체의 맛에 가까울 뿐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길 해주었다. 중요한 건 커피를 마실 때 맛있고 즐겁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아직까진 생크림을 얹은 게 훨씬 좋다는 고백에 승연은 종종 생크림을 얹은 커피를 만들어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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