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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옛 작가들
게시물ID : readers_135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4
조회수 : 144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6/19 01:14:42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 ~ 1940
 
 주요 작품: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낙원의 이쪽 (This Side of Paradise), 밤은 부드러워(Tender Is the Night) 등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미권 작가 중 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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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젊었을 적에는 조금 더 잘생기셨습니다.
 
 
 1920년대 미국의 황금시대인 재즈에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들은 히트를 칩니다. 그의 단편들은 그 당시 쟁쟁하던 잡지들인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 에스콰이어(Esquire), 콜리어즈 위클리(Collier's Weekly) 등에 연재되었습니다. 그는 장편보다는 단편으로 돈을 번 작가였고 그렇기에 장편을 쓰려 했어도 워낙 사치스러운 그의 생활과 그의 아내의 치료비용(당시 정신병에 걸렸습니다) 때문에 그는 단편소설을 계속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그 당시 쓴 단편은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해변의 해적, 리츠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등이 있습니다만 역시 그를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올려놓은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너무나 좋아해서 번역본으로 읽은 다음 원서로 읽고 김영하 씨가 다시 번역했다는 소식을 듣고 또 사서 읽었습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 생애 당시 위대한 개츠비는 2만 부 가량이 초판으로 나왔으나 인세로 받은 돈은 100달러가 안 됐을 정도로 팔리지 않았습니다. 1940년 그가 사망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생기자 그의 장편소설이 주목을 받게 된 거죠.
 
 위대한 개츠비는 그 명성만큼이나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김영하씨가 번역을 하면서 번역가들의 디스(...)전이 벌어지게 됐는데, 이건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언급하고 싶은 건 피츠제럴드 자신이 정말로 개츠비와 닮은 삶을 살다 간 사람이라는 겁니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만큼이나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게 있을까요. 그는 1910년대 중반에 지네브러 킹이라는 부잣집 여자와 사귀게 되었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그에게 "가난한 집 남자애들은 부잣집 여자애들과 결혼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Poor boys shouldn't think of marrying rich girls.)"고 말했습니다. 이는 아마도 그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피츠제럴드는 돈을 벌게 되면서 미친듯이 사치스럽게 생활했었으니까요. 결국 지네브러 킹이 윌리엄 미첼(톰 뷰캐넌과 닮았다고 전해집니다)와 결혼하자 피츠제럴드는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위대한 개츠비와의 유사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이야기에는 후일담이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피츠제럴드는 지네브러 킹을 다시 마주쳤는데, 이 때에는 이미 피츠제럴드가 워낙 유명했기에 지네브러는 저주받고도 아름다운이라는 단편집에서 자신을 모델로 한 여자가 누군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가 보기엔 어떤 개년인 것 같은데(Which bitch do you think you are?)?"
 
 
 
 그래서 우리는 과거로 끊임없이 흘러들어가면서도 해류에 맞서 배를 띄우고 파도를 가른다.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위대한 개츠비 中 에서-
 
 
 
 
 
2. 제임스 조이스(James Augustine Aloysius Joyce) 1882 ~ 1941
 
 주요 작품: 율리시스 (Ulysses), 더블린 사람들(Dubliners), 실내악(Chamber Music),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피네간의 경야 (Finnegan’s W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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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 여러분들은 언제나 애매모호하게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이 분의 피네간의 경야를 추천해주십니다...... 그러지 마세요......
 
 
 
 더블린에서 태어나 20세기 문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사실 저는 이분의 율리시스나 피네간의 경야는 읽다 포기했습니다. 그건 비전공자가 읽을게 아니에요...... 제가 이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직 젊은 예술가의 초상 때문인데, 읽는 사람의 정신을 고립시키는 심리 묘사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지만 제임스 조이스가 아직도 유명한 이유는 율리시스와 피네간의 경야로 후세 연구가들에게 거대한 과제(...)를 남겨놓앗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율리시스는 의식의 흐름이 사용된 미칠듯이 난해한 책이며, 피네간의 경야는 애당초 언어가 단일 언어가 아닌 약 40개 언어 이상으로 쓰여진 책이라고 추측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찾아보시려면 찾아보셔도 됩니다만, 안 하시는걸 추천드려요.
 
 여러 가지 의견과 논쟁이 있으나 그는 위대한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작품 하나만으로도 그는 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너, 아일랜드가 무엇 같은지 아니?” 스티븐은 냉혹하고 난폭한 어조로 말했다. “아일랜드는 제 새끼를 잡아먹는 늙은 암퇘지라고.”
 
 -젊은 예술가의 초상 中 에서-
 
 
 
3. 레이먼드 챈들러(Raymond Chandler) 1888 ~ 1959
 
주요 작품: 필립 말로 시리즈(빅 슬립, 안녕 내 사랑, 하이 윈도, 호수의 여인, 리틀 시스터, 기나긴 이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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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하드보일드(hard-boiled)라는 단어를 들으시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저는 곧바로 사람의 이름이 떠오릅니다.
필립 말로(Philip Marlowe), 네. 그렇습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필립 말로라는 사립탐정을 탄생시킨 작가입니다.
셜록 홈즈라는 인물이 망토 달린 코트와 파이프 담배라는 이미지로 기억된다면 트렌치코트와 줄담배라는 이미지는 필립 말로로 기억될 겁니다.
필립 말로는 일명 영국의 셜록 홈즈라고도 할 수 있는 탐정으로, 하드보일드라는 장르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인물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 감동받아 주세요.
 
레이먼드 챈들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자라면 이 비열한 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그 자신은 때묻지도 않고 비열하지도 않으며 이러한 종류의 탐정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다. 그는 참으로 귀중한 인간인 것이다. 그는 완벽한 사람이면서, 비범한 사람인 동시에 보통 사람이어야 한다. 다소 낡은 표현을 쓰자면 그는 명예를 존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명예를 염두에 두지도 말하지도 않지만 본능적으로 그러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그의 세계에서 최고의 사람이어야 하고, 어느 세계에서도 모자람 없이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 모든 말에 해당하는 사람이 필립 말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5.png
대강 요런 이미지?
 
 
 
 필립 말로는 추리소설의 하드보일드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 이후로 쓰여진 하드보일드 소설은 어떻게 쓰든 간에 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필립 말로는 전직 수사관이었다 쫓겨난 인물이었는데, 그로 인해 한 평론가는 "말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전직 수사관이 말을 안들어 쫒겨난 후 사립탐정이 되었는가!"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필립 말로는 시리즈가 있고 점차 시리즈가 진행되가면서 처음에 결벽에 가까운 도덕성을 보여주던 그는 점점 세상과 타협해 나갑니다. 여자와 사귀고, 결혼을 하고... 독자들은 이를 실망스럽게 여기나, 저는 그것 또한 그가 마땅히 지나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라고 해도 언제나 혼자 치고받고 외롭게 살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기나긴 이별(The Long Goodbye) 입니다. 여기서 말로는 몇 번의 술잔을 나눈 친구를 위해 온갖 개고생을 겪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난다면 '김렛을 마시기에는 아직 이르다.(I suppose it's a bit too early for a gimlet.)' 이라는 서구의 격언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실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찌 레이먼드 챈들러의 칸에 필립 말로 얘기만 한 것 같은데, 그 둘은 서로 떼놓을 수가 없습니다. 셜록 홈즈와 도일 경을 떼놓을 수 없듯이요. 저의 소년 시절의 영웅은 필립 말로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입니다.
 
 
 '김렛을 마시기에는 아직 이르다.(I suppose it's a bit too early for a gimlet.)'
 
 -기나긴 이별 中 에서-
 
 
 
 
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Raymond Chandler) 1927 ~ 2014
 
주요 작품: 콜레라 시대의 사랑(Ei amor en los tiempos del colera), 백년의 고독(Cien Anos de Soledad),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Memoria de mis putas tris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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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에 타계하신 마르케스 옹. 이번 해에는 그다지 좋은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콜롬비아가 낳은 세계적인 소설가입니다. 남아메리카의 문학을 생각하면 곧바로 나오는 이름이기도 하지요. 그가 쓴 백년의 고독은 백년 동안 한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는데, 저는 이걸 읽으면서 왠지 토지가 생각났습니다. 박경리씨의 소설 토지. 백년의 고독은 지금 국내에서 풀린 판본이 제가 알기로 대부분이 다 스페인어-영어-한국어 이렇게 번역한 중역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스페인어-한국어 직역된 건 민음사의 조구호씨가 번역한 백년의 고독 뿐이고요. 읽으실 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백년의 고독은 워낙에 방대한 이야기라서 소개하기가 조금 애매합니다. 저는 백년의 고독보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더 좋아했는데, 이 책이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해서 추천하기는 조금 꺼려지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서 후회하실 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걸 읽으면서 파우스트도 그렇고 롤리타도 그렇고 왜 그렇게 늙은이와 어린애의 연애를 애틋하게 그리는지 생각은 했습니다.
 
 마르케스는 남아메리카 문학에 관심을 가진다면 넘지 않고 피해갈수 없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같은 남아메리카 문학에 속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너무 책이 난해하지요. 입문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르케스도 그렇게 쉬운 편은 아니지만 그의 책은 읽는데 적응만 한다면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소녀여, 우리는 이 세상에 단 둘이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中 에서-
 
 

 좋아하는 작가들을 고르려니 너무나 많아 이제 세상에 없는 작가들을 골라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만들었습니다.
물론 리스트에 없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위의 리스트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요.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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