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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가 왜 나쁜지에 대한 대답
게시물ID : sisa_1357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
조회수 : 61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11/21 17:33:26
"성장기 아이들은 영양을 위해 밥을 꼬박꼬박 먹어줘야 한다."
이건 반박할 여지없는 올바른 말이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모의 몫이지, 이걸 법으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마다 밥을 먹도록 강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밤늦도록 게임에 빠져 살아서는 안된다."
이것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이것 역시 부모에게 달린 몫이지 법으로 이것을 강제할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법은 언제나 최소한의,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어야 하니까요. 아무리 도덕적으로 옳은 일, 의학이나 기술적으로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 모두를 법으로 강제해서는 안됩니다. 법이 모든것을 강제하기 시작하면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게임에 중독되어 밤낮없이 게임에 빠져 사는 것은 당연히 막아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법이 해야할 역할이 아니라 각 부모들에게 달린 문제입니다.(더 넓게 따져서 공교육이나 사회적 책임을 묻을지라도 이것이 법 제정까지 가야할 문제는 절대 아니란 거죠)

게다가, 법을 제정하는데 있어 또다른 원칙 중에는 '명확한 내용'으로만 입법을 하게끔 막아두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절도에 관한 벌칙을 정하는 법을 만든다고 하면, 그냥 간단하게 '도둑놈은 적절한 벌을 주도록 한다' 이런식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말은 맞는 말이죠. 도둑놈에게 적당한 벌을 준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 법에는 '도둑'의 정의가 뭔지, '적절한' 수준의 기준은 뭔지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런 법을 정해두면 훗날 판관들이 이 법을 임의로 해석해 코에 걸던 귀에 걸던 상관없게 되어버리죠. 따라서 절도죄에 관한 법률은 여러 상황에 대한 여러 대책을 매우 상세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모든 법은 이렇게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죠.

여가부가 만든 셧다운제는 이 부분에서도 문제가 큽니다. '16세 미만은 12시가 넘으면 게임을 못하게 해야 한다'라는 단순한 말 한마디만 덜렁 있을뿐, 게임이란 매체가 대체 몇가지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그 플랫폼 별로 특성은 어떠하며 그 각각에 대한 대책은 어찌 세워야 하는지 전혀 구체적 대안이 없습니다. 그냥 게임사들더러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이죠.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고 실행되는 로컬 게임들은 현재 시간이 몇시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과거 CD게임들을 생각해보세요. 서버에 연결된 네트웤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엔 현재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곤 로컬 환경에서 내 컴퓨터 시간을 읽어오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사용자가 내 컴퓨터 시간을 조작해버리면 그만이죠. 게임이 현재 시간이 몇시인지 알 방법이 없어요. 여가부의 법대로라면, 앞으로 모든 게임들은 네트웤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인터넷 연결을 통해 어느 서버의 시간을 가져와야만 합니다. 무선랜도 없고 랜선도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그럼 게임 실행 자체가 안되게 막혀야 한다는 거죠ㅋㅋ

거기에 더해, '16세 미만은 금지'라는게 말은 참 쉽지만 대체 게이머가 16세 미만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모든 게임들이 온라인 게임이나 네트웤 게임처럼 사용자 계정을 생성하고 정보를 입력받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결국 여가부가 원하는대로 되려면, 모든 게임들은 네트웤 플레이의 유무에 관계없이 회원가입을 일단 받고 시작해야합니다. 게다가 그 회원가입에는 이름/나이 등의 치명적 개인정보를 무조건 수집해야만 하는 상황이 나오구요. 우리나라야 뭐 멍청한 정부정책덕에 어딜가나 기본으로 민번호 다 입력하고 웹질해야 하는 판국이지만, 해외에서 그정도 개인정보 수집은 매우 위험한 일로 간주됩니다. 해외 웹 서비스에서는 이메일 주소와 비번 정도의 가벼운 개인정보 외에는 요구하질 않아요. 그 묵직한 개인정보 수집했다가 관리 잘못하면 그 회사 망하는 레벨로 끝날 일이 아니니까요. 우리나라는 벌써 몇번이나 터지고도 해당 회사들 멀쩡히 장사해먹고 있죠? 욕션이네 에스게이네 뭐시네 그런 큰 회사들도 개인정보를 빵빵 유출해주는 판국에 일개 군소 게임업체들에게 개인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명령한다라... 그거 관리는 누가 해주나요? 무책임하게 게임회사들더러 알아서 해라, 그거 수집할 능력 없으면 게임 만들지 말던가, 이러면 끝인가요?

결국 모든 게임들에게 일괄적으로 '유저가 16세 미만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해라'라는 것과, 단순한 플래시 게임들 까지도 서버에 접근해 시간 체크해라 라는 것, 거기에 더해 기존 정액 요금제로 운영되던 대다수의 온라인게임들을 법을 가지고 강제적으로 플레이 가능 시간을 반토막 내버리면 거기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 등등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하나도 생각해본적 없는 여가부가 그야말로 술자리에서 '내 생각엔 말이야~ 도둑놈은 손 잘라버리는 법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호기롭게 떠들어댈법한 레벨의 사고로 해당 사업분야에 대한 일체의 전문지식없이 그냥 막 법을 싸지른 겁니다.

그러다보니 뒤늦게 여기저기 문제 터지고 대형 게임업체들이 한국시장 버리고 떠나고 하는 사태가 발생하니까 궁색하게 이래저래 땜질하려는 중이죠.

여가부의 셧다운제는, '애들 밤늦게 게임 못시키겠다는 건데 그게 뭐 나빠?'라고 생각할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법 제정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지 멋대로 싸지른 법에 의해 전도유망한 산업분야 하나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우스꽝스런 사태인거죠.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되고 있으며, 얼마 못가 폐지될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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