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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덕 문화때문에 컬쳐쇼크 받은 썰
게시물ID : animation_1358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흑법
추천 : 11
조회수 : 766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3/11/05 03:23:53
제가 중학교때, 학교에 만화동아리가 있었어요

그때당시 제 꿈은 만화가였고, 당연히 이 동아리에 들어가야 한다! 하고 생각했었죠.

동아리에 들어서 다같이 만화도 그리고, 정보도 교환하고 그런 스터디같은 분위기를 꿈꾸면서요.

그런데 ㅋ


네...

그냥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인 동아리였어요.

아니 뭐, 그럴수도 있죠. 그럼 동아리 가입한 모든 애들이 다 만화 전공 할 것도 아니고. 과가 아니라 동아린데 뭐. 그리고 나도 만화 좋아하잖아?

근데요...

성비가...

여자가 20명정도라 치면...

남자가... 2명있었어요...

그리고 그때 당시 유행하던 만화는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이었습니다.

또 그땐 일본어 번역체도 유행했었습니다.

애들이 쉬는시간마다 복도에서 큰 목소리로 덕질을 했어요

전 여기서 처음으로 성에 대해 많은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수많은 체위와... 기구들(이하생략)



대충 기억나는 일화만 몇개 얘기해보자면


쉬는시간마다 만화동아리 아이들이 복도에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

하고싶은 말은 많고, 이야기 할 입이 많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죠

전 그때당시에도 새벽 세시까지 컴퓨터하고 놀다가 자는 미래가 어두운 아이(그래서 이시간에 글쓰고 있음)였던 터라 늘 잠이 부족해서

쉬는(수업)시간엔 주로 잠을 잤는데

복도쪽에서 누가 소리를 빽 질러서 잠에서 깼어요

왜 소리를 질렀는고 하니

가히리에서 나온 캐릭터들을 자기들 멋대로 커플을 맞춰서는

누구누구 커플링이 제일 좋다. 아니다, 누구누구가 더 낫다 하다보니 목소리가 커져서

온 복도에 쩌렁쩌렁 울리는 큰 목소리로

"야!! 무쿠츠나가 짱이거든??!?!?!?"

그러고는 이러쿵 저러쿵 자기들끼리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하는데

그 대화의 수위가 19금~22금을 미친듯이 넘나드는데

그런건 니들끼리 있을때만 해야지 ㅠㅠㅠㅠㅠㅠ




또 어느날은 같은 동아리 애가 찾아와선 "이거봐라~" 하고 뭔가 자랑을 하길래 봤더니

가히리 수호자들 반지 풀세트;;;;;

저는 그때 가히리를 애들이 빠는 그런식으로 빨진 않았고

소년만화이면서, 더러운 내용(남자를 대상으로 한 소년만화들은 여자가 보기에 불쾌한 내용들이 있는 경우가 많았죠)이 없어서, 또 그림 잘 그려서 본거라 자세하게 아는건 아니었지만

얼핏 봐도 반지 퀄리티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값도 꽤 비쌌을건데 그걸 풀세트로 다 사서 학교에 가져오더니

제 친한 친구들이랑 반지 나눠끼고 복도에서 역할극을 하는거에요어아ㅓㄻㄴ아ㅣㅏㅏ이이ㅣ아ㅏㅇ나ㅏㅏ아ㅏ

할꺼면 학교끝나고 니들끼리 따로모여서해랑느라ㅡ한으ㅏ;ㄴ으라ㅣ무ㅢㅏㄴ윙나

그 큰 목소리로 손 모양까지 재현하면서 "필쌀 제로지점 돌파 초대 에디션!!!" 이런거 하지마ㅏㄴㅁ무리ㅏㅓㅇ누미ㅏㅓㅎ오나밀;ㅇ니ㅏㅓㅎㄹ



만화동아리 애들이 딱히 덕질을 숨기면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일이 점점 커지더군요

어떤 남자애가, 애들이 덕질하는걸 보고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 봤다가 모든걸 알게 된 겁니다.

그리고는 학교에다가 그 소문을 쫙 다 퍼트렸어요

만화동아리 애들은 남자랑 남자끼리 검열삭제 하는거 좋아한대!! 

쟤들 또라이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진짜 미쳤나봐 이리 와서 이거 읽어 봐!!
하면서 가히리 19금 소설을 프린트 해와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교실에서 크게 읽어제끼는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 새로운 문화를 알게 되어 충격을 받은 아이들의 표정이 대충 이랬고



30799448_1256907630.jpg



남자애들의 "니들 진짜 이런거 좋아하냐? ㅋㅋㅋㅋㅋㅋ 변태들 ㅋㅋㅋㅋㅋ 선생님한테 다 이를거야 또라이들아" 라는 말에

같은 만화동아리 아이가 가만히 있던 나에게 팔짱을 끼면서

"우리는 그런거 전혀 창피하지 않아! 그런게 뭐 어때서?!"

하는데



1002302613.jpg



그때 내 심정이 이랬고 ㅠㅠ

왜 나는 끼우고 그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네요

저땐 저 사건으로 애들한테 만화동아리 라는 이유만으로 까이고, 욕먹고, 왕따당하고 했었어서 정말 충격도 컸고

장래희망이 만화가면서 "오타쿠들은 만화의 질을 떨어트리는 악의 축이다" 라고 생각하며 증오하기도 했었죠

저에게서 오타쿠는 인간 쓰레기 같은 존재였어요

근데 제가 그런 인간 쓰레기가 됐네요

사람의 천성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일코 해봤자 다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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