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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유언장.
게시물ID : freeboard_15789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땅늑대
추천 : 0
조회수 : 11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24 18:19:51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적어갈 때마다 뼈져리게 느끼는 건 내가 정말 죽고싶지 않다는 사실 뿐이다.

너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했다.
글을 쓰는 것을 즐거워하고 행복해하고,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듯이 몰두하던 아이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네 삶은 어느덧 서른이 되었다.
그동안 두 차례의 굴곡과 두 차례의 위기가 너에게 다가왔고, 그때마다 양 손을 놓고, 삶을 놓았다.

삶을 놓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살기 위한 발버둥에 가깝게, 너는 몸을 쉬고 멈춰있었다. 천상 백수인 것처럼 한 해 스스로 절망했다는 것을 벗겨내고 나니 나이는 스물 아홉에 손에 남은 것은 사라져버린 건강한 두 다리 뿐이었다.

그 후에 빚이 있었다. 작은 사업, 친구들.

사회적으로 작은 돈에 불과했던 그건 어느세 네 명줄을 잡았다.
한 해 반동안 컵라면으로 네 한 끼를 때웠다. 직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알바 자리에서 너는 컵라면 한 끼를 먹고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걸었다.

주말이라곤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지쳐서 자고, 또 일어나서 월급통장을 확인한 뒤 다시 일터로 나갔다.

이제 네 어깨를 짓누르던 빚은 한 푼도 없지만, 그렇다고 네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이 카카오톡에 쓸 때마다 부러워했던 2천원짜리 이모티콘.

두 개를 한번에 질렀다. 담배도 살 때마다 두 갑을 질렀다.

이런 삶을 언제까지 살수 있을까, 절망하고 또 절망한다.
어렸을때, 그 기지 넘치고 아는것 많던 너는 어디 가고... 무언가의 전문가로 삶을 살아감에도 한 달에 130이 안되는 돈을 쥐고.
그렇다고 다른 길도 없고, 배울 의지도 사라져 버렸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컴퓨터 안에 담긴 아직 못 포기했던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들을 싹 지우고 야한 영상도 싹 지우고.
그 안에 뭘 담을까.

부모님 사랑해요, 동생아 잘 부탁한다. 장례는 치루지 말고 바닷가 어느 구석에나 뿌려다오. 기왕이면 남해가 좋겠다.

이런 말들이라도 써 놓을까.

오늘도 수고했다.

다른 말 말고 이런 말이 좋겠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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