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안 됐을 때 어느 날 집에 혼자 있게 됐는데
그 때 뜬금없이 떠오른 질문..
"왜 나는 남자로 태어났지?
주위 여자애들은 예쁜 옷 입고 치장하고 다니는데 누나들도 다 그렇게 다니는데
왜 내가 그렇게 하고 다니면 사람들은 나보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하지?
남자다운건 뭘까? 왜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는 것이고 사람들은 그걸 강요하는 것일까?"
저는 남자이지만 덩치도 작고 건장한 남성의 스테레오타입과도 거리가 아주 먼데
그런 저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그 당시에도 너무 싫었고 지금도 너무 싫습니다.
TV를 볼때도 이런 저의 불편함은 사라질 길이 없습니다.
TV에서는 아무 비판의식 없이 "남자답게" "남자다운" 같은 수식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런 말들을 들을때마다 솔직히 거북합니다.
남성을 향한 남성다움의 강요가 아직도 공개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전혀 남성답지 않은 저에게 남자가 되기를 강요하니까
(성차별주의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입니다. 저는 "남성다움"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주 자의적인 개념이라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때부터 남자답게 살아야 하는 남자로 태어난 저 자신의 성별을 혐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다 보니까 당연히 성욕도 생기는데 자위행위를 하고 나면 후회감이 들면서 저 자신을 원망하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니 남성이라는 성별에 대한 혐오도 더 심해지고...
또 그럴때마다 여성에 대한 근거없는 동경과 부러움도 더 심해졌고요.
여자로 태어났다고 그런 강요를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사실 여자에게 여성다움을 강요하는 자들은 이제 성차별주의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마음을 가슴 깊이 고이 간직해 두거든요.
물론 그런 말을 쓸데없이 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놈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여성 분들은 친구들에게 그 고민을 토로하면 그 불만을 풀 수라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이런 불만을 친구들한테 토로하면 이상한 놈이라는 소리만 듣거든요
성적 지향은 동성애, 양성애와 거리가 먼 이성애자인데도 저는 제가 남성인 것이 정말 수치스럽고 싫습니다...
남자다움을 추구하는 자들이 말하는 강한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왜 제가 그런 기준에 맞춰서 행동해야 진정한 남자가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