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기 전 려점 방 사진. 방이 좁아서 자전거는 민머리 주인 아저씨가 려점 입구 옆 공간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밤에 잘려고 하면
침대 밑 공간에 숨어 있다 나오는지 모기들이 자꾸 물어서 선풍기를 틀어 놓고 대신 좀 추워서 이블을 꽁꽁 싸매고 잤다.
아침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배수가 잘 안되는지 시장 입구가 물바다였다. 나는 자전거 타고 살살 지나가서 괜찮았다.
아침거리로 빵을 샀다. 빵 종류는 많은데 맛이 어떤지 모르니.. 빵 속에 뭐좀 들은거 같은 걸로 골라 샀다.
2위엔(400원 정도). 먹을 곳도 마땅치 않고 음료수도 없어서 바로 먹지는 않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래도 깨가 고소하니
먹을만 했다.
하얼빈 시내 중심도 배수가 안되는 곳이 많은지 여기 저기서 미화원들이 열심이 고인물을 쓸어 내고 있었다.
비가 와서 강물이 많이 불은 것 같았는데 물이 색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완전 하수구 구정물이었다.
여기는 놀이 공원 입구. 물론 들어 가지는 않았다. 동행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한국에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놀이 공원을 돈주고 들어가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옆에 있는 가게에서 음료수만 한개..
이 곳도 아주머니 두분이 열심이 물 쓸어내고 계시고..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궁금하여 들어가 보았다. 저 한문이 공원이라고 씌여져 있는 건가?
그냥 작은 공원이었는데 위의 사진과 같이 무슨 우화들을 돌에 새긴 벽들로 꾸며 놓은 공원이었다.
가다가 무슨 절이 있어서 가 보았다. 절 앞쪽으로는 기념품, 불교관련 용품 파는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절에 온 사람들의
자비를 기대하는, 빌어먹는 사람들이 많이 어슬렁 거렸다. 별 관심도 가지 않고.. 들어가 보지는 않고 그냥 사진만..
절 오른쪽으로 연못이 보이길래 가보니 연못이 아니라 여기도 배수가 되지 않아 많은 물이 고여있는 것이었다. 사진속의 아저씨가 열심히
배수구 뚫고 있었다. 옆에 물건파는 매대들도 잠겨있고..
'이정도 비에 배수가 이렇게 안돼서야.. 하얼빈은 참 물에 취약한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소피아 성당 아닌가? 꽤 오래되고 특이해 보이는데.. 물론 아님.
여기가 바로 하얼빈역. 나는 좀더 도시 외곽에, 유럽식의 고풍스러운 기차역을 생각했었는데.. 차량 통행량도 많고 번잡한 곳이었다.
역 바로 앞으로 가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정신없는 곳이었다. 자전거 끌고 저 속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후퇴..
구석에는 시골에서 기차타고 올라온 사람들인지 남루한 차림과 힘들어 보이는 표정들..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을 때는 기차역 안에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장소가 표시가 되어 있다고 나와 있어서 한번 가볼까
생각 했었는데 역 앞의 많은 사람들을 보니 이곳에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이 싹 없어졌다. 그래서 다음 장소를 찾아 이동..
우연히 대로에서 골목 안으로 들어왔다가 운좋게 찾게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는 곳. 택시를 타면 모를까 지도를 보고도 찾기가 쉽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그나마 인터넷을 찾아보고 건물의 사진을 한번 보고 와서 찾았지 그렇지 않으면 찾지도 못할뻔 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2층에 있었다. 여기서 일하는 분한테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찍어도 된다고 한다. 관람을 하고있는데 한 무리의
한국분들이 가이드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그리곤 가이드가 그분들한테 영상실로 가라고 안내를 했다. 나도 같이 보고싶은 마음에 이곳에서 일하는
여자분한테 조심히 물어보니 상관없다고 해서 안중근 의사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다. 한 무리의 한국분들은 선생님들 이었다.
서로 'ㅇㅇ선생님, 교감 선생님'하며 부르길래 선생님들 인줄 알았다.
기념관은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영상에서 본 내용의, 출생부터 대한 독립을 위한 활동, 일본군에게 체포된 후까지의 사진과 설명들이
시간 순서대로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군에 체포된 후 찍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며 눈빛이 상당히 쓸쓸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할일은 끝냈고 이제 남은 죽음에 대한 한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대한의 독립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슬퍼서 였을까? 나는 안중근 의사가 자신의 생명을 걸고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을 큰 역사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당시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관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소피아 성당을 찾는데 한참을 헤멨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잘 모르거나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도 나오지를 않아 더운날씨에 주변을
한참 뺑뺑이 돌았다. 그러다 발견한 소피아성당 안내 간판. 성당이 아니라 건축 예술관 정도로 안내가 되어 있었다.
힘들게 찾아서 그런지 더 멋있어 보이던 성당. 비록 오래 되긴 했지만 건축 당시 많은 정성을 들여 아름답게 만들어서 그런지 주변 현대 건물들과
비교되지 않는 품격있는 건물로 느껴졌다.
성당 내부에 들어 가려면 성당 오른쪽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한다. 훌륭한 외관을 보니 내부도 궁금하여 표를 끊었다.
20위엔(3,600원). 그동안 경험한 중국 물가를 생각했을 때 싸지는 않은 입장료.
들어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광장에 웅장한 음악이 울려퍼지면서 성당 옆쪽의 광장에서 분수쇼가 시작되었다. 후덥지근한 공기와 광장의
어수선함을 한번에 정리해 주는 듯한 시원스런 분수쇼였다. 성당 주변의 비둘기들도 훈련이 된건지 음악소리에 놀라서 그런건지 여러마리가
날아올라 성당을 계속 뱅뱅 도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정문에 서 있는 아저씨한테 표를 주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 입구 양쪽으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도 사진을 자유롭게 찍을 수 있다.
러시아에서 처음 성당을 건축해서 그런지 러시아 기념품을 많이 팔고 있었다. 러시아 기념품 하면 대표적인게 저 껍데기 많은 인형.
이 성당은 예전에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온 러시아 군인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러시아에서 처음 지었다고 한다.
성당 내부는 생각 했던것 보다 넓지 않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벽의 색과 무늬 때문인지 자극적이지 않고 안정적이고 아늑한 느낌.
둥글고 높은 천정..
벽에는 오래되고 유명해 보이는 건물들과 옛날 사람들의 사진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내용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 알길이 없고..
요렇게 건물 모형도 구석 구석 몇개 전시되어 있다.
다음으로 찾아간 중앙대가. 소피아 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차는 물론 자전거도 통행 금지되어 있어 자전거는 한 은행 앞 울타리에
묶어 놓고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길 양 옆으로는 한국 명동거리처럼 각양 각색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런 곳도 보이고..
어디서 본것 같은데.. 비슷한걸 인사동에서 본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구경하며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오길래 뭐지 했는데 이곳에 유명한 아이스크림 파는 곳이 있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먹었는데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내가 맛을 안볼수 없어 하나 사먹었다. 5위엔(900원).
보통 슈퍼에서 저정도 아이스크림 하나에 1~2위엔 하니 싼 가격은 아니었다. 맛은 진한 버터맛.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사가는지 큰 통에 비닐도 없는 아이스크림을 내 놓으면 녹을 새도 없이 금방 금방 팔려 나갔다.
또 바로 옆에는 대박 빵집.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하고 누가 더 많이 파는지 내기라도 하듯 엄청 많이 팔아 제끼고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좀 줄었다 싶으면 다시 사람들이 와서 줄서고..
나도 맛은 봐야겠다 싶어 하나 샀다. 그런데 한개 딸랑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보통 4개 이상은 사 가는 것 같았다.
빵을 손으로 누르면 푹 꺼질 정도로 가벼운데 대신 엄청 부드럽고 맛은 효모 특유의 신 냄새가 은은하게 나면서 씹을수록 그 효모냄새가 입맛을 계속
불러 일으킨다. 가장 맛있는 상태로 발효를 최대화 시켜 부푼 상태에서 구워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이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쓰고도 뭔소린지..??
시간이 많이 늦고 다른 곳에 더 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옆으로 이어지는 하얼빈 중심을 흐르는 송화강을 따라 올라갔다.
낚시하는 사람들, 무엇을 잡는 지 허리숙이고 물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 수영하는 사람들..
가족들이 나들이도 많이 나온 것 같고..
재미있는 조형물이 있었다. 한 가족을 표현한것 같은데 조형물의 국적 느낌은 중국스럽지 않고 차라리 일본 스러웠다.
조형물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왠지 갑갑한 사회주의 중국의 경직된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그런 느낌.
출입금지 표시 같은 것도 없이 주변 사람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만지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아 보였다.
나도 이 조형물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표현에 마음을 빼았겼다.
그림 그리는 젊은이. 도구와 그림 실력이 일반인은 아닌듯..
수영하다 추워서 몸 말리며 장기 두는 것 같았다.
모여서 신나게 박수치며 노래하는 아주머니들도 있고..
강변에 저렇게 모여서 꼬치 구워 먹으며 맥주 마시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시간도 저녁 먹을 시간이고 종일 돌아 다녔더니
나도 고기에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숙소 들어가는 길에 시장에서 훈제해서 파는 오리를 한마리 샀다. 저 뒤에 보이는 쇠로 된 통에다 굽는데 인기가 좋아서
전날 사려고 했다가 바로 내 앞에서 매진되는 바람에 사지를 못했었다. 요 앞에 쇠가 오리를 구울때 거는 쇠인데 벌써 엄청 팔렸다 보다.
가격도 엄청 쌋다. 한마리에 18위엔(3,300원). 오리 대가리도 그대로 잘라서 넣어 준다.
나는 치킨처럼 좀더 짭짤하고 강한 훈제 맛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심심한 맛이었다. 그래도 간만에 먹는 잘 구워진 오리 고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