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하루 살아가다보면 고마움 간부가 하나쯤 있기마련...txt
게시물ID : military_780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날좀뽑아줘요
추천 : 4
조회수 : 38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6/27 02:39:57
옵션
  • 창작글

 군대 아무리 주옥같다고 하지만 마음이 놓이는 한 사람만 있어도 참으로 살만 한 곳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본인의 경험은 그러했으며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작성자의 필력이 비루하여 그 감사함을 피력하기엔 어렵겠지만 그 흔적을 남기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매의 눈 김 중사의 이야기다.

 그와의 만남은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날은 대대가 행군을 나가는 날이었으며 본인과 알동기 둘이 도착했을 때 그는 매우 지쳐있었다.

 그곳은 강원도 철원의 한 겨울이라 그는 마스크를 쓰고 눈만 내놓고 있었으며 키는 180정도로 훤칠하고 다부진 몸이라 만화 원피스 매의 눈 미호크가 실존인물이었다면 안광이 이랬을 거라 생각하리만큼 매서웠다. 

 그는 그의 아래에 있는 하사와 상사모두에게 정도를 넘는 FM수칙을 지키는 자로 인식되는 남자였다.

 그는 전차정비관이었다. 그렇다 본인은 기갑대대에서 전차 정비병으로
 근무했다. 그에게 있어 정비교범은 성서와 같았고 가라로 다른 공구 쓰던 본인에게 1/2인치 스패너를 수리검마냥 날리는 그였다. 

 여기까지 정리해보면 그는 180의 다부진 몸에,  군대에서 기장 피곤한 FM신봉자에, 진급에 목숨 거는 매의 눈 미호크였지만 그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그는 본인이 이등병때부터 병장전역할 때까지 얼굴을 맞대는 날마다 "작성자야 너는 나중에 큰 인물이 될거야."를 시전해주었다.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계속되는 그의 주문에 하루 하루 버티는 스스로를 볼 수 있었다. 

  군대와서 맨날 욕먹고 뺨맞고(클린병영이랬지만 구타가 남아있던 곳이었다) 부조리에 시달리며 점차 지쳐가고 있던 내게 얼마나 고마운 말이던가. 

 큰사람... 큰사람이라... 내 군생활 통틀어 그렇게 따뜻한 말은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여기는 군댄데... 그 당시 우울증 비스므리한걸 겪던 내게 너무나도 고마운 말이었다.

 전역하고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말이 귓가에 남아있는 거 같다. 그 덕분에 빈곤하고 더러웠던 대학원 생활도 잘 끝내고 취직도 되고... 

 그는 전역후에도 매년 한두차례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와 그만의 주문을 걸어온다. 지금은 원사라고 했던가... 전역전에 정비교범을 정리해 준게 큰 도움이 됐나보군 800페이지 타이핑 치느라 뒤지는 줄 알았는데...

 가끔씩 잊을만 하면 주문을 걸어오는 그에게, 이 세상에서 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된다.

 이외수 작가의 글을 빌려 이 긴 노잼글의 마무리하고자 한다.

 "때로는 밥 한끼가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글 한줄이 죽어가는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도 한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