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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번 써보는 자진납치 썰
게시물ID : panic_941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생긴너구리
추천 : 7
조회수 : 190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6/27 18:16:14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2009년 여름의 수원역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일어났다고 하기에는 제가 만든 일이죠.

당시 저는 군인의 신분이었고 주말을 이용하여 친구와 술한잔을 하러 수원역에 왔습니다.
약속시간이 20시라서 저는 19시 40분 쯤 도착을 하고 친구놈에게 전화를 했으나 일이 있어 30분 정도 늦는다길래
온갖 쌍욕을 퍼붓으면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50분이라는 시간이 남았는데 그 당시에는 카페에 앉아있는 성격도 아니였고 스맛폰 시대도 아니였던터라
무한히 심심할 수 밖에 없는 50분이었느데요.. 그 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 : "인상이 좋아보이시네요"
  나 : "아, 네.."

이 때, "네"라는 대답을 하지 말고 그냥 무시했었어야 했는데... 정확한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리하자면

 그들 : "하지만 조상신께 제사를 들려야 더 잘 풀릴거에요"
 나 : "아.. 그럼 그 제사는 어떻게 지내야 하는건가요?"
 그들 : "제사는 저희가 모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따라오시면 되요."
 나 : "네, 앞장서세요"

그렇습니다. "인상"이 좋다는 말과 심심함을 이기지 못한 저의 호기심이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렸습니다.

수원역을 처음 와봤던 저는 꼬불꼬불 들어가는 길이 어디로 향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휘황찬란했던 수원역을 떠나 아주 한적한 어느 빌라 안으로 들어갔던것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 들이 제 앞 뒤로 한 명씩 붙어서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꼭대기 층까지요.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들 : "제사를 지내시려면 예의를 갖추어야 해요, 흰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세요"
 나님 : "네"

원래입던 옷을 벗어 던지고 그 흰 옷을 입은 채로 바깥으로 나오니 그제서 다른 방에 제사상이 눈이 띄었습니다. 그리고 제사상이 차려진 방으로 들어가 가만히 서 있으니 아까 그 들이었는지 다른 사람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 : "제사를 지내려면 성의를 보이셔야 합니다."
 나 : "네?? 성의는 뭔가요?"
 그들 : "제사를 지내는데는 성의가 있어야 하고, 만원이상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나 : "흠.. 저 현금이 하나도 없는데요?"
 그들 : "천원 한장 짜리도 없나요?
 나 : "네, 카드만 사용해서 없어요. 그리고 처음에 올 때는 이런 얘기 업으셨는데 옷 갈아입고 이러시니 좀 곤란하네요. 그냥 나가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저는 옷을 갈아입고 당당히 현관문을 열어 제끼고 걸어나왔습니다. 아주 당당하게요. 그리고 주머니에 오천원을 지켰다는 뿌듯함과 함께..
다시 수원역에 도착하니 마침 친구놈도 도착을 하였습니다. 방금 있던 일을 말하니 쌍욕이 돌아오네요. 스스로는 심심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별 탈없이 걸어나왔으니 됐다" 싶으며 그냥 추억팔이로 남겼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 소름 끼치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수원역에서 위에 언급한 방법대로 사람을 끌고가서 강제로 마약에 취하게 하여 되판다는 내용의 뉴스를.. 뉴스 내용을 찾으려 해봤는데 검색 실력이 좋지 않아 못 찾겠네요. 아무튼 그 뉴스 이후로는 아무리 심심해도 그런 사람들이 말 걸면 눈도 안 마주칩니다.

아..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여러분, 모르는 사람이 말 걸면 도망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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