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이 일상화된 국민의당
자유한국당의 트레이드마크가 ‘막말’이라면, 국민의당의 트레이드마크는 ‘조작’이라 할 것이다. 국민의당은 창당 이래로 쉬임없이 조작사건을 일으켜 왔고, 아무런 반성없이 조작행위를 반복하다가 결국 당은 존폐위기로 치달았다. 그간 국민의당이 벌여온 조작사건을 일람해 보고, 이런 상습적 조작이 왜 이루어졌는지를 검토해 본다.
국민의당은 창당 준비기간부터 조작을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지난 2016년 1월 10일 창당준비위를 발족했고, 최종적으로 2월 2일 국민회의와 통통합창당회의를 통해 정식 창당이 되었다. 그런데 이 시기인 2016년 1월 4일 이희호 여사와의 간담회에서 이 여사의 발언을 조작하여 자신들이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이 여사가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뭔가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을 느꼈다. 꼭 주축이 돼 정권교체를 하시라”고 말씀하셨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이희호 여사 측에서는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당의 조작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김홍걸씨의 반박이 이어지자, 안철수 의원은 적반하장 격으로 “홍걸씨는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20여분간 면담했는데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셨겠나”고 이희호 여사측이 거짓말을 한다는 식으로 몰아 붙였다.
두 차례의 거짓말로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녹취록이 공개되었고, 그 녹취록의 발언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거짓말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다. 국민의당 ‘실무자’가 그 자리에서 비밀리에 녹음을 했고, 여기에는 안철수 의원이 전한 이희호 여사의 발언은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은 “진실게임으로 흐르는 건 예의에 안 맞고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파문을 눙치고 넘어가려는 참이었는데, 비밀녹음을 하는 버르장머리없는 처신을 함과 동시에 그 녹음마저도 왜곡하여 발표하는 조작질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런 조작과 적반하장격 덮어씌우기 사태를 거치면서 국민의당이 한 조치는 참으로 소박했다. 안철수 의원이 당사에서 “큰 결례를 했고 진심으로 송구스러우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사과를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직접 행한 안철수 의원이 한 후속조치는 비밀리에 녹음을 한 실무자의 사표를 수리한 것이 전부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당이 한 반성이라고는 단 한명의 사표수리 밖에 없었다.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 실무진은 이후 대선 국면에서 다시 캠프에 복귀한 바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4번 연속된 사건이었다.
두번째 조작은 대선 과정에서 무려 권약숙 여사까지 정조준했다. 증거조작 사건의 핵심적인 책임을 진 이용주 의원은 이 사건에서도 직접 발표를 맡아 조작을 진행했다. 2017년 4월 24일 이용주 의원은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권재철 초대 한국고용정보원장 재임 시절인 2006년 3월부터 2008년 7월까지 문준용씨를 비롯해 영부인 친척, 대통령비서실 출신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자녀와 부인 등이 고용정보원에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10명에게 채용의혹이 있다고 발표하면서 그 핵심으로는 권양숙 여사의 9촌 친척인 권모씨가 있었다.
기자회견장에서 주장의 입증건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용주 의원은 “"자세한 문건은 고용정보원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넘어갔다.
당장 민주당은 해당 인사의 실명을 대라고 반발했고, 노무현재단은 즉각 이용주의원을 형사고발했다. 이런 강력한 반발이 나오면서 잠시 파문은 잠잠해 졌으나, 열흘 후인 5월 4일 이용주 의원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야만 했다.
이날 이용주 의원은 “권양숙 여사와 고용정보원의 권모 과장이 친척 관계에 있는지에 대해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저희가 파악한 것과 일부 다른 사실이 확인돼 이를 정정한다”면서 “비록 착오로 인한 것이지만 권 여사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권양숙 여사의 친척으로 지목된 권모 과장은 안동 권씨 부정공파였고, 권양숙 여사는 안동 권씨 복야공파라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확인이 빠져 있었을 따름이었다.
이에 대해 이용주 의원은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발표한 부분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면서 “향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제가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 권 여사를 직접 찾아뵙고 다시 정중히 사과를 드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사과발언을 한 바로 다음날이 5월 5일 문제의 음성통화와 카톡 화면 조작사건이 발표된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려고 막 시작한 참에, 또다른 조작사건을 벌인 것이다.
이 사건은 하나의 조작사건이 아니다. 녹취록이 조작되었고, 카톡 대화록이 조작되었고, 이를 검증했다는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발언이 조작되었고, 국민의당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조작이 끝없이 이루어진 사건이다.
이유미씨가 음성 대화를 조작한 것이 처음이다. 이를 제보받은 국민의당 김성호 수석부단장은 지난 5월 5일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에서 직접 통화했고, 본인이 이 내용에 대해 언론에 보도해도 좋다”고 발언했다. 누구랑 직접 통화를 했다는 말인가?
이용주 의원은 한술 더 뜬다. 조작 녹취록의 인물로 지목되던 송모씨가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반박을 하자, 이용주 의원은 무려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인했다”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조작된 발언을 확인해 줄 복수의 관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당이 이렇게 상습적으로 조작을 일삼는 이유를 추론하기란 쉽지 않다. 가장 쉽게 설명이 되는 이유는 있다. 거짓말을 해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당 이전부터 거짓말을 했지만,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고서는 아무런 제재없이 넘어간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 번 조작한 자는 두 번 조작하고, 두 번 조작한 자는 세 번 조작하고, 세 번 조작한 자는 네 번 조작한다. 국민의당이 걸어온 조작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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