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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정산
게시물ID : readers_287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계설계아재
추천 : 2
조회수 : 33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02 02:43:58
요즘은 스트레스 받는다 싶으면 책을 산다. 굳이 읽지는 않더라도 사놓고 쌓아두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한시간을 넘겨 배달된 참치에 술한잔 하고 알쓸신잡을 보다가 문득 이번달에(6월) 산 책들을 정리해 봤다. 절반이상 본듯한데 쌓아놓고 보니 내가 책을 이렇게 많이 봤던가, 샀던가 싶기도 하다. 담배를 끊고 술도 줄였다. 의도적인건 아니였고 자연스럽게도. 몸으로 일하는 직업이라 쉬는 시간을 굳이 활동적인 취미를 갖기 싫어서 찾은 취미인데 이만한 취미가 또 어디 더 있나 싶다. 제일 흔해 빠진 취미중 1위는 독서가 아니였던가. 그래서 취미가 독서라는 말을 꺼내면서도 첨언을 해야하는 내 자신이 가끔 초라해지는 적도 있었다. 소설을 보든 어떤 이야기를 보든 모든 이야기는 결핍과 맞닿아 있다. 그 결핍을 좋아하게 됐다. 항상 부족하고 모자라다. 비슷한 장르의 책을 보다보면 이야기는 돌고 돈다. 내가 책을 구매하는 비용도 돌고 돌면 좋겠지만. 얼마전에 중고장터에 책을 올려놨다가 결국 팔지 못했다. 댓글을 남겨준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막상 팔려니 뭔가 아쉽더라. 히가시노게이고 책 다섯권이였는데 결국은 팔지못하고 책장에 그대로 있다. 한두권 보다 내스타일은 아니다 싶어 판매를 결정했지만 나에게 들어온 물건은 역시 쉽게 나갈 수 없나보다.  살아간다는건 하나씩 지워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책을 사는 것처럼 하나씩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것들을 추려내다보면 굳이 행복에 다다르지 않더라도 선택의 즐거움 자체를 즐겨야하는 필연에 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읽지 않는 책이라도, 보지않는 책이라도 곁에 두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결핍의 상태에 중독이 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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