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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늘 베복 사건에 대해 소설가 장정일씨가 쓴글
게시물ID : humordata_1361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르매
추천 : 12/5
조회수 : 835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04/06/19 14:20:49
베이비복스, 투팍, 이하늘, 김진표, 플러스 피...음악 가운데 내가 들어 본 음악이 하나도 없다는 건 신기롭지 않지만, 글쎄, 이하늘이라는 가수가 베복을 보고 "미아리복스"니 "섹스가수" 운운하는 것은 한국 남자들의 야비한 수컷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남녀 불문하고 댄스 가수가 섹스 어필을 전략으로 쓰는 건 알려진 일. 또 꼭 댄스가수가 아닌 남자 가수들도 무대 위에서건 아래서건 근육을 자랑하며 저 나름의 섹스 어필을 과시한다. 베복의 사생활이 어떤지는 알 수 없고 또 나 알바 아니나, 우리 나라 남자 가운데 열 여자 싫다는 놈 나는 아직 못봤으니 베복을 보고 "미아리복스" 운운하는 그 자의 실상은 개X보다 더 더러운 X막대기 정도가 되겠다. 이하늘이 베복을 비난하는 요지는 투팍의 음악혼을 상업적으로 사용했다는 거다. 그러면 우리 가요 중에 고전음악을 샘플링한 곡들이 많던데, 그들도 베토벤 모짜르트 차이코프스키에게 "야무지게 빠다"를 맞아야 할까? 대가들의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했으니. 힙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것이 기성질서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한 것이라면 이하늘은 자신의 내면적 가치인 가부장적 태도를 먼저 반성해보아야 한다. 예를들어 만약 그 상대가 에치오티나 뭐 그런 남성 가수 였다고 해도 저런 막말이 나왔을까? 이번 설화로 인해 투팍이라는 래퍼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나, 그의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이하늘을 보니, 투팍에 대해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남성우월주의에 잔뜩 찌들은 남근 파시스트? 베복의 메니저가 이하늘을 고소하겠다는(당연히 해야 한다) 사태에 이르자, 김진표라는 가수(누구지?)가 나서서 같은 수컷을 편들며, "베이비복스는 이 하늘이 형의 후배다. 하늘이 형의 표현 방식에 불쾌하겠지만 고소하겠다고 대응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후배이기 때문에 또 여자기 때문에 "미아리복스"라는 말을 참고 넘겨야 한다는 말인가? 김진표여, 여기 조금 길지만 임지현의 <<이념의 속살>>(삼인,2001) 가운데 너의 우스운 초상이 있길래 길지만 인용해본다. "[...] 윤도현 밴드에 이어 김진표라는 랩가수가 등장. 청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에서 그의 인기를 직감한다. 같이 간 딸 아이의 설명에 의하면, 정통 록을 구사하던 시나위 밴드의 멤버들과 최근에 팀을 만들었단다. 그 래퍼는 자기는 어른들이 싫다며, 기성 세대를 향해 직격탄을 날린다. 김진표가 '외쳐 봐'하고 절규하면, 청중들은 일제히 '닥쳐 봐'라고 응답한다. 그가 '아저씨'하고 외치면 청중들은 다시 '닥쳐 봐'하고 소리 지른다. 자신이 싫어하는 어른들에게 입 닥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 충분히 반항적이고 전복적이다. 어느 새 반항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이 된 어설픈 나이가 씁쓸하다. 그러나 정작 씁쓸한 것은 자신의 밴드 멤버들을 소개하는 그 가수의 태도다. 어른들에게 '닥쳐 봐'하던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형님들'을 소개하는 태도가 조직의 쓴맛을 본 사람처럼 정중하기 짝이 없다.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판단할 길이 없다. '닥쳐 봐'는 상업적 전략이고 '형님들'이 그의 진짜 모습이라는 혐의를 쉽게 지울 수 없다. 이 래퍼의 몸에 밴 규율 권력은 어디서부터 유래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그때까지도 '닥쳐 봐'를 되뇌는 딸애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 밤길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20-21쪽) 출저;베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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