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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날씨 때문에 잠을 못자는 거다.
게시물ID : love_317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뭉뭉이아빠
추천 : 7
조회수 : 5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05 0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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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사람들의 방에 조명이 그렇듯 내 방에 조명도 눈이 부실 만큼 하얀 조명이다.

특별히 그 조명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밤이 되면 집 구석구석 밤을 지워내는 그 조명이 싫어

배란다에 있는 노란색 등을 켜놓는다.

집에서도 일의 연장선으로 해야할 것들은 꾀 많다.

더군다나 혼자 산다는건 그러한 일 뿐만 아니더라도 집을 치우지 않으면 누구도 치워줄 사람은 없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더욱이.

퇴근하고 너무 깔끔하지도 너무 지저분 하지도 않게 적당히 사람사는 모습을 풍겨가며 집을 치우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다 괜시리 허전한 날이라 글이나 써본다.

헤어진지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1년하고도 7개월이 지났다.

두 계절만 더 다가가면 꼬박 2년이 될 시점이다. 

그 사이에 나는 혼자 지내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내 나이도 어느새 앞자리가 바뀌어 있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내 주변에 혼자 있는 친구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결혼을 하거나 연애중인 친구들이 대부분이기에 연애를 오래한 친구나 결혼한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하며 말한다.

넌 결혼 늦게 하라거나 이제 슬슬 다시 연애 해야 하지 않겠느냐 라고.

그럼 그냥 돌려서 이야기 한다.

아직은 혼자 있는게 좋다고.

하지만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한번이라도 열렬하게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혼자 보내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 허전하고

하고싶을 일들을 아무리 해봐도 채워지지 않는 그 외톨한 감정이 있다.

항상 그런 감정은 늘 새벽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가온다.

물론 헤어진 시점과 지금을 비교해 보자면 나는 많이 좋아진 상태이다.

예전처럼 무기력 하지도 않으며, 빠졌던 살도 제법 많이 차오른 상태이다.

하고싶은 일들도 많이 하고 있으며 여전히 집사 노릇은 잘 하고 있다.

사람들 앞에서도 예전처럼 잘 웃으며 늘 재밌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개팅을 하라거나 연애를 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들이 참 많다.

그 사람과 헤어지고 앞자리가 바뀌고 난 지금의 나는 이제 더이상 20대의 내가 아니라 연애라는 것이 너무나 조심스럽다.

그 이유에는 너무나 많은 여러가지 이유들이 섞여있다.

예전처럼 건강하지 않은 부모님의 모습과,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직장,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노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신 부모님,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은 내 통장, 너무나 사랑했었기에 아직도 제대로 잊지 못한 그 사람 등등...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연애를 하고 싶어도 나 스스로 겁부터 먹게 만든다.

그래서 스스로 니가 지금 연애 할 때냐 라고 다그치고 있다.

새로이 연애를 해야 지난 사랑을 잊을 수 있다는 말은 나도 공감한다.

사랑이란 감정이 그렇게 만들어 주니까.

그래서 지금도 꿈에서 그 사람이 나올 때 마다 울면서 가지 말라고 빌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서 라도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하며 행복하고 싶지만

발은 쉽게 떨어지지 못한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게되었을때,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어졌을때 난 결혼을 할 수 있을 만한 경제적 어떠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을 준비하는데 과연 몇 년이 걸릴까?

아직도 다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이 남아있고

오래 고생하셨고 연세도 있으셔서 양쪽 어깨 인대가 모두 끊어져 수술을 받고 계신 아버지의 병원비

그런 아버지 때문에 아픈 무릎 수술도 못받고 식당으로 아침마다 일 나가시는 어머니...

내가 결혼 자금을 모아서 결혼을 한다고?

10년은 더 걸릴것만 같은 미래의 이야기로만 생각이 된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는 부분이지만 그 사람이 나를 떠난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좋은 사람이였고 너무나 어여쁜 사람이였기에 분명 더 많이 행복해질 것이다.

내 옆에 있었으면 이 구질구질한 삶에 그 사람이 더 힘들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난 더욱이 연애를 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

사랑이 아무리 감정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젠 안다.

경제적인 넉넉함이 없다면 그 사랑은 결국 둘을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애써 혼자 있는 것을 스스로 괜찮다고 다독이고 있는 것이다.

나 혼자는 어떻게든 사니까.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조금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과 함께 키우기로 해서 입양 받아왔던 고양이를 이제 온전히 내가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녀석 밥 굶기기 싫어서라도 난 열심히 살고 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내 모든 행동의 이유가 그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 대상을 고양이로 돌렸다.

넌 죄가 없으니까.

헤어지고 나서 이 고양이를 어떻게 하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에게 분양을 해야 하나... 정말 못된 생각으로 보호센터쪽에 두고 갈까도 생각 했었다.

왜냐면 주말만 되면 찾아왔던 그 사람에 대한 각인 때문인지 주말에 특히 문 앞에서 유독 많이 울던 모습에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고양이를 안고 나즈막히 이야기 했다.

이제 엄마 안와...

그런데 이젠 이녀석 없이는 내가 살기 힘들정도다.

잘을 모르겠지만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건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도 있다.

그 사람과 헤어지기 전 까지 이녀석은 잠투정을 한적이 없다.

헤어지고 난 후 잘 자던 녀석이 갑자기 불안한 목소리로 울면서 나에게 다가 올 때면 그 사람이 자꾸 떠오른다.

물론 그 사람 때문에 잠투정을 하는게 아닐수도 있다.

그냥 그렇게 생각이 되어지는 내 생각을 막을 순 없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잠투정 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니 괜시리 울적해서 그냥 두서없이 적어 본다.

해가 다시금 쨍하게 떠야 사라지는 습기처럼 아직도 내 마음에 그 사람이 끈적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런 습한 날씨라서 잠을 못자는 거다.

너 때문이 아니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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