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아갔다 많은 이들이 나를 거쳐갔다 그리고 난 그들을 잊는다. 그럼에도 난 걸어갔다 걸었다 그리고 지금도 걷는다. 그렇게 막연히 앞을 걷다 나는 군화 한 짝을 받아들게 되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 변함없는 사람들 일상들 이야기들. 그것들은 변치않고 그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는 나란 존재는 없었다. 굴러가는 일상 닳고 닳아 유도리라는 이름으로 세상은 둥근 바퀴가 되어 굴러간다. 그 바퀴속 모난 돌은 마모될 뿐이다. 그것조차 안되면 적출뿐이다. 그리고 잊혀진다. 머리를 깎은 날 밤 나는 거울을 집어들었다. 거울 저편 나의 머리는 반들반들 해보였다. 난 그들을 쓰다듬었다. 그 한올 한올은 곤두서 까끌까끌하였다. 마치 모난 돌처럼. 마치 적출당한 모난 돌덩어리처럼. 거울은 나를 닮은 구멍을 비출 뿐이었다 어쩔수 없이 난 걷는다. 길가 여기저기 바스라지는 잊혀진 돌무더기들이 보였다. 저 편으로 굴러간 일상을 잡히기위해, 바스러져가는 몸을 한없이 굴리는 맨들맨들해지는 돌무더기들을. 나는 걷는다. 어느순간 나도 저들처럼 한없이 굴러가겠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돌맹이 액서히 걸어가며 남들처럼 스스로를 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