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십대 중후반에 접어드신 나이에 하는 행동이며 말이며 죄다 어린애 투정같고, 분위기 파악이라곤 할 줄 모르는데다, 모든 일과 대화를 본인 위주로 해석하고 엉뚱한 얘기도 종종 하곤 합니다.
모든 말의 귀결을 본인의 권위를 가족들이 인정하게 하려는 시도로 마무리짓고요.
네, 가족 모두 가장의 권위 인정 안 합니다ㅡㅡ;
애초에 저나 동생이 어릴 땐 말 한 마디 제대로 나누어본 적이 없는데 성인 되고 나니 느닷없이 '대화'로 본인 이념이나 정치적 의견 등을 설파하려 했고, 돈을 벌어다 먹이고 입혀주니 너희는 나를 마땅히 존경해야 한다는 사상을 다 큰 자식들에게 뒤늦게 주입시키려 했었거든요.
그리고 그런 논리를 받아들이기엔 안타깝게도 제가 너무 확고하게 '존경은 돈으로 사는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었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아버지 세대야 다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고, 조금 눈치없고 말 제대로 못 하고 하는 것도 가족이라 속 터지는 거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걸 깨달은 후로는 거의 포기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말 한마디 할 때마다 끔찍하게 싫은 거냐 하신다면, 계기가 있습니다.
24살 쯤인가 어머니가 안 계신 상황에 동생까지 셋이서 대판 싸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제가 여자지만 공부도 제법 했고 말빨로 결코 밀리는 법도 없으니 마대자루를 들고는 어디 아빠한테 대드냐며 당장 엎드려 뻗치라고 고함을 질러대길래 날 대체 몇 살로 아는 거냐며 똑같이 바락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대응이었죠. 군대도 아니고....
제가 그렇게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한 표정으로 얼어있는 게 기가 차기도 했고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보던 남동생이 제 편을 든답시고 한 마디 꺼내자마자 사전을 집어들어 동생에게 힘껏 던지더라고요.
그게 정확히 동생 귀를 스치고 지나갔고, 순간 저도 이성을 잃고 지금 애한테 뭐하는 짓이냐며 아버지를 힘으로ㅡㅡ; 제압해 버렸었습니다.
동생이 덩치만 컸지 원체 사회성도 없고 소심하고 말빨도 없는 애라 집안에서 유일하게 아버지가 만만하게 생각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꼴을 눈 앞에서 보는 순간 참...
뭐랄까, 그 순간 아버지라는 인간의 바닥을 본 기분이었어요.
안 만만한 나에겐 제대로 덤비지도 못하면서 만만한 동생에게는 바로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 말종이 밑바닥에 숨어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든 거죠.
지금은 그 때 느꼈던 분노와 그 후에도 계속됐던 비슷한 모습들에 쌓였던 악감정들도 제법 희석이 됐고, 제가 아버지 성격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기도 했고 아버지 자신이 제법 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생 머리로 백과사전을 던지던 그 모습은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하든 그 때마다 아버지 모습에 제대로 덧씌워져서 떨어지질 않아요.
가부장적인 태도며 눈치 없고 자기 좋을 대로만 해석하는 거며, 다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납득하고 넘어가더라도 그 때 아버지의 본질이라고 느꼈던 게 잊혀지지가 않는 거죠.
거기다 제법 변한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한번씩 자기 말이 안 받아들여진다 싶을 때 목소리부터 높아지는 모습을 보면....
만약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신다면 제가 아버지의 노후를 살뜰이 보살피기나 할까, 가끔씩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