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몇년 째 연애를 쉬고있는 20대 여성입니다
비는 안오고 날은 습하고 꿀꿀하니 끄적이는 글이니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셔서 감정이 상하시거나 논란을 일으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하는 독백 주의)
첫 연애는 내가 좋아서 따라다녔다
20대 초반 남자 경험이 없던 내가 뭘 알아서 너를 쫓아다녔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혼자 시작한 첫사랑에 짝사랑이니
나중에는 내가 지쳐서 혼자 접으려던 찰나 너는 사귀자고 했다
좋았다 모든게
너의 생김새나 남들이 싫어하던 습관들이나 경제적 능력조차도
내가 알바해서 돈 벌어서 데이트하고 선물하고 그러면 되는 일이니 크게 여의치않았다
근데 니가 나보다 나이도 많았고 당연히 나보다 경제적 능력이 좋았을텐데
허구헌날 바라던 비싼 선물들을 요구했고
내가 뭐 샀다고 얘기하면 나도 사달라고 빌붙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너는 어느날 술을 마시고 내게 헤어지자 그랬다
나는 붙잡았고 너는 끝내 떠났다
아팠다 아주많이 첫사랑이 그렇게 끝나고 힘들었지만
내가 후회없이 미련없이 너에게 잘했으니 금방 괜찮아졌다
그러다 너는 내게 다시 연락해서 다시 시작하자고 했고
어리석었던 나는 그걸 또 받아줬었다
우습게도 넌 내게 졸업하면 결혼하자 했었다
그때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너는 나를 존중하지 않으며 나의 계획따위는 너에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20대 초반의 여자의 꿈이나 미래에 대한 계획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가족 계획을 세우며 너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고 나는 너에게 이별을 고했다
지금은 물론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의 나는 확고한 꿈이 있었고 너보다는 내 꿈이 소중했다
사실 네가 떠나고 나서 전처럼 너를 좋아하지도 신경쓰지도 않았다
다시 버려져서 아프기 싫어서 나는 너에게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며 괜찮은 척 했지만
재회 후 너에게 버림받아 울고 불고 할까봐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그렇게 내 첫 연애가 끝이 났다
똥차가고 벤츠온댔던가
그렇게 두번째 연애를 했다
나는 너의 첫사랑이었고 우리는 남들에게 인정받을만큼 풋풋하고 예쁘게 사랑했다
연애에 서툰 너에게 호감을 느끼고 너의 고백을 받아줬었고
첫 연애와 다름없이 나는 또 빠져들어 모든 걸 바쳤다
나는 소심하긴해도 당찬 성격에 괄괄하기까지 했다
술도 잘 마셨지만 언행을 가릴 줄 알았으며 내 관리는 철저하게 했다
남들하고 술을 마셔도 내 몸 가눌만큼 마셨고 적당히 보고 빠져나와 꼭 집에 가는 성격이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성격이었다
너는 나의 당당함을 좋아했지만 내가 술먹는걸 싫어했다
나는 애주가다 내가 몸을 가눌 수 있고 제어할 수 있는데 너보다 많이 마시는 걸 싫어했다
나는 왕따로 인해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고 그래서 대인관계가 원활하진 못했다
그치만 그걸로 너를 묶어두려던 건 순전히 너만의 착각이었다
너와 나는 롱디를 시작했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차츰차츰 나를 배려하지 않는 걸 나는 느끼고 있었다
다만 내가 바란건 연락이었다
어딜가면 간다고 누굴 만나면 만난다고 그럼 적어도 나는 하염없이 휴대폰만 보고있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너는 늘 미안해했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지만 그 사소한 배려는 여전히 지켜지질 않았다
너와 연락이 몇시간씩 안되던 나는 처음에는 화를 내기도 해봤지만 점점 지쳐갔고 그냥 포기해버렸다
어느날 내가 너에게 예전으로 돌아와주길 바란다고 했을 때 너는 내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연애 초반 나에게 그렇게 애를 쓰며 공을 들이던 건 역시나 너의 본 모습은 아니었었다
무슨 날이었던가 발렌타인데이였나 화이트데이였나 주변 사람들은 도대체 내가 뭘 받는지 궁금해했다
오지않았다 너에게서 그 흔한 문자나 카톡도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꾸 물었다 뭘 받았느냐고 아무것도 안받았다고 말하니 믿지 않았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서운했다 너는 너의 친구들과의 약속은 너무나 소중했지만 멀리 있던 나에게는 너무 소홀했으니까
나의 일과를 물어보기보단 오늘은 누구랑 약속이 있고 뭘 하기로 했다고 너의 일과를 보고했다
그냥 우리 사이는 너무나도 사무적이고 딱딱해져버렸다
그렇게 나는 너에 대한 애정이 한꺼풀 식었다
그 외에는 잘 지냈다
너는 너의 의무를 다 하러 떠났고 고무신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쪽잠을 잘 정도로 너에게 헌신을 했다
너를 정말 가감없이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
우리집이 넉넉치못해서 나는 하루에 다섯시간씩 알바를 하며 수업을 들었고
집에 와서 과제나 레포트를 끝내고 나면 새벽이 되었다
잠에 빠질 때 쯤 너는 내게 전화를 했고 나는 잠든지 삼십분 아니면 한시간도 안되서 다시 깨 너의 전화를 받고
그렇게 쪽잠을 자다 알바를 가고 학교에 가고 그런 일상을 반복했다
나는 참 열심히도 했다 내 일상의 시작은 너에게 편지나 소포를 보내는 일이 될 만큼 열심히 살았다
내가 너에게 거의 매일 한통씩 편지를 써서 부칠때 너는 늘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을 잊어버렸다
늘 두고 나왔다고 깜빡했다고 사실 나는 실망했다 나만 애쓰는 것 같아서 내가 편지 쓴 것들이 허무해져버렸다
시험기간이었나보다 너무 지쳐 눈 좀 붙이려다 너의 전화를 받고 통화 중에 잠시 졸았다
그런 나에게 너는 이기적이라고 했다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며 또 한 번 느꼈다 왜 내가 배려해주는 만큼 너는 나를 배려하지 않을까
그래도 나는 민간인이니까 너보다 덜 힘들거라며 합리화를 시켜보았는데 잘 안됐다
나에게 잘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다섯시간이었다
근데 그 마저도 너의 전화를 받느라 깊은 잠은 못잤다
나의 일상이 가뜩이나 돈 벌며 학교 다니느라 힘들어 죽겠던 나의 일상이 무너져갔다
힘들다고 너에게 몇번이나 하소연을 했지만 너는 나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너에게 헤어지자했고 너는 나를 붙잡았다
너를 너무 좋아했는데 나는 살고싶었다
너는 이따금씩 나에게 연락을 해왔지만 나는 답하지 않았다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씩 너의 소식을 건너 보게되면 우리의 추억이 생각나긴 한다
늘 그랬듯 나는 사귀던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고 미련은 남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그때 서로 더 배려했더라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긴 한다
세번째 연애는 실수였다
나의 일상이 힘들었었고 적을 수 없는 부담감이 많았다
그런데다 두번째 연애가 끝나서 나는 정말 피폐해져있었다
너는 나와 자그마치 7-8년을 함께 알아온 사람이었다
오빠 동생으로써 그렇게 알아왔던 사람이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한답시고 너는 내게 사귀자고했다
나는 거절했다 넉달이 넘는 시간동안 너는 꾸준히 들이댔고 나는 꾸준히 밀어냈다
변명같지만 나는 너무 힘들었고 너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그래서 그게 실수였다
너는 이때까지 나를 거쳐간 사람들보다 아니 그사람들을 거론하기 미안할만큼 최악이었다
나는 너를 보러 그 먼길을 가야했고 내 돈을 쓰며 우린 데이트를 했다
너는 니가 필요한게 있을때마다 나에게 언질을 줬고 나는 결제를 했다
나는 그렇게 위로받고 있었다 착각을 하며 짧은 시간을 보냈고
흐지부지하게 끝났다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고싶은 과거다
좋은 사람은 꼭 좋은 이성일 필요는 없는거다
너는 내게 좋은 오빠였고 지인이었는데 좋은 남자는 아니었다
다 거론하기에는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만
너는 정말 인간 그 이하였다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쓰레기였다
너는 이별마저도 예의없었다
아니, 이별도 참 너답게 했다
가까이 있을 때는 물주로서 나를 이용했고
멀어지니 그냥 버렸다
그뿐이다
너와 나의 인연은 딱 거기까지였고
니가 나를 대한 태도는 물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분노보다는 배신감이 컸다
7-8년을 알아온 우리 관계를 이렇게 만든 니가 싫었고 실수를 저지른 나도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