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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란 시간, 그리고 그 이후의 삶
게시물ID : love_320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무이
추천 : 7
조회수 : 6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10 09: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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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부터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서인지 내가 아는 그런 이쁜 사랑이 아닌 것 같아서, 대충 장단만 맞추고 예의있게 끝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년이 되면서 너무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정해진 내 유일한 짝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녀의 삶이 제 일부분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내가 내 팔꿈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듯, 그렇게 그녀가 희미해졌습니다.
 
당연히 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습된 행복은 더이상 행복이 아니었나 봅니다.
 
저는 그녀를 정말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사랑하지 않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팔꿈치를 잃어버렸습니다.
 
 
참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난 그냥 시외버스 정류장에 마중을 나가고 싶었던 것 뿐인데.
 
제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 지으며 집에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직장 문제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합니다.
 
또 집안에 문제가 생겼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아니라고 합니다.
 
고민을 하며 한창을 같이 걷다가,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이 힘 없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혹시 나에 관한 문제냐고 물었습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시작했고, 저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시간을 갖자고.
 
 
제가 울 때 꺼이꺼이 소리를 내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그녀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전화 너머로 들리는 엄마 목소리를 듣자마자 터져나왔습니다.
 
나도 놀랐는데, 같이 길을 걷던 행인들은 어떠했을까요.
 
당혹스럽고 창피한 마음에 입을 가리고는 황급히 근처 공원의 한적한 벤치로 찾아 앉았습니다.
 
어머니는 차분했습니다. 그리고 남녀 관계에 관한 이러저러한 사정과 그것을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한 룰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머리로 이해가 되니 그제서야 감정이 조금 추스러졌습니다.
 
아, 내가 잘못했구나.
 
묘한 깨달음에 다시 꺼이꺼이 소리를 내며 추하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녀는 제 잘못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너는 참 좋은 사람이라고.
 
저는 그녀의 잘못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일뿐이라고.
 
미안하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괘씸하고 화가 났으니까요.
 
고맙다고 했습니다. 용기내어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그 여린 입술이 부르르 떨리고 작은 어깨가 두려움에 들썩였습니다.
 
조용히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나왔습니다.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별의 한 과정일 뿐, 그 과정에서 다시 피어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했습니다.
 
내가 아는 가장 현명한 사람 중 하나이니, 아마 맞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이 정리되면 그녀가 마음을 다시 먹고 새로운 출발을 이야기 할 것만 같습니다.
 
언제나였던 것처럼 바보같은 농담이나 하며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생각을 믿기로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 당장 견디기가 어려우니까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출처 나의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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