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올해 4학년이고 이번 여름 계절학기를 신청해 들었습니다.
첫날 사정이생겨 학교를 못갔고, 다음날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하나둘 들어오더니 어느새 강의실이 가득 찼고 한 여학생이 제게 "그.. 자리가 정해져있어서요 거기가 제 자리..."
"아 네 죄송해요" 그게 첫 대화였습니다. 그렇게 전 옆자리에 앉았죠.
그 여학생은 민낯에 루즈만 발랐고, 뒤로 묶은머리에 트레이닝복을 입고있었습니다.
이름도 전공도 몰랐고, 처음엔 별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근데 날이 갈수록 점점 신경이쓰이고, 꾸민듯 꾸미지 않은 모습이 이뻤죠.
그렇게 그 여학생에게 호감이 생겼습니다.
여느때와같이 수업을 듣는데 그 여학생이 반쯤 찡그린 얼굴로 칠판을 보며 머뭇거렸습니다.
시력이 안좋아 필기를 못하고 있었던거죠.
전 제가 필기한 노트를 살며시 옆으로 밀어주었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필기했습니다.
전공수업도 지각하기 일쑤고, 집중도 제대로 못하는 제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30분 먼저 일어나 준비를 하고 놀러가지 않으면 뿌리지도 않을 향수도 뿌리고, 옷도 머리도 신경썼습니다.
수업 전 항상 담배를 태웠었는데 혹시나 냄새가 날까봐 수업전엔 피우지않았고, 악필인 저를 평범한 글씨를 쓰게 해줬죠.
혹시나 제 노트를 보고 못알아 볼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수업 전날 그 여학생은 학교를 오지 않았습니다.
"진짜 마음 전하고싶은데 내일마저 오지않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수업 집중도 되지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업 마지막 전날밤, "내일은 진짜 무슨일이있어도 연락처를 물어보겠다." 라는 맘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등교를 했고, 그 여학생은 필기전 수줍은 미소와 함께 안경을 꺼내 썼습니다.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귀여운 표정에 "이제 안경이 있으니 스스로 필기를 할수있다" 라는 미소였겠죠.
너무 설렜습니다. 빼어나게 이쁘지도, 그렇다고 화려하게 꾸미고 다니지도 않았던 그녀였고, 순전히 외모로만 따지면
전에 만났던 친구가 더 이뻤지만, 그 사람 자체에서 풍겨오는 이쁨이라는 걸 처음 느껴봤습니다.
8개월 연애할때보다 그 여학생만 생각하던 일주일이 더 설렜으니까요.
그렇게 수업이 마치기 전 그 여학생은 "저.. 어제 필기한것 좀..."
그래 이거다. " 아 제가 필기한 걸 놓고와서요. 연락처 주시면 제가 과제 솔루션이랑 같이 찍어보내드릴게요"
필기한게 있었지만, 제 맘도 노트도 숨기고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 빨리 도서관에 뛰어가, 최대한 이쁜 글씨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정리해서 톡으로 찍어보내줬습니다. 그리곤 솔직히 얘기했죠.
"사실 전부터 연락처를 받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않았다, 정말 맘에든다, 알아가고싶다"
심장이 두배로 뛰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답장은 "남자친구가 있어서요 죄송합니다ㅜㅜ"
였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괜히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미 남자친구가 있고 제가 당연히 포기하고 싹 잊는게 당연하지만 계속 생각이 나네요...
그 당시엔 정말 뚜렷히 기억나는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얼굴이 기억이 잘 안나요... 기억하고 싶은데... 이게 정말 미치겠어요...
그냥 저에겐 마치 신기루같은 사람인것 처럼요...
이렇게 설레던 적이없었는데... 얼굴이 또렷히 기억났으면 좋겠기도하고, 하루빨리 기억에서 지우고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하루하루 미칠것 같습니다..
누굴 좋아하면서 포기할 수 밖에 없는게 정말 힘이 든 일인줄 몰랐습니다..
친구들은 " 그래도 오랜만에 설레봤으니 좋은거 아니냐" 라지만 그냥 그 설렘조차 없었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