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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42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제스디엔엘★
추천 : 31
조회수 : 2937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7/07/10 22:24:33
이때가 96년 봄 이었으니까, 핸드폰도 없던 시절 이야기예요.
밤 열한시 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길이었어요.
당시 저는 대학 3학년이었고, 차를 운전하고 다녔어요.
친구가 옆에 같이 탔고 평소와 같이 늘 가던 길을 가고있었어요.
저희 학교는 산속에 있고 부속고등학교가 옆에 같이 있으며,
민가로 내려가는 길은 꽤 멀어요. 3km 정도 나가야 시내가 나와요.
교문을 나서면 쭉 내리막 산길도로 이고 다리를 지나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에 작은 마을이 있는 형태예요. 거기까지 약 800m정도 됩니다.
약 400m쯤 왔을까.. 그날따라 어느 여고생이 앞에 걸어가더라구요.
야자하다 늦었는갑다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20m쯤 앞에 남자 한 명,
10m쯤 뒤에 또다른 남자 한 명이 일렬로 걷는 모양새가 보였어요.
둘 다 검은잠바여서 밤이라 한번에는 안보였어요
친구랑 저 분위기 이상하다면서 그다음부터 천천히 서행을 했지요.
저희도 뒤에서 슬슬 쫓아가는 꼴이 되었던거죠.
안되겠길래 휙 지나가서 저 아래 교차로에서 라이트끄고 유턴을 했어요.
다시 라이트켜고 그 여학생 있는쪽으로 득달같이 와서는
학생한테 길 물어본다며 여기 슈퍼가 어디있는지 오바하며 물었어요.
저희는 둘 다 여자였고, 학생은 우릴보고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소름이 끼쳤던건 그남자들도 서성거리면서 안가는거예요.
조수석에 있던 친구가 재빠르게 저 남자들 쫓아오는거 아냐고
낮게 물었어요. 여학생은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히면서
맞다고...
우리 저위에 대학교 무슨과이다, 저사람들 이상해 보인다, 일단 타라.
속사포로 말했더니 차에 타더군요. 얼마나 무서웠으면 앞뒤 안재고
바로 뒷자리로 타서는 몸을 웅크리더라구요.
다시 학교안으로 들어가서 유턴해서 나왔더니
다행히 남자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상한 건, 뛰어가도 마주쳐야 하는 거리인데?? 어디로 사라진건지.
그 학생이 얘기하기를, 처음엔 몰랐는데 뒤에서도 발자국 소리가 나길래
걸음을 빨리했더니 그들도 보폭을 맞추더래요.
앞의 남자는 힐끗힐끗 뒤돌아보고 뒤의 남자는 점점 가까워지고...
이걸 안순간 너무 무서워서 땅만보고 미친듯이 빨리 걸었다고..
셋 다 경황이 없어서 왜 귀가가 늦었는지 이런건 못물어보고
경찰은 생각도 못했어요. 주변에 공중전화 당연히 없고.
(삐삐 시절입니다)
무조건 집으로 데려다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여학생 집은 교차로옆 작은 마을 안에 있었어요.
밤늦게 혼자 걸어가기에는 꽤 되지요.
암튼 그들이 누구인지, 왜 따라가는지,
야자는 열시에 끝나는데 왜 그시간에 학생 혼자 내려가는지
이런건 정확히는 모르지만
저랑 제친구는 어린사람 하나 살렸다고 생각했어요.
아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인적없는 산길 도로에
중년아저씨들이 앞뒤로 같이 걸어간다면
저도 무척 무서울거 같거든요.
왜 둘 다 멈춰서서 빤히 우리쪽을 보고 있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예요.
가던길 그냥 가지 않아요? 아님, 참견하던가.
학생이 집 대문안으로 들어가는거 확인하고,
내려가는길에 그아저씨들 있는지 자세히 보면서 갔는데
아무도 보질 못했어요.
교차로 오른쪽은 우리가 가는길이고(시내)
왼쪽은 저수지가 있어요. 밤에 갈 만한곳이 아니거든요.
주택도 없고 낚시금지인 구역. 가로등도 없는.
그 여고생 지금은 약 서른일곱, 여덟쯤? 되었을거예요.
만약, 그때의 여고생이 이 글을 본다면,
언니들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같은일이 또 생길까봐 한동안 차 뒷좌석에
4번 골프채랑 빠루 싣고 다녔단다.
정의감에 넘쳐서 그건 왜 들고 다녔는지 ㅎㅎ
출처 |
당시 쇠도 씹어먹을 수 있었던 22살의 겁없던 공대녀들.
아..내나이가 계산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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