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지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바로 자신을 불러 추가 수사를 시작할 것이라 생각했던 준서였으나, 속이 썩어들어가는 7일의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 분명 한 달포 전만 해도 분명히 얼굴도 마주하기 싫은 사람이 바로 검사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그래, 그간 잘 지내셨고?"
슬그머니 미소를 띤 검사가 오늘 처음 건넨 말이었다. 준서는 아무런 대구를 하지 않았다. 이는 검사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질문에 대답할 말이 너무나 많아 선뜻 무엇을 먼저 골라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검사는 이런 속을 짐작이나 한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
"앞에 있는 사탕이라도 집어 먹어요. 하하. 내가 군대있을 때 간접 경험해봐서 아는데, 사람이 갖혀 있으면 단 게 댕겨, 단 게"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몸에서 당분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준서는 슬그머니 사탕들이 담긴 바구지에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 학교 생활은 몸에 잘 맞고? 미결 수용소도 그렇지만 감옥에 가서도 적응이 중요해요. 적응이."
그 말을 듣는 순간 준서는 갑자기 숨이 턱하니 막혀오는 것이었다. 지난 일주일이 스치 듯 지나갔다. 구치소에 들어서며 옷가지를 모두 빼앗긴 경험이라던가 치욕스러웠던 신체 검사, 푹푹 찌는 방안에서 몸을 뒤척이던 밤들까지 말이다. 그 안에서 검찰이 왜 자신을 빨리 부르지 않을까? 기소는 몇년이나 될까? 따위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준서 씨도 이제 알겠지만은....기소 내용이 썩 좋지 않아요? 그쵸? 하필 예민한 시기에 저지른 범죄이기도 하고, 사안에 대한 국민 여론도 썩 좋지 않아서 윗선에서 철저한 법 적용을 당부했어. 응? 나로서도 어쩔 수 없이 최고형을 부를 수 밖에 없어요. 이해하지?"
아까는 숨이 턱 막히는 지경이었다면 이제는 주변의 모든 공기가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하얀 전등이 급작스레 시퍼렇게 변해버린 것 같았다. '안 돼. 그것 만은 안 돼.' 마음 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현 단계에서 우리가 확보한 물증이랑 증인 증언을 종합했을 때 우리 검찰은 충분히 입증이 가능ㅎ....."
앞에서 검사가 무어라 무어라 떠벌이고 있었으나, 준서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저들은 날 다시 저 감옥으로 보내버릴 것이야. 그럴 작정이야.
"....그래도 젊은 사람이니까. 벌 달게 받고 나와서 새 출발할 수 있어요. 응? 알았지?"
문뜩 준서는 눈 앞에서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 검사가 자신이 계속 기다리던 그 질문을 직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젊은 사람이니까 괜찮아? 웃기는 소리!
원하는 게 이거라면 그래, 내가 먼저 해주자.
"검사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준서가 오늘 처음으로 입을 열자 검사는 반문하면서도 눈은 가늘게 웃기 시작했다.
"사실 이 일은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더 드려야 할 말이 생긴 것 같습니다."
"허허 벌써 주범이라고 다 써놓았는데, 이제와서 이러면 좀 곤란한 걸요? 한 번 들어나 봅시다."
분명히 소설임을 다시 강조합니다. 동명의 의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혹여나 누군가 특정인이 떠오른다면 이는 전적으로 당신의 착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