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 고등 학창시절 6년을 우울증으로 보냈던 사람이에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우울증도 극복하고 약도 끊고 지금 남편만나 아이를 가졌답니다.
제가 어릴때 우울증을 겪었던 당시는 물론 제가 이렇게 되기 전 까지 아이를 싫어하지 않았어요. 아이만 보면 예뻐했고 우울증으로 한참 고생할때도 아이들만 보면 방긋방긋 웃고 잘 놀아주곤 했는데, 제가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어요.
초기에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하루하루 행복했어요. 입덧도 없고 남편과 불화도 없고 아이가 잘 크고 있다는게 너무 좋았는데. 10주를 넘어가면서 이상해졌어요.
지나가는 아이가 있으면 무섭고 아이가 내 몸에 손을대면 불타는것처럼 통증이 옵니다. 남편은 첫째고, 동생이 먼저 아이가 생겨 결혼했는데 두살 된 예쁜 딸아이가 있어요. 시댁분들이 가깝게 살아 자주뵙고 밥도 어른들과 자주 먹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옵니다. 두살 아이가 방긋방긋 웃고 애교를 떨며 넘어지지 않으려 주변 어른들을 짚으며 지나다니는데, 그때마다 전 그냥 고통에 소리없이 웃고만 있어요.. 집에 오면 얼음으로 찜질하는데, 고통이 사그라 들지 않아서 밤새 잠을 뒤척입니다. 꼭 동서네 아기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에요..
저번주에, 남편한테 조심스래 얘기하고 산부인과 방문해서 증상과 함께 정신과를 소개 받기는 했는데.., 저처럼 이렇게 증상이 나타난 분이 계신지요..?
정신과 예약 기다리면서도 무섭습니다. 그렇게 예뻐하고 기다리던 아이를 내가 낳았을때 내손으로 안았는데 고통을 느낀다면 절망적일거같아요...
불안함에 하루하루 지나고 있는데, 혹시 임신 우울증이나 저처럼 육체적으로까지 증상이 나타났던분이 계신가요..? 지금은 괜찮으신가요..?ㅜㅜ
원래 우울증 겪었던사람이 임신우울증, 산후우울증 잘와요. 정신적인 문제 없던 사람도 우울증 올 수 있고 공황장애 올 수 있는게 임신이에요. 모유수유는 생각하지 마시고 초유만 먹이시고 바로 약 처방받아서 드세요. 출산하고 나서 약 먹으면 서서히 괜찮아져요. 산후조리 계획 잘 잡으셔서 넉넉히 하시는것도 중요하고요. 출산후 밤에 수유하지 말고 잠을 잘 자고 몸 회복하는게 좋아요. 산후조리 제대로 못해서 몸 상하면 우울증 공황장애 더 심해져요.
엄마가 되는 부담감,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라는 걱정들이 그런 현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공황장애로 나타났고요. 집에 와서 신생아 돌보는게 왜 그렇게 무섭고 힘들고 부담스럽던지... 이렇게 부족한 엄마한테서 태어난 아기한테 미안하고... 애는 막 우는데 저는 공황이 와서 꼼짝도 못하고 속수무책이고 그랬어요. 엄마라는 역할이 익숙해지고 부담감을 내려놓게 되니 서서히 좋아졌던거 같아요. 이런 엄마한테서 태어난 것도 니 팔자다, 생각해보기도 하고, 또 서투르고 모자란 엄마여도 아이는 어찌저찌 잘 크더라고요. 저는 약을 늦게 먹어서 좀 더 힘들었는데 그냥 모유수유 안하고 체력 비축하고 약 먹고 하는게 현명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