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때 꾸미는게 뭔지 하나도 몰랐고 관심도 전혀 없어서
항상 뿔테안경에 머리는 하나로 질끈 묶고 교복은 전혀 줄이지 않고, 신발도 학교 규정대로 검정색 운동화
가방도 디자인은 신경 안쓰고 무조건 책 많이 들어가고 까만거, 소풍날에 사복 입는것도 그냥 청바지에 티셔츠, 책가방 그대로
딱히 친한 친구도 없는데다가, 매일같이 구석에서 혼자 책만 보고 공부하고 심지어 오타쿠. 아마 만만했겠죠. 소심하기도 했으니까.
음 자세히 적기는 싫네요.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그냥 3년동안 같은 반이었고 담임쌤이 따로 불러서 괜찮냐고 물어봐 주실 정도로 괴롭혔으니까.
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실업계 이름 대면서(실업계 비하 아닙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 거기 가서 임신이나 하라고 하질 않나,
그림 그린 연습장 뒤져서 지들끼리 돌려보면서 야 너 이런거 그려? 기분나빠 오타쿸ㅋㅋㅋㅋ하면서 쓰레기통에 처박지를 않나
뭐 때리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가만히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매일같이 가지고 놀았지만.
근데 저, 둔한 주제에 자존심은 있었나봐요. 걔 꼴보기 싫어서 죽어라 공부했고 작년에 의대 합격했어요. 완전 톱 의대는 아니지만.
그리고 요즘은 꾸미는 거에도 관심 많아져서 유튜브에서 화장법 강좌도 챙겨보고 로드샵 세일할때마다 친한 친구랑 가요.
염색도 하고 파마도 했어요. 다들 예뻐졌다고 그래요.
그런데 며칠 전에 빡세게 꾸미고 엄마랑 외출하는데 길에서 걔 마주쳤어요.
엄마는 걔가 저 괴롭힌거 모르셔서 말은 안 걸었지만 아마 알아본 것 같아요. 슬쩍 돌아보니까 옆에 있던 친구랑 수근거리면서 걔도 저 돌아보더라구요.
눈치 보니까 놀란것 같더라구요. 쟤가 걔야? 그런 느낌이었어요.
근데, 걔는 중학교때 모습 그대로더라구요. 화장도 별로고 옷도 별로고, 스타일도 그때 그대로. 건너건너 소식 들었는데 재수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음...근데 이거 듣고 뭔가 고소하다? 사투리로는 꼬시다? 이런 생각 드는데 제가 못된 건 아니죠?
그 애 생각도 안 하고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애가 못난걸 보니까 왜이렇게 기분이 좋을까요...
뭐랄까 완전 사이다다 그런건 아닌데 뭔가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 드는데. 이게 이상한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